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펌 업계 현황, 헤드헌터 시장 활짝 열린다
서치 펌 업계 현황, 헤드헌터 시장 활짝 열린다
  • 승인 2000.12.19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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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Head Hunter)로 알려진 고급인재 채용(알선) 서비스업
(Executive Search) 시장이 새 천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
다.

헤드헌터산업은 1929년 미국의 대공항 때 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하면
서 대량실업자가 발생하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하
는 한편 기업회생을 위해 외부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
서 출발했다.

외부환경이 나쁠 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전문인력
을 수혈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내부 인력
에 의한 해결보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인력의 원활한 수요공급이 크게 필요
해지면서 헤드헌터 산업은 뿌리를 내리고 유럽으로도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서 헤드헌터 사업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중반 이후다. 국내
에 진출하기 시작한 외국인 회사들은 국내실정에 어두울 수 밖에 없
고 필요한 이력을 채용하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이런점을 감안해 외국계 회사에 몸담아 왔거나 회계·감사업무 등으
로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이나 업체들이 비서직등에 국내 인력을 알선
해 주는 일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헤드헌터업체(서치 펌)중 스타커뮤니케이션, S.H.Jang트랜서치,
유니코 서치, 보이든 인터내셔날, 탑 경영 컨설팅등이 87년을 전후로
설립되어 선두주자로 나섰다.

90년대 초반까지는 업체수는 조금씩 늘어났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헤드헌터업이란 것이 성격상 공개적인 것이 아니라 은밀히 이뤄지며,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도도 낮고 바라보는 시선도 ‘일 잘하는 사람 빼
서 외국회사야 넘기는 짓’정도로 곱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고 이들에
의해 인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헤드헌터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
어났으며 헤드헌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갔다. 이즈음 외국의 유
명 헤드헌터들도 국내 업체와의 제휴등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97년말부터 시작된 IMF체제는 결과적으로 헤드헌터 업계에는 전화위복
의 기회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불황과 자금난으로 넘어지거나 감량경영으로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기업구조조정 및 인력재배치로 대기업등에서 쏟
아져나온 고급인력들이 헤드헌터업체의 문을 두드리는등 인적자원은
충분해졌다.

IMF초창기에는 외국인 회사들도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꺼렸
으나 외환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되고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
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자유치기업이 늘어나고 외국기업의 국내 투
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내외 실정에 밝은 경영자나 고급인력의 수요도
급증했다.

IMF를 겪으면서 우리 노동시장도 변화됐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어지
고 평생직업을 더 높은 가치로 여기고 기업도 특정한 일을 더 잘하는
전문가를 요구하게 됐고 인사정책에도 새 패러다임이 요구됐다. 또 정
부기관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탄력성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97년에 직업안정법에 의한 직업소개사업의 설립·자격·시설요건등이
완화돼 진입이 쉬워졌고 근로자파견법도 제정되는등 인력관련 시장이
넓어졌다. 해당관계기관에서도 취업확대와 고용안정을 위해 관련법률
을 정비하고 관련업계의 애로점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
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국내 헤드헌터 산업이 새 지평을 열 가능성이 보이게 된 것
은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경 금융계 통합병 작업
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주택은행등에 행장등 고위직 채용에 외국
인 금융전문가를 쓰도록 하면서 헤드헌터가 이일에 적극 나서면서부터
다.

이때 국내에 직영지사를 설치한 콘페리와 노먼브로드벤트, TAO등의 서
치 펌들이 외국인 뱅커나 외국은행 근무경력이 있는 한국인 임원급 인
력을 대상으로 인재사냥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이서 공기업 경영진
채용에도 헤드헌터를 이용하는등 공기업부터 최고위직 채용관행이 달
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사례로는 새출범한 한빛은행은 행장을 헤드헌터 T사의 추천을 통
해 채용했으며 조흥은행도 결과적으로 내부 후보가 선발됐지만 그 과
정에 헤드헌터가 관여됐다.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헤드헌터를 거쳐 영
입됐고 한국인삼공사, 한국부동산신탁,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장도 헤드
헌터를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도 최고경영자를 공채로 뽑는 등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부도가
난 고합과 나산도 헤드헌터의 도움으로 법정관리책임자를 구했다. 또
르네상스호텔, 강원랜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델컴퓨터 사장도
비슷한 경로로 채용됐다. 지금까지 민간기업은 실무간부급 채용에 가
끔 헤드헌터를 이용했을 뿐이었다.

외환위기이후 국내외적으로 기업경영 및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
관성이 요구되면서 학연 지연 혈연등에 영향받던 과거 인사관리체계
가 급변하게 됐고 그 결과 전문컨설팅이 가능한 서치 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같이 헤드헌터를 이용한 고급전문인력 채용이 확산되고 신규진입도
수월해져 90년대 중반이후 업체수가 30%이상 늘어났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전문업체는 30여개사이지만 인재 파견회사중 이 업무를 하고 있
는 곳 그리고 유료직업소개업을 하는 군소업체까지 70여개사가 헤드
헌터에 뛰어들었다. 시장규모는 300억원 정도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 헤드헌터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90년대 초부터 외국의 세계적인
서치 펌들이 하나 둘씩 국내에 들어왔다.

보이든, 호튼, 노먼브로드벤트, 트랜서치, 워드하웰, TAO, 암롭등이
이미 국내업체와 제휴 등의 방법으로 진출해 왔고 작년에 세계 1위의
콘페리가 직접 지사를 설치한데 이어 최근에는 1~2위를 다투는(작년매
출 1위) 하이드릭&스트러글스가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다국적 서치 펌
중 15위권에 드는 업체가운데 8개사가 한국에 진출해 있어 국내 고급
인력 시장을 둘러싸고 외국계 및 국내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
망이다.

다국적 서치 펌은 브랜드네임에 따른 이미지, 국제적 네트 웍을 통한
서비스, 전문성 면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국내 서치 펌은 현지사정
과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력, 고객과의 밀착된 서비스등에 강점이 있으
므로 이용업체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헤드헌터란 사장 및 임원급등 경영진이나 고급기술인력
에 국한해 사용기업으로부터 의뢰받아 추천·알선하는게 정석이다. 그
래서 지금까지 국내 서치 펌의 고객 85~90%가 외국계 기업이다. 국내
기업은 과장~부장급이 주 고객이었다. 사실 국내 서치 펌중 고유의 업
무, 그것도 경영진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
다. 특히 최근 헤드헌터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일반간부직 채용
을 타깃으로 하는 곳이 많다.

경쟁이 심해지자 직위별로 차별화되기도 하지만 직종이나 업종도 전문
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이 큰 정보기
술 금융 유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에 따라 수수료 인하등 출혈경쟁과 편법의 서
비스등이 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서치펌에 대한 인
식을 새롭게 하고 회원사와 고객사, 채용희망자(후보자)들의 권익을
위해 20개 서치 펌이 모여 협의회(KESCA)를 지난 1월 구성했다. KESCA
(Korea Executive Search Consultants Association)는 헤드헌터의 전
문성과 서비스의 질, 영업윤리를 국제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자정노력
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수년새 급격하게 변하는 고급인력 노동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
응해 나간다면 헤드헌터는 기업과 인재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크게 성
장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기업과인재(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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