스스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을 끄집어내어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치고 좌절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영혼들에게, 지금의 자신이 빈털터리고 황량한 광야에 내팽개쳐졌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부터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 할 것이다.
옛날 인도에 사는 한 사람이 하는 일마다 실패하여 되는 일이 없자, 크게 실망하며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석가모니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호소하였다.
"석가님,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삶의 의욕과 용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슨 연유일까요?" 그러자 석가모니께서 이르시길,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로, 줄 것이 없는데, 어찌 남에게 베풀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석가모니께서는 다시 이르시길, "아무리 재산이 없다 하더라도 네가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느니라. 일곱 가지를 진실하게 행하면,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로워지리라."라고 하셨다.
이 일곱 가지 베풂이 바로 무재칠시(無財七施)로,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나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첫째, 화안시(和顔施)이다.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안시(眼視)와 비슷한 개념으로, 얼굴에 화기가 가득하고 기쁨에 찬 미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소중한 보시가 된다.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부드럽고 정답게 남을 대하는 것으로, 그 표정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
둘째, 언시(言施)이다.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하는 것으로 사랑의 말, 칭찬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짓는 열 가지 업 가운데 입으로 짓는 업이 네 가지로 가장 많다고 하였다.
몸으로 짓는 업과 마음으로 짓는 업이 각각 세 가지인데, 그중 첫째가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고, 천 냥을 벌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언시는 삼업(三業: 신업, 구업, 의업) 가운데 구업(口業)에 해당한다. 우리가 몸으로 짓는 열 가지 업 중에 입으로 짓는 업이 가장 크다고 하는데, 말로 짓는 구업에는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가 있다.
구업이 무려 네 가지나 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우리의 언어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부드럽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말 한 마디는 그 자신의 인격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보시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심시(心施)이다.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으로, 따뜻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은 활력의 근원이자 살아가는 힘이 된다.
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 따뜻한 배려의 마음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 안에 내재된 힘을 깨달을 수도 있다.
상황에 맞는 말이나 행동으로 양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는 행위는 상대를 위로하고 격려하게 되어, 그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힘이 되어 용기를 갖고 불리한 여건을 타개하는 의지를 일으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안시(眼施)이다. 호의를 담은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눈으로도 말한다고 하지 않던가? 눈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부른다. 눈만 봐도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눈에서 나오고 눈으로 말한다.‘ 특히 여자의 사랑은 입이 아닌 눈으로 말한다. 때론 해맑은 미소를 눈에 담아 사랑을 말하기도 하고, 때론 슬픈 미소를 담아 사랑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깨끗하고 엷은 미소를 담아 사랑을 거절하기도 한다. 그 눈길은 주위를 편안하게 하고 안정시키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신시(身施)이다. 몸과 힘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이다. 약한 사람의 짐을 들어주거나 일손을 거들고,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신시를 통해 몸가짐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땀 흘려 봉사하는 것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봉사란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자신의 시간, 노력, 그리고 땀으로 헌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작은 일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나눔에 인색해지지 않기 위해 내 안의 나눔의 마음을 봉사의 마음과 행동으로 크게 점화시키면 내 마음의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좌시(座施)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이에게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어 감동을 주고 스스로 베풂의 기쁨을 얻게 된다.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버스나 지하철의 노약자석이나 임산부를 위한 배려의 자리도 넉넉한 마음으로 베푸는 자리이다.
또 다른 자리는 조직의 자리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금은보화가 집에 넘쳐나 그것을 지키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부귀해지려는 마음에 교만하여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현재의 자리에서 제 몫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더 오래 지키려다가 오히려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위나 재화 등 어떤 것을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으로 갖게 되더라도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슷한 말로 ‘형세가 곤란할 것을 알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의 지난이퇴(知難而退), ‘빠른 물살을 용감하게 건너듯이 벼슬자리에서 서슴없이 물러난다’는 뜻의 급류용퇴(急流勇退)가 있다.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선배의 뒷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때가 되어 물러나는 것은 사람 사는 이치이며 그것을 천도(天道)라 하지 않던가?
일곱째, 방사시(房舍施) 또는 찰시(察施)이다. 방사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라는 의미이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방사시는 어려워졌다. 그래서 찰시로 바뀌었는데, 이는 굳이 묻지 않고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도와주는 행동을 말한다.
두루두루 살펴보면 베풀어줄 대상과 베풀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남편이 아내의 가사 일을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두루 살펴보면 얼마든지 도와줄 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굳이 묻지 않고도 상대의 속을 헤아려 도와주는 것은 자신의 기쁨도 충전되고 상대의 기쁨도 충전되어 머무는 곳에 행복이 피어오를 것이다.
이러한 무재칠시(無財七施)는 보시(報施)의 본래 원리이다. 이것이 바로 잡보장경(雜寶藏經)이라는 불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즉, 가진 게 없는(無財) 사람일지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七施)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눔의 여덟 번째 지시(智施)를 추가하면 팔시(八施)가 된다. 이것은 필자의 생각인데, 지혜와 지식, 경험과 정보를 나눌 때 그 가치가 더 크다고 여겨진다.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식경영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선배가 가지고 있는 지혜를 후배에게 전수시키는 것이다. 머릿속의 귀한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보고 읽을 수 있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바꾸어 공유하면 업무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교육훈련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앞서간 자의 경험과 지혜는 뒤따르는 자들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인가 변화를 도모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희망차지만,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그것을 묵묵히 해 나갈 때 변화의 성과가 드러나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듯 베푸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다.
선각자들이 말하길,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비록 지금은 남들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행운들이 부럽고 스스로 좌절감에 빠질지 모르지만, 멀지 않은 시간에 그 행운이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무재팔시(無財八施)’를 통해 스스로를 강하고 한없이 큰 사람으로 변화시켜 언제나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나눌 수 있는 여덟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재물이 없어도 나눔을 실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사람들의 인격을 높이는 행동이 될 것이며, 품격 높은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