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고립’
‘백수’와 ‘고립’
  • 이효상
  • 승인 2010.07.0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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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끔찍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살인에 관한 이야기다.

2005년 3월 대구의 30대 가장이 처와 자식을 살해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범인은 사업을 하다 잘 안되어 폐업하고, 물류회사에 취직을 했었지만 회사가 경영난으로 넉달만에 그만두게 되었고, 그 후로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았지만 취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취업을 못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부부의 다툼이 잦아지고 아내가 이혼하자는 요구가 잦아 졋다고 한다. 사건당일도 “취직도 안하고 그렇게 술만 마실거면 이혼하자”는 아내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2006년 4월 서울에서 8건의 강도살인 사건 중 최소한 5명 이상을 숨지게 한 20대 용의자가 체포되었다. 범인은 "직장도 없고 결혼도 못해서…" 막연한 적개심과 소외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증오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2009년 12월 전북정읍에서도 ‘묻지마 살인’이 있었다. 범인은 서울 사립명문대 출신의 40대 였는데,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낙향하여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살해 이유에 대해 “세상이 싫고, 사람이 미웠다.”고 답했다.

위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 3명 모두 무직자 즉 백수였다는 점과 일정기간 동안 사회생활과 단절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하게 단절만 되어 있었던게 아니라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계속 사회부적응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역할, 성인으로서의 경제적 역할을 하라는 핍박을 받으며 지내왔다. 하지만 이들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주변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고립되어 갔다.

필자의 경험상 백수가 되어 1개월 쯤 되면 전화를 피하기 시작하고, 2개월쯤 되면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3개월 이상 되면 바깥출입도 못하게 되고 사람도 만나지 않게 되면서 은둔형 고립자로 변해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열등감과 피해망상증에 시달린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은데 주변사람들은 취업 못한다는 핀잔과 인격 모독의 수위만 높여간다. 이렇게 되면 이젠 세상살이에 염증만 생기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막가파 같은 심정만 남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누군가 맘 상하는 소리 한마디만 하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7월부터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명칭을 바꾸어 고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실업정책에선 백수들의 이러한 심리상태를 고려한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일자리 많이 창출하겠다“는 정책만으로는 위의 사례에서 든 것 같은 극단적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위의 범인들은 극악무도한 패륜아들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피해자들이다.

주변에서, 사회에서 조금만 그들을 이해하려하고, 그들이 돈 벌이가 아닌 사회활동이라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면 그들도 우리네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정부는 반드시 백수들의 ‘고립방지’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실행해 어쩔 수 없는 막연함과 절망감에서 범죄자가 되는 실업자들을 구죄해 주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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