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쟁점과 대안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쟁점과 대안
  • 나원재
  • 승인 2007.06.25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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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별시정제도’에 노동계 관련 단체 반발

차별 합리화·사업장·비교대상근로자 등 기준 보완 필요

노동계 “정부는 근로자 현실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차별시정 판례 확보 전 기업들 변칙 만들 수 있어”주장

지난 3일 노동부는 오는 7월부터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1,892개소) 및 공공기관(10,326개소)에 차별시정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동 제도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차별시정제도 안내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대 노총과 관련 단체에서는 이번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에 대해 ▲차별시정 절차 ▲각종 변칙의 발생 등 법률적 해석의 애매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 향후 보완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노동 기본권 실현 국회의원 연구모임 ▲민주주의법학 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단병호 의원을 비롯해 ▲조임영 배제대 교수 ▲탁경국 변호사 ▲김철희 노무사 및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부장 ▲조용만 건국대학교 교수가 참석했으며, △차별시정제도의 적용범위 및 시기 △차별시정제도의 운영과 관련, 세부 내용에 대한 발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발표된 ‘차별시정 제도’의 쟁점과 대안으로 먼저 상시근로자 산정범위와 관련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모든 근로자(일용직, 단시간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를 포함하되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파견근로자는 제외하며 상시 4인 이하의 사업장은 제외한다”는 내용에 대해 노동계는 “차별금지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므로 사용사업주가 근로조건을 실제로 지배하는 근로자수에 초점을 맞춰 파견근로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또한 “만약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5인 이하이면 비교대상근로자의 확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며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문제는 별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사용사업주의 직접 고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주가 법적으로 직접적인 사용·지휘·감독권을 명백히 행사하는 파견근로자는 ‘상시 근로자 수’ 산정에 있어 포함되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임영 배제대 법학 교수는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법의 적용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 기본적인 취지는 법 준수능력에 있다”며 “사업 규모에 따라 행정능력, 지불능력 등이 있는가를 판단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파견근로의 성격을 감안할 때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에 파견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상시근로자 산정단위로서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근로조건의 결정단위, 사업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보다는 근로조건의 결정주체 즉, 차별적 처우금지의 수규자인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사업주)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차별시정 제도’를 놓고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단위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범위에 대해 조 교수는 “동일 사업장에 비교대상근로자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장소를 달리하는 사업장의 상용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는지가 주로 문제되는 경우”라며 “이 경우 각 사업장의 독립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가 동일하면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차별의 문제란 결국 사용자가 해당 비정규직근로자를 상용근로자로 고용했을 경우의 처우와 관련된 것이므로 사업독립성이 있는 다른 사업장이더라도 사업주가 동일하면 비교대상근로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이 경우 불리한 처우에 대해서는 합리적 이유의 존부와 관련해 사업장별 특수성을 고려하면 된다는 내용이다.

기간제법의 ‘차별처우 금지영역’에서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의 의미에 대해서는 당초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근로조건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등에 의한 근로조건으로서,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을 비롯해 근로시간·휴가·안전·보건 및 재해보상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으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등에 근로조건으로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영역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차별시정 제도’에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원칙적으로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리한 처우를 차별금지 영역에 포함하되, 합리적 이유의 심사단계에서 차별을 판단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경영계는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은 근로기준법에서 직접 규율하는 근로조건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기간제법의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있어 주된 쟁점은 차별처우 금지영역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




나는 단체협약에 의한 불리한 처우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파견법의 차별처우 금지영역과 관련해 파견근로관계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용과 사용의 분리라는 파견근로관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파견근로자의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차별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나, 그 범위에 대해서는 엄밀한 의미의 임금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조합원이 아니어서 단체협약을 적용 받지 못해 발생하는 불리한 처우는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노동부의 설명에 단체협약의 법리를 단순히 형식적인 논리로만 이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견해를 승인할 경우, 사용자는 손쉽게 차별금지제도를 회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업무의 권한과 책임 등도 간단한 방법을 통해 쉽게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지적과 근로의욕 고취목적 등을 이유로 한 격려금 등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절차상 문제점과 개선방안’의 발제에서 탁경국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차별시정 신청’과 관련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절차가 배타적인 구제 절차인지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법에 명시된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명령 절차를 통해서만 구제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민사소송 등을 통해서도 가능한가”를 논의했다.

그는 서울대 노동법연구회가 춘계공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노동법의 법리적 검토’를 인용해 ▲비정규직법의 제·개정 이전에도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의해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인정되는 바 비정규직법은 이러한 권리를 ‘창설’한 것이 아니라 ‘확인’한 것이며 ▲비정규직법의 입법취지가 차별적 처우의 금지와 그 시정명령을 위한 특별한 절차를 마련했다고 해서 법원을 통한 사법상 권리를 배제하는지에 관해 명백하지 아니한 점 ▲단순히 시정 절차를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는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사용자에게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별처우 금지조항이 마련되어 있는 점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신청은 단기 제척기간(3개월)이 적용되고 그 보상액도 노동위원회에 의해 임의로 정해지는 등 제한적인 점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역시 노동위원회를 통한 다른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서 재판상 청구권이 제약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 ▲입증책임에 관한 기간제법 조항과 관련해 분쟁에 있어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해 다른 종류의 분쟁이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차별적 처우를 받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아니할 실체적 권리가 존재한다고 파악해야 하며, 따라서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명령절차의 이용뿐만 아니라 법원에 그것의 해소 또는 이행을 요구하는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밝혔다.

한편, ‘차별시정 제도’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양대 노총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차별시정 절차 즉, 비용적인 부분과 절차상의 어려움 등이 발생해 근로자 혼자서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미 기업들은 각종 변칙들을 만들고 있어 판례가 쌓이기도 전에 ‘차별시정 제도’가 변질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업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며, “기업들은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동조합과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만 건국대 교수는 “기업의 연공서열 부분 등이 과연 비정규직 문제로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사업장 전체 등 관련 부문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날 사회를 맡은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이 날 노동부 관계자를 모셨으면 했지만 일정 때문에 바쁜 것 같아서 참석하지 못했다”며 “노동부의 ‘차별시정 제도 안내서’를 보고 기존 자료만을 섞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도 노동부의 이번 ‘차별시정 제도’와 관련해 속 시원하게 해석하기 어려워 이런 자리에 노동부 관계자 등 모두가 토론을 가졌더라면 좀 더 속 깊은 얘기까지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 날 토론회는 노동부의 ‘차별시정 제도’에 대해 전반적이면서도 그 속에 포함된 구체적인 사안까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발표 및 토론 내용이었다.

오는 7월 1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각 기업 및 관련 업계에서는 분주해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법의 실효성에 무게를 두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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