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비정규직은 어디에?
현대차 노조 ‘파업’ 비정규직은 어디에?
  • 남창우
  • 승인 2006.08.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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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근로자 근로조건 악화될 전망...노사협상전문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6일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도급 및 파견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대자동차 파업에서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연계해 오는 2009년부터 현행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노조는 당초 내년부터 월급제 전환을 요구했다. 일단 월급제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월급을 얼마로 산정할 것인가에 대해 노사간 합의가 필요하다. 또 주간 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실시 이후 노동시간 감소 및 인건비 상승에 걸 맞는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도 관건이다.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윤여철(울산공장장)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교섭대표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8차 교섭을 갖고 이처럼 합의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가 파업대란을 겪으면서 그 여파가 협력업체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업체는 물론이고 탁송회사, 심지어는 위탁판매 대리점까지 그 여파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손실은 1조 3천억 원 가까이로 사상 최대규모에 근접했다. 생산량으로는 9만 3천 800여 대, 금액으로는 1조 2천 900억 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던 지난 2003년보다는 조금 작지만 협력업체의 피해까지 합하면 2조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노무법인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파업의 이러한 부분을 놓고, 향후 하청업체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조건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인상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이에 따라 도급업체의 가격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모 노무법인의 대표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비정규직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노무법인 대표는 “실제로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그만큼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상황은 물가상승률에 대비해 악화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선입선출의 어려움은 둘째 치고라도 제품에 녹이 발생이 되면 쓰지 못하고 폐기처분 해야된다"며, “협력업체에서는 어려움이 많이 있고 또 납품을 못하게 되면 자금 회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탁송회사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80%나 운송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업계는 이번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협상타결은 환영하지만,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풀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노사협상 전문가가 양측의 입장을 수렴해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무엇이 문제인가]

“노조, 파업 일상화 협상수단이 가장 큰 문제다”

하청업체 자재대금 끊겨 생존 위협 불 보듯 뻔해
비정규직근로자 근로조건도 더욱 악화될 것

현대자동차 파업과 관련해 삼일노무법인이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차의 파업으로 인한 현재 노사 및 비정규직근로자간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에 대해 Q&A식으로 상세히 정리했다.

Q : 노사간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은?

A : 현대차 노사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조가 파업을 일상화된 협상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파업을 통해 협상을 타결하는 원인에는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 노조로서 ‘투쟁을 통해 성과물을 획득해야 한다'는 투쟁기조를 노조의 특징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을 하면 하나라도 더 받는다'는 논리가 노조 지도부와 중 간 간부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특히 여러 계파 및 현장 조직간의 선명성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파업 악순환 속에 현대차는 지난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노조의 파업으로 100여 만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0조 2274억여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생산손실을 입었다.

또한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측이 임금협상안과 별도로 올해 사업계획 100% 달성 시 생산목표달성 성과금 150% 지급 성과금(통상급의 100%)과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격려금(100만원) 임금교섭 체결 즉시 지급 등을 약속하였는데, 이는 조합원들의 파업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의 임금 감소분을 충분히 보전하고도 남는 수준의 금액이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상당수 조합원들은 반드시 파업을 해야 임금을 더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파업 반대파는 어용으로 몰리는 게 현실이다.

회사측도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단기처방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노조측의 강경 대응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 노사문제의 해결방안이라면 일단은 파업을 일상화된 협상수단으로 사용하는 노조측의 태도 변화이다. 대기업 노조의 장기파업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인상안은 노동계 전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평상시에도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하물며 원청 노조의 파업기간 중 하청업체와 소속 근로자들이 작업중단으로 겪는 고통은 해마다 반복하여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따라서 경제계의 입장에서 뿐 아니라 노동계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현대차 노조의 대승적인 임금협상 전략과 전술이 요구되어진다.

