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입법은 산업경제적 관행이 기초돼야”
“비정규직 입법은 산업경제적 관행이 기초돼야”
  • 곽승현
  • 승인 2004.10.1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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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이 노동계와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정책기조위원장이 다시한번 입법안의 수정을 언급해 비정규직 입법안에 대해 정부, 여당, 청와대가 서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의 금번 비정규직 입법안에 대한 입장을 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을 통해 들어 본다. <편집자 주>


-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입법안의 문제는 무엇인가?

제출한 시기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심각한 실업문제에다가 기업의 투자 의욕 마저 떨어져 경제 활력이 위축되어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번 입법안으로 기업은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두 번 째로 입법안의 타깃 설정에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은 대기업의 원-하청 근로자간의 격차에서 기인한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입법 보다는 정부의 노조에 대한 설득이나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해법을 정부가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에서 찾고 있는 데 실상 파견근로자는 비등록까지 합치더라도 0.7%이고 기간제 근로자는 4%에 불과해 전체 근로자의 4~5%에 불과한 문제를 가지고 해결하려 들고 있는 형국이다. 세 번째로 금번 입법안에는 내용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세계적 추세가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진행되어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오히려 규제 쪽으로 가고 있다. 실제 OECD발표를 보더라도 각 항목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노동 경직성은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 근로자파견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 근로자파견제를 중간착취라고 보고 있는 인식이 문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실제 1~2%의 마진만 취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업체가 사회봉사 활동을 하라는 것과 같다. 파견업체의 수수료에는 4대 보험 등의 법정 수수료와 채용 및 인사 관리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 착취는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경직된 노사관계 속에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가운데 취업자들의 커리어 쌓기 수단 및 기업의 검증된 인력 채용에 인턴제와 근로자파견제가 활용되고 있다. 또한 근로자파견은 정확한 법적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용역이나 도급에 비해 안정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상대적으로 높다.
정부가 추진중인 네거티브시스템




템제의 도입은 긍정적이기는 하나, 알맹이는 빠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파견직종만 보더라도 26개 직종 중 실제 파견이 이뤄지는 것은 8개 직종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번 개편안도 생산과 건설 등 정작 풀어야 될 직종은 제외하지 않았는가. 이들 직종은 합법적 파견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불법·위장 하도급을 조장하고 종사 근로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하도급 근로자들을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견근로 대상에 포함해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휴지기간은 치명타이다. 이는 직종 확대고 뭐고 필요없이 입법안 자체를 진행하지 않음만 못하다. 기업에서 3개월의 업무단절은 엄청난 생산 비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해당 파견근로자의 실업을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휴지기간제는 기업과 근로자, 파견업체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반드시 철회 되어야 한다. 3개월 휴지기간 때문에 정규직 화가 이뤄진다는 것은 기업과 산업경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 기간제 근로 및 단시간 근로 입법에 대한 평가는?

기간제근로계약을 3년으로 한정한 것은 산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우리의 모든 노동관계법이 8시간 기준의 생산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제빵업계 근로자를 위한 근로관계법이 있을 정도로 세분화 되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일률적 적용으로 사업적, 직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실제 정부의 입법안 대로 기간제 근로 3년안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은 3년이 되기 전에 해고할 수 밖에 없어 결국은 기간제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고 사회적 실업을 부추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편, 단시간 근로의 경우에 12시간 이내로 연장근로를 아예 제한하고 있는데 입법의 취지야 풀타임 근로를 막아 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데 있겠지만, 이또한 산업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 입법안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로서는 금번 입법안이 입법안 자체가 애초에 잘못 되었기 때문에 폐기 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법안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데 더 역 방향으로 갈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은가.
노동관련 입법은 법을 만들어 계몽하기 보다는 형성된 경제시장의 관행을 따라 가는 것이 기본적인 입법 방향이라고 본다.


[인터뷰]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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