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판단 기준 논란 확산
비정규직 차별판단 기준 논란 확산
  • 강석균
  • 승인 2007.06.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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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안내서’ 논란만 증폭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가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법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안)’가 공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안)는 차별시정의 적용범위, 대상 범위, 시정주체 등 주요 쟁점 5가지에 대해 여러 개의 설(說)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7월부터 비정규직 차별시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다.

당초 노동부는 지난해 비정규직법이 통과된 뒤 차별시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개토론회를 개최했으나 결과적으로 차별시정기준을 누가 마련하느냐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가 6월을 코앞에 두게 됐다.

안내서(안)에 따르면 노동부는 주요 쟁점에서 노동부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여러 개 설(說)로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남겨 놨다. 그만큼 노사간 의견차가 있는 등 민감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노동부는 차별금지 영역 범위에 대해 3가지 설을 내놓으면서 을설(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및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까지 포함)이 ‘다수설’임을 제시하며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성과나 장기근속·미래근속 여부로 따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직접고용노동자)과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비교할 때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상당부분 근접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가능하다.

하지만 차별판단을 위해서는 ‘비교대상노동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군분리나 도급화 등을 통해 비교대상노동자 자체를 없앨 경우 차별판단은 상당히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노동부는 이 안내서(안)를 통해 직군분리는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입증하는 경우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안내서, 무엇을 담고 있나

노동부가 마련한 비정규직법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안) 전문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차별시정제도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새로 도입된 것으로 사용자가 비정규직노동자(기간제·단시간·파견노동자)를 비교대상노동자(무기계약·통상·직접고용노동자)에 비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기간제·단시간노동자

여기서 차별금지영역은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이다. ‘임금’은 임금, 봉급,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말하며, ‘그 밖의 근로조건’은 근로시간, 휴일, 휴가, 안전·보건, 승진, 재해보상 등 제반조건을 포함한다.

상시노동자수 산정기준이 쟁점이 되고 있다. ‘상시’ 개념에 파견노동자를 포함시킬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안내서(안)에서는 갑설(파견노동자 제외)과 을설(파견노동자 포함)로 나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쟁점1>

차별금지영역인 ‘임금과 그 밖의 근로조건’의 범위도 근로기준법에서 직접 규율하는 근로조건으로 한정할지(갑설),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및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까지 포함할지(을설), 취업과 연관성 있는 모두를 포함할지(병설) 여부도 안내서(안)에서는 정리하지 못했다.<쟁점2>

차별판단을 위해서는 ‘비교대상노동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기간제·단시간노동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노동자(단시간노동자는 통상노동자)가 비교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직군분리’의 경우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입증하는 경우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시하고 있다.

불리한 처우란 기간제·단시간노동자가 비교대상노동자에 비해 임금과 그밖의 근로조건에서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체계’의 경우 비정규직이 동일한 연공이나 직무 수행시 비교대상노동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 불이익 처우이나 성과급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기준에 따른 차등지급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임의적 상여금의 경우도 과거에 대한 공로보상 또는 향후 기업공헌도를 고려한 차등지급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훈련’은 장기고용을 전제하거나 향후 교육훈련 기여도를 고려해 단기고용 기간제노동자를 배제하는 경우를 합리적 이유로 인정했으며 ‘복지제도’는 <쟁점2>의 견해 중 어디에 해당되느냐에 따라 차별심사 여부가 결정된다고 안내서(안)은 제시했다.

파견노동자

파견노동자의 경우 시정명령 이행의무자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 해당된다. 차별금지영역은 파견노동자의 노무제공에 따른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에서 직접고용노동자와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나머지 부분(예:노동자 신분에 기해 지급되는 가족수당·복리후생 등)은 차별금지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파견노동자의 비교대상노동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내 동종 또는 유사업무 수행자’로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 근거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중 누가 책임주체냐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쟁점3>

차별시정절차

한편 차별시정절차를 보면 초심은 지방노동위원회, 재심은 중앙노동위원회가 관장한다. 차별시정 신청기간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그런데 안내서(안)에서는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3개월 이전 차별에 대해서도 시정신청이 가능한 지 여부가 정리되지 못했다.<쟁점4>

