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아웃소싱 ‘약’만 있고 ‘독’은 없나
자회사 아웃소싱 ‘약’만 있고 ‘독’은 없나
  • 부종일
  • 승인 2010.08.02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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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선 3년만 지나면 자회사 스타일 회사 도태돼

“자회사 아웃소싱은 책임감이 더해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어요”
10년째 관계사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오뚜기 관계자의 말이다. 오뚜기는 현재 OLS라는 오뚜기 물류서비스주식회사에 물류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IT와 전산 부문에서도 별도 법인의 관계사에 아웃소싱을 준 상태다.

오뚜기가 이처럼 관계사 아웃소싱을 고집하는 이유는 안정적 운영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관계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상황변화에 공동대응할 수 있어 회사를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점이 긴장감과 책임감이 떨어지는 외부회사를 통해 이끌어가는 것 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오뚜기는 그래서 처음부터 외부 아웃소싱은 고려하지 않았다. 오뚜기 심상보 팀장은 “그동안 외부업체와 관계사와 아웃소싱을 하는 것에 대해 따지지 않았다. 제3자에 아웃소싱을 주다가 장점을 생각해서 관계사에 아웃소싱을 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과실 등의 이유로 관계사와 거래가 중단된 사례가 없었다”며 “관계사 아웃소싱 문제는 회사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지만 효율성과 합리성만을 생각했지 아예 판을 바꾼다는 생각은 안해봤다”고 덧붙였다.

계열사 아웃소싱 강점은 ‘주인의식’

또다른 식품기업인 농심의 경우도 계열사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농심은 현재 포장지, 원자재 가공, IT, 광고 부문에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 모두 계열사 아웃소싱이다. 농심은 라면사업에 모든 계열사가 존재의의를 갖고 있다. 계열사가 수직 계열화되어 라면사업 부문을 견인하는 것이다. 그 결과 면과 스프 제조 부분에서는 세계최고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 역시 계열사 아웃소싱에 대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농심 윤성학 과장은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오랜기간 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예를 들어 태경농산이라는 식자재 가공 회사를 통해 고품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뢰감을 쌓고 내집이라는 인식과 한식구라는 생각이 더해져 계열사이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게 돼 강력한 파트너십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계열사가 많은 식품기업으로 동원그룹이 있다. 동원그룹은 동원시스템즈, 동원홈푸드, 동원데어리푸드, 동원 F&B, 동원산업 등 그룹 내 계열사로 두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4월에 LH공사 주관 우수시공업체에 선정됐으며 동원시스템즈는 동원 그룹내의 건물시공 뿐 아니라 외부업체의 건축시공, 토목 및 플랜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다.

또한 동원홈푸드는 캐터링 아웃소싱 업체로 동원그룹의 식당도 책임지고 있으며 외부업체에 캐터링 아웃소싱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CNS는 동원그룹의 IT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는 바이오연구소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식품분야에서 기초연구부터 상품에 이르기까지 유기적 시스템을 가지고 상품의 지속적인 개발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경영성과 ‘글쎄…’

그러나 상식적으로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경쟁의 원리를 도입시켜 외부업체와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생각된다. 물론 업계 내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계열사의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든지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 계열사에 아웃소싱을 준다”며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계열사를 많이 두는 이유가 회사가 어느 정도 볼륨이 됐을 때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이 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계열사 아웃소싱이 이처럼 항상 ‘약’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독’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 계열사 아웃소싱 분야는 판매판촉, 인사업무지원, 컨택센터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 판매판촉 업계의 A사는 계열사 아웃소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업체를 총괄하는 사장자리에 퇴직임원을 앉혔다. 그런데 임기가 2년 밖에 되지 않아 경영성과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았다. 임원들이 퇴직후 한번씩 거쳐가는 정거장 역할에 그치다 보니 누구 하나 의욕적으로 일하려고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처음 아웃소싱을 구상했던 취지와는 달리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인력감축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직원들이 모기업과 떨어져 나오면서 심리적으로 처우에 대한 불만을 갖기도 하고 사회적인 신분이 저하된다는 의식도 갖게 되어 계열사 아웃소싱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운영과정에서 기술, 재무, 노사 관리 측면에서 취약한 부분이 발견돼 조기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불안정성이 가중돼 계열사 아웃소싱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정권 비자금 창고 의혹도

이런 부분 외에도 계열사가 정권의 비자금 창고 구실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지난 9일 전(前) 정권 실세들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옛 KB한마음(현 NS한마음)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KB한마음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업체다.

조 의원은 “김씨와 3천만원이 넘는 상품권을 사용했다는 제보도 있어 상품권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KB한마음이 여러 업체와 거래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검찰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주장했다.

결국 계열사 아웃소싱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더 이상 계열사가 퇴직임원의 정거장으로 전락하고 정권의 비자금 창고로 남용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강대 남성일 경제학과 교수는 “모회사의 업무방식이나 인사구조, 행동양식 등 내부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맞춤제작된 서비스(customized service)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모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여 불필요한 비용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회사에 대한 서비스에만 안주하여 아웃소싱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일정기간 지나면 경쟁력을 잃어 버린다는 점과 결국 모회사에 종속되어 독립성이 없게 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아울러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퇴직임원의 자회사 설립에 대한 배려는 3년 정도이며 그 이후 독립적 전문 기업과 경쟁을 시키면 자회사 스타일들은 대부분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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