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도 노조 결성
외국인노동자도 노조 결성
  • 승인 2005.04.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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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인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노조 규약을 만들고 노조위원장과 감사 등 노조 설립에 필요한 임원을 선출했다. 이날 총회에는 수도권의 중소 공장의 3디 업종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불법 체류 노동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노조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온 지 13년이 되는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샤낄(39)은 “2~3년 전에 노조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뒤늦은 감이 있다”며 “우리도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의 텐징(29)은 “노조를 어렵사리 만들어서 그런지 더 뿌듯하다”면서도 “노조 결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독자 노조를 설립하고 나선 것은 현행 고용허가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문제점이 있는 데다,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한 뒤 추방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선영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사무국장은 “40만명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18만명이 미등록 노동자 신분이고, 8월이면 추가로 11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생긴다”며 “정부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이고 단속 과정에서 가스총을 사용하는 등 인권침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규약에서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이주노동자 근로조건 개선과 권리 확보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을 목적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우선 서울과 경인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의 노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노조가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노동부에 설립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만약 노조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법외 노조로서 합법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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