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되돌아 보는 2006년 마케팅 키워드'
LG경제연구원 '되돌아 보는 2006년 마케팅 키워드'
  • 남창우
  • 승인 2006.12.1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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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이 최근 '되돌아 보는 2006년 마케팅 키워드' 를 발표했다.

마케팅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차별화’다. 모든 마케터들은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하여 소비자에게 내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경쟁사보다 뛰어난 제품을 출시하거나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쉽게 차별화가 되겠지만, 기술 발달과치열한 경쟁으로 이런 본질적인 차별화는 쉽지가 않다. 이 때문인지 마케팅에서의 차별화는 브랜드와 감성,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2006년에 주목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얼굴부터 바꾼다, Brand Renewal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명칭을 최신 브랜드로 바꾸기 위해 행정소송을 낸 사례가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 브랜드 대신 최신의 브랜드로 명칭을 바꾸고 외장과 로고를 바꾸면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집착과 아파트의 실질 가치에 대한 씁쓸한 논란의 소지를 잠시 뒤로 하고 보면, 일반 소비자들도 브랜드 명칭이나 로고와 같은 브랜드의 외모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외모 효과 때문일까, 최근에는 기업의 CI(Corporate Identity) 개선 및 통합 작업이 이루어지며 브랜드 로고나 명칭을 변경한 사례가 많았다. 대기업으로 보면,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LS그룹이, 그리고‘행복 날개’를 대대적으로 내세운 SK그룹, 금호 아시아나 등이 CI작업으로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또 삼양사, KCC, 풀무원, 동국제강그룹, 현대제철(구 INI스틸), 산업은행, NH증권(구 세종증권), 트라이브랜즈(구 쌍방울), 신세계푸트(구 신세계푸드시스템) 등이 올해 CI를 새로 제정했거나 교체했다.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내실을 다지던 기업들이 그간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기업명이나 로고의 변경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겉모습의 변화이외에도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는 것이 좋다. 실체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못한 이미지의 변화는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사명 변경 사례를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우선 합병과 분사 등이 이루어진 기업에서 CI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새롭게 통일감을 주는 것이 목표다. HSBC는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통합작업을 통해 모든 계열사의 광고 및 회사명을 HSBC 단일 브랜드로 일원화시켰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적인 은행으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이었다. 결과적으로 HSBC는 2003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가장 높은 브랜드 가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또, 전략적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CI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전 기업중심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General Electric에서 GE로, 제당중심의 기업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제일제당에서 CJ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주요 기업들의 CI(Corporate Identity) 개선 및 통합 작업도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하고보자 식보다는 브랜드 Renewal과 함께 수반되어야 할 실체적인 변화를 명확히 하고, 사업영역에 맞는 컨셉을 정해서 보다 성공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2. 제2의 브랜드, 애칭(Pet name)

2006년에는 브랜드 네이밍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이 전개되었다. ‘ 초콜렛’, ‘ 샤인’, ‘ 보르도’등 제품 브랜드가 아닌 애칭(Pet name)의 유행이다. 브랜드의 애칭은 정식 기업 브랜드나 개별 브랜드와는 다른 네이밍(Naming)을 통한 독특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브랜드와의 충돌을 피하면서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명 와인 중에는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애칭을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는 1945년부터 매년 유명 화가를 선정해 새로운 라벨을 붙여오고 있는데, 매년 어떤 그림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애칭이 생기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가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2000년산 빈티지는 종이 라벨 대신 제조사인 바롱 필립 드 로칠드 가문의 ‘아우구스부르그의 양’을 새겨 넣어 사람들이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와인이라고 생각하게 한다든가, 라벨에 하트를 붙여서 발렌타인 데이에 그 와인을 마시게 한다든가하는 것이다.

애칭의 유행은 휴대폰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초콜렛’, ‘ 샤인’등 기업 브랜드나 제품 브랜드와는 별개의 애칭이 브랜드로 사용된 제품이 히트를 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휴대폰이 디카폰의 화소 경쟁, 뮤직폰의 음악 저장용량 경쟁 등‘기술 경쟁’의 성격을 벗어나, 디자인과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코드의 전쟁으로 그 양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과 스타일이 제품의 성공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됨에 따라 보다 감성적이고 친근한 애칭(Pet name)이 커뮤니케이션의 툴로 자연스럽게 활용된 것이다.

어쩌면 간과하기 쉬운 네이밍과 같은 단순한 요소에 애칭을 더함으로써 제품의 속성을 자극하고, 그 자체를 커뮤니케이션의 테마로 활용하는 방법은 효과적인 차별화를 가능케 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 이상 기계적 성능이나 사양이 아닌 감성적인 면으로 변해갈 경우, 애칭을 활용한 브랜딩 전략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3. 브랜드의 동거, Branded brands