또한 사측도 현실적인 임금협상안을 마련하여 줄 필요가 있다. 파업으로 입는 막대한 손해와 파업기간 중에도 지급해 주어야 하는 각종 수당 등을 감안하여 애초에 타결가능성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그러고도 노조측이 파업을 강행한다면 이에 대하여는 회사 뿐 아니라 정부측에서도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부당한 파업으로 인해 노조측도 잃는 것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Q : 정규직 외에 하청업체가 갖게 될 부담감 및 손해

A : 현대차 노조의 한 달여간 지속된 파업으로, 370여 개 1차 협력업체와 4천 3백개 2차 협력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월말이 가까워 오면서 자재 대금 등으로 끊어 놓은 어음은 계속 돌아오는데 파업이 길어져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하청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파업으로 인해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매출도 감소해 자금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원청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휴무는 회사측의 사유이므로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70%의 휴직급여를 지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는 이중고의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에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도 그야말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하청업체들은 현대차의 적기생산(Just In Time) 방식을 따라야 하므로 재고를 갖고 있어 봐야 소용이 없다라는 현실도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Q :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게 될 상황

A : 지난 7월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국내 최대의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위원장 안기호)이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조직대상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안에 있는 1만 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지난 11일까지 500여명이 조합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현대자동차 측은 노조의 명칭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즉, 회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내 하청노조의 출범과 노조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 전부터 한국 경제에 뿌리내린 원 하청 간 종속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와의 단체협상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생존과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짓기 때문이다. 특히,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 이들에게 원청업체와의 협상은 더욱 간절하다.

원청과 하청간의 불평등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는 원청의 대표적인 횡포는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와 노조활동 방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3월 중소협력업체 24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청으로부터 불공정 거래를 당했다는 중소기업(전체의 22.3%)들은 ‘매년 단가인하 요구' (43.3%)를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았다. 원자재 값이 뛴 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원청이 납품단가를 해마다 후려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시각은 ‘대기업이 원청 정규직 근로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대신 그만큼 하청의 납품단가를 인하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즉, 원 하청 불평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바탕에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또한 원청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조활동까지 통제하고 있다.

즉, 하청업체가 단체협상 중이라면 노조의 단체행동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한다면 납품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위협을 가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봉쇄하고 있다. 특히, 사내 하청 근로자는 외부 협력업체 근로자에 비해 원 하청 종속관계에 따른 피해를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비정규직인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신분적 차별’로 인한 저임금과 박탈감, 나아가 인간적 모멸감까지 느끼며 일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동차는 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면서 해마다 200% 안팎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순이익이 난 요인으로 수출증가를 들 수 있지만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나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이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러나 성과급 잔치에서 소외된 하청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그만큼 깊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산업별 협약, 중간 수준의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대상 직업훈련교육 강화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재계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임금안정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며 정규직과 분리된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Q :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해결방안

A : 우선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보면,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삼는 시각은 영미형 자본주의보다 유럽형 자본주의에서 엿보이며 일반적으로 두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하나는 법률로 대응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협약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법정최저노동기준을 제정하는 방법을 의미하고 후자의 경우 단체협약에 일반구속력을 부여해 협약의 효력을 비조합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법이다. 유럽연합(EU) 15개국 가운데 전자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9개국, 후자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가 12개국이란 점에서 유럽에서는 후자를 강조하는 경향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경향에는 경험적인 교훈이 자리잡고 있다. 즉, 프랑스처럼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낮은 경우 법정기준이 협약기준을 선도해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우브리법'으로 알려진 노동시간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처럼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강한 경우에도 법정기준이 협약기준을 선도해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1990년대 중반 호황으로 협약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정부가 법정기준으로 이를 억제한 사례가 그것이다.

두 경우 모두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는 법정기준이 노동조합의 교섭의제를 정치적 의제로 변질시키면서 노동조합의 입지를 좁혀갔기 때문이다. 결국 법률보다 협약에 중점을 두는 유럽 노동조합의 교섭정책은 노동보호를 남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려는 전략적 인식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우리 노동계가 비정규노동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해결할 의지를 갖는다면 협약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이며 그것은 자신의 교섭구조를 초기업단위로 재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는 정규직(생산직)이 2만5,000명이고 8,000명이 비정규직이다. 기업입장에서 비정규직 형태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원가절감 때문이다.

현대차는 8,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연간 1,500억 원정도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가격경쟁력으로 국제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화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90년대 20%에서 요즘은 5~10%선으로 좁혀졌다. 인건비가 더 올라가면 이마저 유지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IMF 협의단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를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로 권고했다. 우리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의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뿐만이 아니라 대기업 노조는 우리 경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비록 단체협상의 상대방은 자신들이 소속된 기업일 뿐이지만 그러한 단체협상의 진행과정과 결과가 수많은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고통을 안겨줄 정도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면 대기업 노조의 근로자들도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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