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밤 밝히는 여성 3인방
테헤란밸리 밤 밝히는 여성 3인방
  • 승인 2000.12.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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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 링크인터내셔널 사장(45)과 통화가 된 것은 밤 11시30분이었
다.“밖에서 고객업체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지금 사무실로 들어오
는 길”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요즘은 밤 11시나 12시가 돼서 퇴근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몸담은 직원 치고 시간 맞춰 퇴근하는 사람이 별 로 없지
만 여성사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500여개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벤처밸
리’ 에서 최근 3명의 여사장이 화제다.

일부에서는 ‘여걸 3인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3명 모두 학교는 다르지만 영문 학과 출신이다.

또 벤처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밤 11시가 돼서야 퇴근을 생각할 만큼 한 시도 쉬지 않고 색다른 아이
디어를 내놓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또 이들은 모두 지난해 테헤란로가 각광받을 무렵 이전했거나 새로 회
사 를 설립하면서 벤처밸리에 둥지를 틀었다는 점에서도 같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정 사장이 벤처홍보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 터줏대감’이라면 이지
선 사장은 ‘벤처홍보 업계의 뜨는 신세대 경영 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김이숙 사장은 정 사장이나 이 사장과 약간 다른 분야인 벤처컨설팅에
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이름을 익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따
로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클라이언트(고객업체) 행사 장소에서 부 딪치는 경우가 오히려 잦다.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데다 고객업체 챙 기기에도 시간을 내기 어려
울 만큼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정보통신 홍보 1위 고수 정혜숙 사장은 하이테크 정보통신 전문홍보
업체의 ‘대모’ 격이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무실을 냈다.

이화여대 출신인 그가 정보통신 관련 업무에 눈뜨게 된 것은 (주)쌍용
에 근무하던 남편을 따라 프랑스 파리에서 한동안 살 때였다.

귀국 후 워크스테이션 업체인 아폴로컴퓨터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분 야를 맡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마케팅에서 먼저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그
는 말한다.

아폴로가 휴렛패커드에 흡수합병되는 것을 계기 로 정 사장은 92년 11
월 서울 서초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다.

여사 원 5명이 전부였다.

당시는 홍보대행 업무가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 전이 었다.

자연히 외국업체 홍보 대행업무를 주로 했다.

지난 하반기부터 국내 벤처기업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홍보대행 업체 숫자로만 따지면 업 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35개 업체를 맡고 있는데 한국썬, 퀀텀 등 외 국계 업체와 엘렉스컴퓨
터, 한글과 컴퓨터, 네이버컴 등 국내업체가 고 루 섞여 있다.

“지금도 홍보를 맡아줄 수 없느냐는 문의와 청탁이 끊이지 않고 있
지 만 업계 특성상 무작정 고객 수를 늘릴 수가 없어 오히려 자제하
고 있 는 입장”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런 그도 고생스러운 한때를 겪었다.

바로 IMF 때다.

“홍보대행업체 특성상 고객이 철수하면 직원도 줄여야 하는데 그러
지 못해 어려움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넘긴 만큼 직원들 간의 동지애는 어느 때보다 두
텁다.

정 사장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일을 할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
으 로 유명하다.

요즘도 평균 퇴근 시간이 밤 11시가 넘는다.

일에 몰두하 면 시간이나 끼니를 잊는다.

점심이나 저녁을 굶고 일하는 경우는 흔 한 일이다.

회의 시간에 “사장님, 점심 먹고 다시 회의하죠” 소리를 듣기 일쑤
다.

직원들에게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달에 한두번 직원들과 ‘호프데이’도 갖는다.

링크의 업무는 크게 4가지. △기업 홍보 △광고 △온라인 커뮤니케이
션 △이벤트 등이다.

“한 회사가 홍보나 이벤트, 광고를 한꺼번에 하 고 싶을 때 담당자
가 한꺼번에 원스톱으로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우리
회사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정 사장은 요즘 일이 더욱 늘어났다.

5년간 사장으로 일하던 남편이 지난해 11월 링크 창립 7주년을 계기
로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 사 장에서 물러났기 때문. 정 사장은
이 때부터 최고경영자를 맡아 경영 전반의 일을 모두 챙기고 있다.

