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평생 일자리의 ‘꿈’
멀고 먼 평생 일자리의 ‘꿈’
  • 부종일
  • 승인 2010.08.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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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실업대란 속에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아직도 먼 나라 얘기 같다. 이미 실업자 300만 시대를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5세 청년이 1년 동안 실업상태에 있는 경우 단기 소득손실은 약 3,700만원이며, 장기손실은 약 2억8,0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점차 OECD국가들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에서 ‘평생고용'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 되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변화이 요구되고 있다.

50대 이후 제2의 경제활동을 하고,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에 미스매치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선 고용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정규직과 대비되는 처우, 일부 ‘갑'사 직원들의 냉대, 막가파식 고객들의 원츠(wants) 등의 풍파를 겪으며 살아남는 직원들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자연히 이직율은 높고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갑'사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채용해서 노하우가 쌓여 1인당 1.5인의 수행능력을 갖춰 가는데도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아쉽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갑'사와 ‘을'사의 적정한 파트너십이 있고 그 운영에 따른 예산이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나올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사람은 없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갑'사와 ‘을'사의 구분이 너무 분명해 종속관계로 규정되는 측면이 있고, 그러다보니 전문성 강화는 물 건너 가고 저단가 경쟁에만 목을 매고 결국 피해는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네 아웃소싱가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이유를 비용절감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비용절감은 정규직과 비교할 때 가능한 설명이다. 단지 회사가 다를 뿐 ‘갑'사든 ‘을'사든 모두 갑이라는 인식을 해야 할 때다.

‘갑’사에서는 아웃소싱을 관리적 효율성 측면에서 의미를 평가하고 정부도 근로조건 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일을 믿고 맡겼으니 관리적으로 편해지고 근로조건의 차별이 없어졌으니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처럼 오전에는 교사 등의 일을 하고 오후에는 우편배달부 등의 일을 하며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제도로 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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