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본 국내 노동시장의 방향
선진국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본 국내 노동시장의 방향
  • 남창우
  • 승인 2006.10.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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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의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경직성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및 일본의 노동시장은 현재 비정규직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각 기업의 인력 유동성 및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각 국의 경제 상황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노동시장의 자유로운 경쟁력을 통해 업무의 질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노동시장 정책의 변화 속에서 국내 노동시장 정책의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독 일 - 파견회사 파견근로관계 자유롭게 해지, 파견기간 제한 없어
프 랑 스 - 20인 이하 중소기업 채용시 2년 수습, 35시간 근무 폐지 방향
영 국 - 최저임금제도 폐지, 최저근속 기간 6개월에서 2년으로
네덜란드 - 계약기간 최장 30년, 계약직·파견근로연쇄적관계 허용
미 국 - 노동조합에 대한 업격한 입장, 법적 규제 가장 적어
일 본 - 근로자파견 네거티브 전환, 제조업도 파견근로 허용

최근 선진국들은 급격한 시장변화에 따른 실업률의 증가, 사회복지 재정의 고갈, 경제불황 등으로 경제 및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경직성을 완화하려는 노력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노동시장 대응방식은 노사관계, 근로조건, 법과 문화, 집권당의 이념과 가치 등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지만 근로자보호에서 사용자보호로, 사회평화의 유지, 경제의 안정적 발전,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독일의 경우 파견근로자 사용을 희망한 사업장에 인력공급 알선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만 55세 이상인 실업자를 고용할 때 사용자의 고용부담금을 면제해주며 2개월 또는 50일 이하의 단기근로자에게 사회보험법 의무를 면제시키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편 파견회사가 경영상의 사유를 들어 파견근로관계를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으며, 파견기간의 상한도 폐지했다. 해고제한도 사용자의 정당한 경영상의 이익이 고려되도록 개정했다.

프랑스는 여느 선진국보다 실업자 문제가 심각하다. 75년 600만 명에 달했던 제조업 종사자는 지난 2000년 400만 명으로 줄었다. 서비스업의 발전과 생산공장의 해외이전 탓이다. 현재 프랑스는 25세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2년 내 해고를 자유화하는 최초고용계약(CPE)을 반대하는 대학생·청소년들이 시내마다 홍수 같은 시위물결을 이루고 있다.

또한 2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신규근로자 채용 시 2년 간 수습기간을 두게 했고, 연장근로시간을 180시간에서 220시간으로, 업무 형태에 따라 최대 250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 주 35시간 근무는 사실상 폐지하는 결과가 됐다.

영국은 OECD에서도 노동시장 경직성을 지적하며 실업보험, 최저임금제도, 근로시간 등의 변화를 요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최저근속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지난 93년에는 최저임금제도를 폐지했으며, 94년도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면허나 신고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체결과 계약기간에 대해 최장 30년 간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는데, 판례조차 3년이 넘지 않는 3회까지 계약직과 파견근로의 연쇄적 관계를 허용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에 관한 법적 규제가 매우 적은 나라이며, 근로자의 90%는 노동조합 내지 단체협약과 관계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법조차 노동조합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경영의 유연성을 더욱 더 확보해 주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인 연공서열제에서 연봉제로 탈바꿈했다. 시간 외 및 휴일 근로, 심야작업과 여성보호 규정마저 지난 97년도에 폐지했고, 3년까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2004년부터는 개정 노동시준법이 시행돼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상한 기간을 5년으로 했다. 특히,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했고 그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으며 제조업에도 근로자파견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는 종래의 정규직인 고용유형 뿐만 아니라 단시간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파견근로자 등으로 다양화된 비정규직 고용유형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그간 선진국들의 규제완화와 유연성재고 정책을 우리나라도 90년 이후 꾸준히 답습하다가 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더욱 급격히 추진하게 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서구의 선진국들이 취하는 이러한 비정규직의 다양화는 노동의 유연성 추진의 목적으로 전개되어 산업구조의 변동에 따른 합리적인 방법으로 전개된 데에 반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의 증대는 단순한 기업 경영의 편의나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타나는 등의 변태적이며 편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데에 그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규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용보호를 하면서 비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는 국가의 고용전략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가 엄격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활용을 용이하게 한다면 고용자들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활용할 유인동기를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용이 불안하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는 임시직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법안의 핵심내용은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임시직에 대한 무기계약 판단기준이 대체적으로 1년 단위로 체결되는 근로계약의 2회 갱신여부임을 고려할 때 계류법안대로라면 일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의 제정으로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마다 바꾸어서 사용하고, 파견근로자도 동일 근로자를 최대 2년의 기간만 사용하려고 한다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더욱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동계의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특정 근로자를 2년 간 연속하여 고용하였고 계속해서 고용할 필요가 있다면 그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고 2년이란 기간을 통해 해당근로자에게 어느 정도의 숙련이 형성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해고하는 것이 사용자의 이익에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비교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특히 집단적 정리해고의 경우 법적으로 용이한 나라로 분류되나 실질적으로는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정리해고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정리해고보다는 명예퇴직제도를 인원정리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했다.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의 협의 절차는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요구된다. 법에 정한 과정을 거쳤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이나 해당근로자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제소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기업의 정리해고를 보면 상당수의 근로자들에게 명예퇴직금이 지급되었으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크지 않고 정리해고가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예에서 알 수 있듯 선진국들은 법률적 규제완화를 통해 근로시간제도, 해고제한 등을 완화하고 있으며, 단시간근로, 기간제근로, 파견근로 등 비정규 고용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재정을 불안하게 하는 각종 사회보험의 지급범위를 축소하거나 그 수준을 낮추는 등의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또한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도 근로조건 결정시스템이 하위시스템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세력과 힘을 규제하는 형태로 법률과 판례가 변화하기도 하며,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권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그 흐름이 전개되기도 한다. 선진국들의 노동시장 개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노동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전통적인 노동법으로는 더 이상 근로자의 보호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보호이념이 최소한의 원칙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노동법의 경직된 규정 완화가 절실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해고 제한의 전반적인 관련 규정 수정 및 파견근로의 직종확대 및 기간의 유연성 확보 등 법적인 수정이 요구된다. 나아가 노사자치 영역을 확보해 노사간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며, 계약자유의 영역을 확대해 개별 근로관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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