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으로 호텔업계 경영난 가중 조짐
비정규직 법안으로 호텔업계 경영난 가중 조짐
  • 나원재
  • 승인 2007.03.1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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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 기간제 근로자 등 향후 거취 문제 대두

업계 현실 반영한 시행령 요구 목소리

올 상반기 비정규직법 시행령이 공포되는 것과 관련해 호텔업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호텔업계는 헬퍼(단순 서비스 근로자)와 일시적 근로자 등의 직무를 놓고 업계의 특성을 인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헬퍼의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한 후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같은 복장을 하고 직급이 동일한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애매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법의 차별판단 기준에 적용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어 호텔업계는 향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텔업계는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업무가 아닌 헬퍼가 유사업무의 적용을 받아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한 인사·노무관리 비용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정부의 이러한 업계의 특성을 알려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한편, 호텔은 연회 서비스와 관련해 일시적인 인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비생계형 한시적 근로자인 아르바이트의 4대 보험 적용에 대해서도 비용적인 부담이 많이 간다는 입장이다.

주 15시간이 넘지 않는 아르바이트까지 4대 보험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생계형 한시적 근로자에 4대 보험을 적용한다면 일주일 중 주말과 휴일에 8시간만 근무를 해도 4대 보험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호텔업계는 현재 매출액의 40~50%가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어 운영상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는 고객 접점에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업계의 특성상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인데 인력을 줄이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인력 또한 줄일 수 없는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력이 많으면 그만큼의 인건비는 당연히 올라가기 마련이다.

호텔업계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인적자원 아웃소싱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업계로서 고용창출 등 정부주도 사업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비정규직법 시행령과 관련해 업계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 나올 경우 현재까지 활용해왔던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 등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져 업계의 존폐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현재 호텔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사업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하반기 호텔업계가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계의 유사 호텔영업 행위를 문제삼아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장기투숙 목적의 내·외국인들에게 임대 또는 숙박영업을 하는 호텔형 주거시설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회장 이상만)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업체들이 오피스텔로 시작해 불법으로 호텔영업을 하고 있어 호텔업계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울 19곳과 수원, 부산 등 총 22곳의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해 건축법 및 관광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협회 고발사건을 수임한 송영욱 변호사는 “레지던스는 임대업이 아닌 숙박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이 짧게는 하루 등 단기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 편법을 동원하며 불법 숙박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텔과




지던스 등 업태에 다른 숙박기간 규정은 국내에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숙박업의 경우 1일에서 7일, 임대업은 월 단위 또는 연 단위 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저가 관광숙박시설 확충사업으로 레지던스 인을 양성화하기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해 12월 재정경재부총리 주재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의결해 동월 문화관광부가 ‘관광산업 경쟁력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관광산업 경쟁력강화대책’으로는 ▶전력요금 100% 산업용전력 요금 적용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 재개 ▶종합부동산세 면제 내지 경감 ▶관광호텔 외국인 종사자 고용 허용 ▶기존의 관광호텔도 회원모집 허용 ▶관광호텔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연장 운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호텔, 여행, 음식업 등 관계 종사자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관광산업을 고용 창출과 서울성자의 기반이 되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며 "관광객 1천2백만명 유치를 위한 관광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호텔 및 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닌 법률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호텔의 한 관계자는 “호텔의 매출 중 인건비 등 경영비용 지출을 제외한 순 이익이 5%도 안 된다”며, “시행령과 관련해 비생계형 단시간 근로자 등 인적자원 아웃소싱 부분에 차별기준 및 유사업무가 적용되면 호텔의 한 해 경영비용이 몇 십억은 곧바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한 해 지출이 그렇게 단시간으로 오른다면 거의 모든 호텔들도 안 좋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호텔업계를 이끌어 가는 업계 담당자 대부분의 생각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기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본다면 차별적 처우 금지에 따라 기간제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굳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결국, 인건비로 인한 호텔 경영의 악화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 것이다.

호텔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작년까지 특1급 호텔 대부분의 객실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 영업이 어려웠던 호텔도 있지만 대부분의 호텔들은 영업 사정이 어려워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국내 특1급 호텔 CEO 10명을 대상으로 ‘국내 호텔 사정 악화가 어느정도인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호텔 사정이 ‘심각할 정도로 안 좋다’ ‘상당히 안 좋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호텔 내부에 있는 상점 등 그나마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호텔은 엄청난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서비스 산업”이라며 “정부에서 호텔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건비로 인한 경영 악화가 고용창출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게끔 정부 및 관계 부처에서는 좀 더 신중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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