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과 인적자원관리 방향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과 인적자원관리 방향
  • 남창우
  • 승인 2006.12.1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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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30일 민주노동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제정),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중 개정법률, 노동위원회법중 개정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발생한 ‘양극화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폐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사회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IMF이후 더욱 심해진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4년 11월 8일 국회에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안을 제출하여 2년여의 진통 끝에 최종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와 특히 노동계는 정부의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하여 왔다. 과연 정부의 당초 기대대로 “현재 정규직의 62.8%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크게 개선되고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자의 남용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의 논란이 되는 핵심내용을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먼저 흔히 계약직이라 일컫는 기간제근로자를 업무 성격에 관계없이 고용하되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으로 간주토록 해 사실상 정규직화 되는 길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는 6개월, 1년, 1년 6개월 등의 2년 미만의 기간으로 계약직을 사람만 달리해 같은 업무에 반복 고용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또 정규직 전환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2년 안에 비정규직들을 무더기로 해고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하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 사유 제한’을 비정규 보호 방안으로 주장했었다.

파견근로자의 경우는 파견 허용 업무만 지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면서 역시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별도의 계약을 통해 고용토록 하는 '고용의무'를 적용키로 했다. 따라서 2년 이상 초과해 근무하면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는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개정전의 ‘고용의제’보다 약화된 조항이다. ‘고용의제’는 법률적으로 이미 고용계약 관계가 맺어진 것으로 간주하는 강력한 규제 장치인 데 반해, ‘고용의무’는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 전 파견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 ‘무허가 파견’으로 2년 이상 근무시켰을 경우도 '고용의무'가 적용되고, 불법파견 적발시에는 기간에 관계없이 그 즉시 '고용의무'를 적용받게 된 것은 진일보한 점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회사 내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명문화시켜 전체 근로자의 37%(548만명·노동계 주장은 86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꾀한 점도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해 차별을 인정받으면 사업주는 노동위의 시정명령을 따라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고 1억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차별 시정을 요구한 근로자에게 보복 조치를 한 경우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차별금지 및 시정과 관련되는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에 부담이 클 것을 고려해 300인 이상과 공공부문은 내년 7월부터 실시하되 100~299인 기업은 2008년 7월부터, 100인 미만 기업은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정에 따라 신설되는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절차를 차질없이 운영하기 위해 13개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을 신규 위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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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에 ‘어디까지를 차별로 볼 것인가’ 하는 기준이 불분명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하위규범에 불합리한 차별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진통이 예상되며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한 적용에 있어서도 일정기간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업무를 기업내 일정직군으로 편제시켜 불합리한 차별이 아닌 ‘합리적 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비정규직보호 관련법이 마련되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기업에서도 경제 환경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신기술과 신지식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가면서 ‘일자리’에 대한 전통적인 규정들(예를 들어 일하는 기술, 방식, 장소, 시간 등)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급속히 증가하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일자리 모두를 뭉뚱그려 정규직과 다른 일자리라는 의미로, ‘비정규직’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규정하고 분류해 버리고 말 뿐이다.

이러한 개념규정 자체가 일자리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만을 하게 함으로써 정규직만이 바람직한 것이고 비정규직은 피해야 할 것, 좋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는 비정규직에 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한다. 예컨대 비정규직은 인건비가 싸다든지, 로열티가 부족하고, 보조적 업무만 담당할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높은 실업률로 인하여 당장은 비정규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정규직 이상의 역량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이를 발휘할 기회가 봉쇄된 인적자원들도 많다.

이제부터는 기업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들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즉 기업들은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새로이 마련해야 한다.

미래의 조직은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데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는 소수의 지식근로자에 의해 좌우될 것이고, 지식근로자에게는 고용형태나 안정성보다는 프로패셔널화된 개인의 브랜드 가치 향상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규직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에 근거한 인재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하여 관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정부의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이 모두의 기대를 충족하는 완벽한 법은 아닐 것이나, 정부의 입법취지대로 적용되고 운용되어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하위규범에 ‘합리적인 차별’의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차별시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용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영계와 노동계도 모두 이번 정부의 비정규직보호 관련 법률의 취지에 맞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경영계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분별한 남용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고, 노동계도 합리적인 대안과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사정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면서 기업들이 다양화된 고용형태를 반영한 새로운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여 운용해 갈 때 비정규직의 개념정의를 할 필요도 없이 비정규직의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아질 것이고, 따라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갈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한그루 나무를 보는 세세함과 더불어 전체 숲을 보는 큰 시야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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