= 기자 출신…25개 업체 고객 확보 드림컴 이지선 사장(37)은 기자 출
신이다.

서울대 83학번으로 졸업 후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대졸여직원의 위상에 실망해 곧바로 사표를 냈 다.

우연히 신문에 난 기자모집 공고를 보고 전자신문에 응시, 공채에 합
격했다.

영문학과 출신이었지만 일은 잘 맞았다.

정보통신 업계의 흐 름을 한발 앞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
이었다.

94년 조선일보, 95년 한국일보를 거쳐 96년 기자직을 떠났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숨이 막혔다”고 한다.

96년 12월 회사 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남에게 무언가 도움을 준다는 의미인 ‘드린 다’의 명사
형에서 따온 순수한 우리말이다.

드림컴이 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은 설립 후 얼마 안돼 MS
사의 홍보대행을 따내면서부터다.

“홍보대행사와 기자간에는 일종 의 커뮤니케이션 갭이 존재하는데 우
리 회사는 기자적 감각으로 어떻 게 접근하는지를 제안서에 써낸 것
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얘기한 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급성장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 등 외국사와 라이코스코리아, 디킴즈, 비테
크놀러지 등 국내업체를 포함 모두 25개 업체를 고객사로 갖고 있다.

이 사장은 “누구와 아는 사이 인데…” 하면서 홍보 청탁이 들어올
정도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96년 12월 3명이었던 직원도 벌써 2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직원들도 까다롭게 뽑는다.

작문-영어 번역-영어 인터뷰 등을 거친다.

어렵게 뽑은 직원인 만큼 애사심도 커지는 것 같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면서도 일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이 사장은 뉴스클리핑
팀 을 따로 운영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서비스를 대행하는 것도 자
랑 으로 꼽는다.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디어벤처포럼을 개최하면서 이벤트 쪽에도 진출
했다.

“정보통신분야의 마케팅전문회사로 커나가고 싶다 ”는 꿈을 갖고 있
다.

=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팅에 주력 e코퍼레이션 김이숙 사장(42)은
‘인터넷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컨설 팅한다’는 개념으로 나온 새로
운 비즈니스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 코퍼레이션(기업)을 인터넷화해 준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이렇
게 정 했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기존의 오프라인기업이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어
떤 컨셉트를 잡아야 하는가, 어떻게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하는가, 마
케팅 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등을 총괄해서 컨설팅하는 것이
다.

최 근 코오롱상사와 5억원짜리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그외에도 여러
대기 업에 제안서를 제출해놓고 있다.

“웹사이트를 구축해주는 회사는 많 지만 총체적으로 어떻게 디지털회
사로 바꿀 것인가를 컨설팅하는 곳은 우리 회사밖에 없다”고 자신한
다.

그는 98년에만 해도 연봉 12만달러를 받던 성공한 캐리어우먼이었다.

미국 벤더빌트 대학원 졸업 후 90년부터 3년간 한국IBM에서 그룹웨어
시스템 관리자로 일했다.

93년 분사한 한국아이시스 영업부장을 맡아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뛰어
난 성적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될 것이란 ‘감’으로 지난 99년 1월 직장에
서 나와 e코퍼레이션을 창립했다.

사업감각이 탁월해 시장을 한발 앞 서 보는 것이 그의 특기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사업이 될 것으로 생 각을 했지만 이만큼 시기
가 앞당겨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올해 매출만 해도 5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컨설팅 외에도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상담과 교육 등에 이르
기 까지 인터넷 비즈니스 창업보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
다.

e 코퍼레이션이 개최하는 ‘인터넷 CEO’ 과정은 지금도 대기자가 밀
려 있을 정도로 큰 인기다.

“기획회사의 전략에 따라 인기 가수나 인기 탤런트가 되듯 우리 회
사 도 어떻게 하면 뜨는 인터넷 회사를 만드느냐는 전략을 짜는 데 최
대 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 한창 뜨고 있는 테헤란밸리 여성 3인 방이 그려나갈 그림이 궁금하
다.


출처:주간매경(2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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