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법 개정 암초, ‘35만 위탁급식 종사자 생존권 위기’
급식법 개정 암초, ‘35만 위탁급식 종사자 생존권 위기’
  • 승인 2005.02.2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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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학교급식 직영운영 강제 조항 입법 제출

정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급식비 재원 마련에 회의적’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을 직영으로 하느냐, 위탁으로 하느냐를 놓고 끝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 공식 입장은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여러 곳에서 이 사안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해, 17대 국회에 학교 급식의 전면 직영화, 우리 농산물 사용 의무화, 급식비의 국가 및 자치단체에서의 지원 등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펼쳐온 민노당,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3대 원칙을 골자로 한 학교 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급식에 대한 위탁 급식을 삭제, 직영으로 운영하도록 강제 조항을 확대했다. 또한 100% 순수 국산 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하고 각종 품질 인증 기준을 거친 식재료만 급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의무 교육 대상에 대한 무상급식만이라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었다.
직영을 주장하는 것은 저가 공급을 원칙으로 하는 급식 현실에서 식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안정성이 검증 안된 외국산 농산물의 과다사용, 운영경비의 절감을 위한 불안한 근무환경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 한국급식관리협회(회장 박홍자)에 따르면, 민노당과 시민단체들의 급식법 개정은 오히려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를 실행하게 되면, 국산과 수입산의 경우 단가의 차이가 크게는 20배가량 차이가 나게 되며, 수산물의 경우 90%가 수입산이고 국내 산지에서의 냉해나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오히려 식단의 다양성 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급식비는 학부모에게서 나오는 것이 현실로 정부에서의 급식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영 전환 시 조달해야할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협회는 밝혔다.

내 자식의 밥은 내가 해야 안전하다?

2004년 7월 말, 현재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의 10,343개 학교(학생수 7백 3만 5천명) 가운데 직영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81.34%이며, 위탁 급식학교는 18.66%에 불과하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오히려 위탁의 운영 비율이 앞서고 있다.

급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생의 문제이다. 매년 터지는 위생관련 사고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약청 관계자에 따르면,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위탁 급식 업소의 경우 영업소 폐쇄명령이 내려져 행정처분을 할 수 없는 직영 보다 위생관리가 오히려 더욱 철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장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 직영체제 학교 급식의 경우 식중독 관련사고가 발생해도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대학교, 종합병원, 군부대 등도 전문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으며, 식사의 질과 서비스가 개선되고 비용절감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영체제로의 전환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구미 선진국과 일본의 경우에도 학교 급식 민영화와 업체들간의 자율 경쟁을 통해 보다 양질의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250여 위탁업체 35만 회원 모임인 (사)한국급식관리협회 곽일영 사무총장은 “직영의 경우 노무관리, 영양관리, 시설관리 등 급식관련 업무가 상당히 늘어나게 되는데 반해 모든 것을 영양사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관리상의 허점이 상존하게 된다” 며, “식중독 사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요소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영의 경우 그동안 문제시되어 왔던 납품비리나 경영상의 투명성 문제에서도 오히려 더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직영을 할 경우 식재료비의 사용을 수치상 늘지 몰라도 실질적인 급식의 양과 질이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직영급식학교 최저입찰제도는 품질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입찰담합의 불합리한 점이 존재해 납품비리로 발전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또한, 맞벌이가 보편화되어 있는 요즘에 학부모가 급식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 경우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급식도 교육의 일환, “정치논리·실적 위주 정책 배제”

학교급식은 건강한 국민 육성을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양질의 급식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제공해야하며,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병행돼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급식은 제 14대, 고등학교 급식은 제 15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추진되었으며, 위탁급식 제도도 1996년 국회의원 선거 공약 도입되는 등 정치논리에 의해 내실보다는 실적위주로 추진되어왔다.

학교급식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없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은 여론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정치논리로 추진된 확대정책은 결국 위탁 운영제도를 탄생시켰고 거액의 시설 투자비까지 투입한 위탁운영 업체들은 학교급식의 양적 성장에 1등 공신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2003년 위탁급식소에서 많은 식중독사고가 발생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년까지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위탁급식 운영업체들이 반발하자 2003년 11월 당시 고건 국무총리는 ‘정부는 직영이든 위탁이든 운영방식 선택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 고 공식 발표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국무총리의 발표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7년 직영전환 방침’이 더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수억원의 자본을 투자한 기존의 업체들과의 사이에 정치권에서의 학교 급식법 개정안 발의는 더욱 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위탁·직영 공존하며 질적 선진화 추구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직영을 주장하는 쪽이나 위탁을 주장하는 쪽 그리고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을 어느 한쪽만 택하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들 역시 현실적인 문제는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적인 질적 향상만 기대하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주무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기존의 위탁업체 또한 직영 업체와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자발적인 경쟁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물론, 국가에서는 위탁과 직영에 지원을 똑같이 해야한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의 학교 교육에서 수요자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 급식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질적 향상과 과학적 관리를 도모하는 학교 급식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학교 급식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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