또한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에 의한 차별적 처우인 ‘임금’에 대한 시정신청 기산일 및 시정내용에 대해서도 역시 결론내리지 못했다.<쟁점5>

신청을 받으면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사와 심문을 해야 하며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조정·중재를 거쳐 시정명령 또는 기각결정을 결정하며, 시정명령에는 차별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 적절한 금전보상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안내서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노동부 차별시정제도 안내서 발행은 월권”
완화된 기준적용으로 차별 정당화 우려도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노동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가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법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안)’에 대한 의견서를 노동부에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차별시정제도가 우리 법제에서 유례가 없고 상대적으로 낯선 제도이기 때문에 해석지침이 필요하긴 하나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에서 마련해야 할 심사기준을 집행기관인 노동부가 제시하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부가 노동위원회의 심판권한 내지 기준(예: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의 판단기준)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준사법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판단되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노동부는 안내서(안)에서 주요쟁점 5가지에 관해 “외견상으로는 ‘갑설' 또는 ‘을설'을 제시하여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 부의 입장"이라거나 “환노위 다수 의견 견해"라고 하는 등의 표현으로 어느 한 쪽 견해를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안내서에 나온 <쟁점> 5가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쟁점1> 상시근로자 산정기준: 파견법상 차별처우 금지 규정 적용대상사업 판단시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에 파견근로자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 상시고용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적용범위를 정하는 것은 그 사업장 규모와 규범 준수 능력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파견근로자를 배제할 이유가 없으며,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쟁점2> 차별시정의 대상이 되는 ‘임금 그밖의 근로조건'의 범위에 대해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조건만이 아니라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및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쟁점3> 차별시정의 주체가 누구인지와 파견근로자가 차별시정의 결과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범위에 대해 - 차별시정의 주체는 파견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사용사업주 및 파견사업주이며, 차별시정의 결과 받을 수 있는 임금은 파견사업주에게 지급하는 파견료를 제외한 임금부분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쟁점4>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의 경우 3월 전의 것에 대해서 시정이 가능한지 -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하나의 차별행위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제척기간 3월 이전의 차별행위 및 차별 상태에 대해서도 시정신청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쟁점5> 시정명령에서 단체협약·취업규칙의 유무효를 논하거나 개정을 명하는 것이 가능한지 - 과거의 차별을 시정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차별도 금지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차별시정이 실질적인 의미와 실효성을 가지려면 당연히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효력을 문제삼을 수 있어야 함. 때문에 차별시정 명령에는 차별로 인하여 미지급된 임금만이 아니라 향후 차별적 임금의 지급중지, 차별적 임금을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의 수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참여연대는 노동부가 작성한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안)' 내용에 있어서도 노동부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쟁점> 5가지 이외의 부분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노동부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단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한 반면, 정작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예: 불법 파견의 경우 차별시정 신청)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쟁점> 5가지 이외의 부분인 차별판단 기준에 있어 노동부의 안내서(안)의 문제점으로 ▲ 차별을 정당화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지를 기준으로 하는 자의금지원칙(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함으로서 합리적 이유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 기간제근로자를 단기고용 특성에 따라 임금 및 근로조건(공헌보상적 특별지급금품, 근로의욕 고취목적의 격려금, 특정 직무수행능력 향상훈련)에서 차별을 인정한 것은 합리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 파견법 법문에서 차별시정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내서(안)는 사용사업주를 임금차별 시정주체에서 제외함으로써 법을 축소적용 할 우려가 있으며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서 퇴직금 차등제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내서(안)에서 퇴직금 지급율 차등설정을 합리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 ▲ 차별처우 금지 주체 ▲ 법률위반의 문제와 차별문제를 이분하여 달리 취급한 부분 ▲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한 부분 ▲ 채용경로 차이로 인한 차별을 합리화 부분 ▲ 파견법상 고용의무를 공법상 의무 정도로 축소 해석한 부분 ▲ 차별적 처우로서의 임금이 임금채권이 아니라는 해석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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