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
LG경제연구원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
  • 남창우
  • 승인 2007.02.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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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이 11일,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글로벌 초우량기업과 비교한 국내 우량기업의 상대적 경쟁력 수준은 90점으로 평가되었다. 경쟁력을 구성하는 5가지 성과지표 중 수익성은 80점으로 가장 낮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의‘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은 다양하다. 브랜드 가치, 경영진의 리더쉽, 인적자원의 우수성, R&D 효율성, 시장 지배력, 생산 효율성, 원가절감의 노하우 등 수많은 질적·양적 지표들이 경쟁력을 얘기할 때 언급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나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IMD)과 같은 기관들은 다양한 지표들을 반영하여 해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국가 및 기업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 우량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초우량 기업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는 것일까? 기업의 경영성과를 근거로 통계적 기법을 적용하여 글로벌 초우량기업과 비교한 국내 우량기업의 상대적 경쟁력 수준을 평가해 보았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증가

외환위기 이후 재무 건전성이 기업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하고 재무구조 개선이 기업의 전략적 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396%까지 상승했던 국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정부의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정책과 기업의 부채 축소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급격히 하락하여 2005년 말에는 101%까지 낮아졌다. 이는 미국 제조업의 137%(2005년 말), 일본 제조업의 136%(2004년 말) 등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이 뿌리를 내리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1990년대 1%대에 머물렀던 제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2000년 들어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5년에는 6.5%를 기록하였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었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이 유지되고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업 내부의 체질 개선보다는 외부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나 투하자산수익률을 살펴보면 국내 제조업의 본질적인 수
익 창출능력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면서 매출액경상이익률은 크게 개선되었으나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 내외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상승 추세를 보였던 투하자산수익률도 2004년을 고비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한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 관행이 자리잡으면서 저성장세가 고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 평가방식 객관성 결여

이를 반영하듯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WEF나 IMD 등은 국가경쟁력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면서 기업 경쟁력 수준에 대한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받고 있다. 2006년 평가에 있어서 WEF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125개국 중에서 24위)보다 기업 경쟁력(25위)을 더 낮게 평가하였다. IMD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기업 경쟁력 변화 추세는 비슷한 모습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기업 효율성 순위가 국가 경쟁력 순위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06년의 경우 국가 경쟁력은 전체 61개국 중에서 38위를 기록했으나 기업 효율성은 45위로 평가한 것이다.

WEF나 IMD의 국가 경쟁력 및 기업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질적인 내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동시에 이용한다. 따라서 다양한 측정치들이 포함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질적 요인들의 계량화 부분에서 객관성이 떨어지고 조사 당시의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지표만을 가지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수준을 측정해 보았다.

글로벌 초우량기업에 대한 상대적인 수준 평가

2001년에서 2005년까지 5년간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초우량기업과 비교한 국내 우량기업의 상대적 수준을 측정하였다.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글로벌 초우량 기업의 표본으로는 시사경제 주간지 포츈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하였다. 포츈지
는 매년 전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GLOBAL 500’으로 선정하여 발표한다. 우량기업의 판단 기준을 매출액 크기만으로 선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매출액이 크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기업이 지역적으로나 산업 내에서 판매활동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FORTUNE GLOBAL 500’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우량한 기업으로 널리 인지되고 있으므로 글로벌 초우량 기업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500 기업은 포츈지(2006년 6월 24일 자)에 실린‘2006 GLOBAL 500’기업 중 금융업에 속한 기업(106개사), 최근 5년간 재무자료가 충분치 않아 분석이 어려운 기업(64개사) 및 비금융 한국기업(11개사)을 제외한 319개사(제조업 160개사, 비제조업 159개사)를 선정하였다.

글로벌 500 기업과 비교하기 위한 국내 우량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500대 기업을 선정하였다. 글로벌 500 기업과 국내 500 기업은 절대적인 매출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지만 비상장기업을 포함한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은 국내 대표적 우량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글로벌 500 기업과 비교의 일관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전체에서 2005년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선정하고, 그 중에서 금융업 및 분석불가능 기업을 제외한 최종 391개사(제조업 207개사, 비제조업 184개사)를 분석대상 국내 500 기업으로 선정하였다. 참고적으로 표본기업은 거래소 상장기업 53%(206개사), 코스닥 상장기업 5%(21개사), 비상장기업 42%(164개사)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우량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은 90점

유동성, 레버리지, 수익성, 활동성, 성장성 등의 5가지 재무지표 유형을 종합하여 글로벌 500 기업을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국내 500 기업의 경쟁력 수준은 90점인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지표 유형별 각각의 점수는 유동성 86점, 레버리지 88점, 수익성 81점, 활동성 106점, 성장성 87점 등을 기록하여 활동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인에서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었다.