브랜드의 컨버전스(Brand Convergence) 현상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브랜드는 독창적인 고유의 Identity를 내세우기위해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와 달리 몇 개의 개별 브랜드가 그들의 핵심 경쟁력을 서로 결합하여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복합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 일이 흔해진 것이다. 둘 혹은 셋 이상의 브랜드가 묶이게 되어 ‘Branded brands’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같은 현상은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나 부품의 일부분을 브랜드화 하는 Ingredient Branding, 감성적 디자인과 제품의 제휴, 그리고 광고, 판촉 등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전개하여 시장에 알리는 공동 브랜딩 활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Ingredient Branding의 성공 사례로 자주 회자되는 것이 Intel사의 Intel inside 캠페인이다. Intel사와 PC 제조업체는‘Intel Inside’로고와 함께 공동광고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Intel은 인지도를 제고하고, PC제조업체는 Intel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고품질의 이미지를 PC에 전가시켜 Win-Win할 수 있었다. Ingredient Branding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Goodyear의 타이어 고무 기술을 신발의 밑창에 적용한 아디다스의 스니커즈, Puma의 에어매시기술을 시트에 적용한 BMW의 미니(Mini), Bose의 뮤직 시스템을 적용한 아우디의 스포츠카 TT 등이 그 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샤인’휴대폰 역시 200만 화소 카메라 렌즈를 세계적인 카메라 렌즈 업체인 슈나이더사로 부터 제품 인증을 받고 이를 성공적으로 홍보한 바가 있다.

디자인 측면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유명디자인과 제품을 결합시킨 사례도 등장했다. Acer노트북의 경우 CPU의 속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페라리의 컬러와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LG전자의 아트 디오스 냉장고의 경우도‘꽃의 화가’로 유명한 하상림의 작품을 냉장고 문 전체에 옮겨 놓음으로써 10~15%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디오스 제품 판매율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끈 바 있다.

브랜드 컨버전스 사례는 공동 브랜딩 활동으로도 나타났다. 공동 브랜딩 활동이란 브랜드 간 제휴를 통한 광고, 판촉,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 브랜드가 지닌 전문성이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랄비, 브라운, 듀라셀과 디즈니가 공동으로 브랜딩한 아이들용 진동 칫솔이 있다. 오랄비의 칫솔, 브라운의 진동기술, 듀라셀의 배터리, 그리고 디즈니의 캐릭터 개발 등 각 개별브랜드의 핵심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같은 공동 브랜딩 활동은 제품의 기획/개발 단계부터 각 브랜드의 니즈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잘 활용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있는 보다 통합된 형태의 브랜드 컨버전스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품 자체가 결합된 형태의 브랜드 컨버전스 사례가 드문 것이 사실이지만, 2006년 그 단초를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LG전자의 휘센EVE 에어컨과 벤츠 E-class가 주요 타겟 고객층이 비슷하고 두 브랜드 모두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며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동 마케팅 기회를 찾은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브랜드의 컨버전스 현상은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며, 협력 브랜드의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는 만큼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언더그라운드의 부상, BTL의 활용

2006년에는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었던 만큼 스폰서십이나 이벤트 활용 등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본질적으로 TV, 라디오, 신문, 잡지라는 전통적인 4대 매체를 통한 ATL(Above the line)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효과성이 떨어짐에 따라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입소문, 이벤트, 스폰서십, 티저광고,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활용 등 등 대안적인 BTL(Below the line) 커뮤니케이션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광고제 수상작이 ATL광고에서 BTL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BTL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ATL talks at you, BTL talks to you(ATL은 당신이 있는 곳에 말하고, BTL은 당신에게 말한다)’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소비자의 생활 주변으로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접근성’에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신제품을 보면, BTL 매체를 잘 활용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바이스는 ‘시그니처’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때 버스를 활용한 랩핑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버스 벽면에 ‘싸인 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흰색 랩핑 광고물을 부착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인을 남기도록 하여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신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3M은 깨지지 않는 유리코팅필름의 제품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코팅필름을 입힌 유리 속에 지폐를 집어넣었고, BMW는 빌보드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운행하는 미니(Mini)의 모습을 보여 제품의 편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어냄으로써 ATL이 가지지 못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있다.

BTL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을 TPO(Time, Place, Occasion)별로 나누어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정보와 체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ATL에 비해 보다 다양한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에 유리한 장점을 지닌다. 이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BTL 방법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통합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5. 구매의 키는 감성, 뜨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BMW는 뉴3시리즈 브랜드 광고를 10분짜리 단편 영화 3편으로 만들어 개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 LG생활건강의 럭키스타 치약 광고는 ‘키스 배워서 남 주자’라는 키스학 입문 등의 브랜드 스토리를 젊은 남녀의 솔직한 사랑법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2006년 감성마케팅을 정리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짓는 키는 이성적 사고가 아닌 감성의 자극이라는 전제 하에 출발한 감성마케팅이 진일보한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색을 이용한 컬러 마케팅, 즐거움, 따뜻함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펀(Fun)마케팅, 웜(Warm)마케팅과 같은 기존의 방법들은 순간적이고 강렬한 자극을 목표로 했다.

반면,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보다 쉽게 이해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자극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고객이 꿈꾸는 이야기를 상품에 담아 고객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감정적인 애착(Attachment)을 줄 수 있다면 단순히 우수한 품질이나 기능, 디자인을 가진 제품보다 더욱 매력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기업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보다 명확한 소구 포인트, 보다 호소력 있는 스토리를 지니고 전개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2006년에 전개된 마케팅 트렌드를 키워드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브랜드이미지의 변화와 참신한 커뮤니케이션의 개발, 그리고 보다 진화된 방법으로 전달하는 감성 등 차별화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소프트한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남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서는 기본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 트렌드의 중심을 파악하고, 2007년의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LG경제연구원 정용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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