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최근 임금교섭 특징 및 과제’ ...고임 대기업이 임금인상 주도
경총, ‘최근 임금교섭 특징 및 과제’ ...고임 대기업이 임금인상 주도
  • 남창우
  • 승인 2006.07.24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李秀永)가 지난 19일, 발표한 ‘최근 임금교섭 특징 및 과제’에 따르면 최근 고유가와 환율하락, 수해피해 등 대내외 악재로 기업체감경기는 매우 비관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말 현재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의 협약 임금인상률은 5.2%로 전년동기(4.7%) 대비 오히려 0.5%p 상승하였다. 이는 5,000인 이상 대기업의 인상률이 6.9%로 전년동기(4.5%) 대비 2.4%p 높게 나타나 올해 임금인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교섭진도율은 24.2%로 전년동기(26.3%) 대비 2.1%p 낮아져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진도율 하락은 올해 임금교섭과 단협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업이 많아 임금인상 외에 노조전임자, 산별노조 전환, 복수노조 관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점과, 상급단체의 한미 FTA 반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투쟁 등 정치적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에 분석된다.

특히 정유, 화학 업종 등 주요 기업의 임금교섭이 원만히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업인 자동차 업계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체 임금교섭진도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의 파업이 2주째에 접어들면서, 14일을 기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파업은 전년보다 강도가 훨씬 높아 7.15 현재 이미 약 68,000여대의 생산차질과 9,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완성차 업계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을 분석한 결과, 고유가·환율하락의 영향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한 요구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완성차 4개사의 10%에 육박하는 임금요구안은 생산성 향상에 의한 정당한 요구가 아닌 파업을 통한 조합원 결속 강화, 산별노조 전환 여론 조성 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으며, 호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개편 요구는 직무급제, 연봉제 등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향후 자동적인 임금인상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미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 수준을 보장받고 있으면서도 상여금 확대,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요구안이 수용될 경우 산업·기업규모간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동차 3사(현대, 기아, 쌍용)가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1일 손실액 1,599억원, 1일 손실대수 10,480대로 추정된다. 이를 기간별로 추정해보면 10일간의 전면파업만으로도 전년 전산업 생산차질액(1조 2,899억원)을 뛰어넘는 1조 5,990억원, 한달간 지속될 경우 3배에 달하는 4조 7,9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이미지 악화 등 유무형의 손실을 합할 경우 파업손실액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며 연관 산업 및 기업이 많은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전면파업시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들의 생산차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에 반해 과거 파업으로 큰 진통을 겪었던 일부 기업들의 경우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을 노동조합측에서 충분히 인지, 사측에 임금교섭을 위임하거나 임금을 동결하는 형태로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또한 강성노조로 유명한 미국 전미자동차노조가 GM 등 노조 소속 근로자의 인력감축을 수용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임금동결을 통한 R&D 투자확대로 전년 사상최대의 순익을 올린 일본 도요타 등의 해외사례는 매년 연례행사화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파업관행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총은 일부 고임사업장의 고율 임금인상 요구는 기업 규모간 임금격차를 확대시켜 근로자간 위화감을 조성함은 물론,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을 지적하였다. 특히 개별 기업의 임금교섭은 합리적인 기준을 토대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및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 등 일부 고임사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임금교섭 행태는 우리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한 축으로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향후 노동조합은 임금교섭에 있어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대외여건 악화 극복을 위해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 인상 요구는 자제해야 할 것을 지적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