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기업 ‘고사위기’
작은기업 ‘고사위기’
  • 승인 2004.08.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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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공장가동률이 60%대에 불과하다. 제조업체의 평균가동률이 80%인 점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은행권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지만,중소기업 특히 소기업들엔 그림의 떡이다. 대출 조건이 턱없이 까다롭다.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달리 내수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 경기침체의 타격이 적지 않다. 종업원수 50명 미만의 ‘소기업’의 사정이 더 열악하다. 행여 주문이 들어와도 자금줄을 쥔 은행뿐만 아니라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 거의 고사 위기다.

●중소기업,일부 제외하곤 푸대접 원유정제운반선(FPSO)의 핵심 공정을 국내 최초로 개발,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 S사는 정부가 지정한 ‘혁신선도형 중소기업’이다. 종업원은 80명에 불과하지만 수십억원대의 가치를 지닌 시스템을 개발해 수백원대에 이르는 매출을 보장받게 됐다. 이 회사는 설비투자금에다 원자재까지 대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았기 때문에 자금난을 겪을 일이 없는 데도 은행 대출담당자들이 수시로 회사를 드나든다. S사의 중간 간부는 “회사로 찾아와 대출을 권유하는 거래은행 사람들을 피해 다닐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판금형 열교환기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 3년간 은행대출은 꿈도 꾸지 못했고,아내까지 신용불량 상태”라면서 “종업원들의 나이도 모두 40대 중·후반인데 월급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현재 235조 5000억원으로 매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의 연체율은 거꾸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종업원수 300명 미만의 중소제조업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7월의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을 실사한 결과,6월보다 0.3%포인트 감소한 67.9%로 조사됐다. 설비 가동률은 80%를 기업활동의 정상 운영으로 보고 있으나,중소제조업은 지난해 2월부터 거의 전 업종에 거쳐 60%대로 떨어진 뒤 1년 6개월째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4월부터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종업원수 300명 이상의 대기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올들어 꾸준히 80%를 웃돌다 6월에 전월보다 1.5%포인트 하락한 79.8%로 나타나 중소기업만 조사한 결과와 대조를 이룬다.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도 종업원수 50명 미만의 소기업만 따로 떼내 살펴보면 7월 현재 가동률은 65.4%로 더 낮아진다. 소기업의 경영 애로가 더욱 극심한 점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경영인들은 ▲내수부진(66.6%·복수응답) ▲원자재가격 상승(47.5%) ▲업체간 과당경쟁(38.8%) ▲판매대금회수 지연(35.3%),▲자금조달 곤란(34.6%) 등을 애로점으로 꼽았다.

●소기업이 살아야 경기 회복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295만개로 전체 기업의 99.8%를 차지한다. 이 중 88.9%가 자영업 수준의 소상공인이고 나머지 33만개가 중소제조업체다. 이 중소제조업체 가운데 98%가 소기업들이다. 대부분의 소기업은 독자적인 수출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전히 내수에 의존하거나 대기업의 2차,3차 하청기업인 경우가 흔하다. 경기불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도언 조사과장은 “결국 우리나라 ‘굴뚝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소기업”이라면서 “소기업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야 산업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을 국민이 실감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소기업을 퇴출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됐다. ”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7일 발표한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집중 지원하고 체질을 강화한다. ’면서 소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아예 빼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과 같은 혁신선도형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1000억원을 투자지원하고,‘중견자립형’ 중소기업에는 3년만기 설비자금 35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신용보증에도 2조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송장준 박사는 “단순히 기업 규모가 작다고 특별 배려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아니며,소기업의 성장발전 단계를 잘 파악해 걸맞은 지원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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