재무지표 유형별로 세부적인 구성비율을 살펴보면서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국내 500 기업의 경쟁력이 낮은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찾아 보았다. 먼저 기업의 단기채무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은 글로벌 500 기업의 86% 수준으로 국내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금리부담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지급능력은 여전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우량기업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며, 수익성이 낮아 금융비용 부담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단기지급능력이 낮아 금융시장 불안 등과 같은 단기적인 외부 충격이나 경기 위축에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500 기업은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레버리지 점수도 88점으로 뒤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반영되면서 국내 500 기업의 부채비율은 140.5%로 글로벌 500 기업(205.0%)에 비해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60.3%로 글로벌 500 기업(21.6%)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은 단기지급능력(유동성)이 낮은 데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차입금 상환 압력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부분이다.

평가지표 중 수익성 점수가 가장 낮아

수익성은 5가지 평가지표 중 점수가 가장 낮게 나온 지표이다. 국내 500 기업의 종합적인 수익성은 글로벌 500 기업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수익성 비율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국내 500 기업의 수익성은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특히 본질적인 기업활동인 제조와 판매활동에서의 낮은 수익성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성장성은 국내 500 기업이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매출액 증가율은 소폭 상회하였으나 이익의 증가율은 모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의 외형적 성장을 나타내는 총자산증가율도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낮았고 유형자산의 투자 측면에서도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저조하였다. 성장성이 뒤떨어지는 것은 투자활동과 경영성과의 부진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의 투자활동의 부진을 반영하여 유형자산이나 설비투자의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부분이다. 투자 부진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판매활동의 부진과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활용의 효율성은 높은 수준이나 성장잠재력 약화 우려

마지막으로 활동성은 106점으로 5가지 지표 중에서 유일하게 국내 500 기업이 글로벌 500 기업보다 높게 나온 지표이다. 이는 국내 500 기업이 동일한 자원을 사용하여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하였음을 의미한다. 활동성을 구성하는 총자산회전율, 고정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 등의 비율에 있어서 국내 500 기업은 글로벌 500 기업에 비해 모두 양호하였다. 그러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자원활용의 효율성이 높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매출에 비해 투하된 자원의 크기가 작다는 것으로 투자활동 부진의 결과일 수도 있다. 즉 저수익성 자산의 매각이나 운전자본 축소 등을 통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분명히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국내와 같이 투자활동의 부진으로 매출 증가율에 비해 자산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회전율이 높아진 것은 미래의 성장잠재력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경쟁력은 88점으로 더 낮아

국내 500 기업 중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만을 대상으로 산정한 경쟁력은 88점으로 전체 표본인 국내 500 기업보다도 오히려 점수가 낮게나왔다. 매출액상위 30대는 국내 대표적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전체보다 낮게 나타나 매출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매출액 상위 30대는 특히 유동성 점수가 72점으로 전체 표본(86점)에 비해 크게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비해 단기채무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매출액 상위 10대 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는 종합점수가 94점으로 높게 나와 30대 안에서도 경쟁력의 차이가 심한 것으로 보인다.

분석대상 기간이 5개년으로 짧아 장기적 추세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연도별로도 그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2000년 이후 중에서도 특히 2003년부터 수익성과 성장성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은 2002년 98점을 정점으로 2005년 84점까지 떨어져 14점이나 하락했다. 성장성도 2002년 106점에서 2005년 99점까지 6점이 떨어졌다. 이를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2002년 7.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03년부터 원화강세와 신용카드 사태 및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이 겹치면서 저성장과 함께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영성과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필요

다양한 활동의 집합체인 기업이 경제적인 존재 의의를 지니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 기업의 내재적인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면, 경영성과는 경쟁력이 발현되어 나타나는 구체적이고 실체가 있는 경영활동의 측정 가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성과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이 많아 낮아졌지만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재무구조의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으며, 특히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현금창출능력이 개선되면서 재무구조나 유동성도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전반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과 성장성 제고에 전력하여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투자활동을 촉진하여 전반적인 기업의 성장 활력을 높여나가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개발, 신제품 개발 등 고객만족을 위한 내부적인 역량 강화와 더불어 적극적인 신시장 진출과 외연 확대를 통해 수익기반을 확대하는 등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크기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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