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1년 중국 경제 8대 이슈’
LG경제연구원 ‘2011년 중국 경제 8대 이슈’
  • 이효상
  • 승인 2010.12.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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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내년 중국경제가 연중 화두로 끌고 나갈 주요 이슈를 8대 트렌드로 정리했다.

1. 또렷해질 중국의 ‘굴기(崛起)’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철칙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도광양회할 수도,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수도 있다. 다만 후자의 필요성이 경향적으로 커지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중국 인민대 미국연구소의 스인홍(時殷弘) 교수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중국 외교의 현주소다. 중국의 국력이 일취월장하면서 기존 강국과의 마찰이 늘어나자 중국 내부에서는 외교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적극 국익을 챙겨야 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스 교수의 평가는 상황에 맞춰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절충론을 표방하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유소작위의 상황이 많아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 국영 중앙TV는 2007년 특집 기획프로그램으로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방영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중상주의와 제국주의,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9개국의 강약점을 분석한 대작이었다. 방영 취지는 선진국 벤치마킹이었지만, 3년이 지나 판단해보면 CCTV는 자국의 대국굴기를 예견하는 홍보물을 내보낸 셈이 됐다. 게다가 중국의 굴기는 글로벌 경제위기의파고 속에서 세계 최강 미국이 디플레이션 위기에 몰려 달러를 무차별 찍어내고, ‘굴기강국’들이 즐비한 유로 존이 해체위기를 겪고 있으며,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한탄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세기사적 사건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초석을 다진 덩샤오핑(鄧小平)은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위해 가능하면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전술적으로도 협조하는 외교 전략으로서도 광양회를 주창했다. 현실적으로 동서 냉전기와 이어진 미국 패권시대에 순응하며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키는 차선의 방편이었다. 이 노선은중국경제가 외국으로부터 부족한 자금과 기술을 들여오고 세계무역기구 가입 등을 통해 해외시장을 넓혀왔던 지난 20여 년간 훌륭하게 기능했다.

‘굴기(Rising)’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3년 10월 중국이 주관하는 보아오(博鰲) 아시아포럼에서 공산당 중앙당교 간부를 역임했던 정비젠(鄭必堅)이 ‘화평굴기론’을 제창하면서부터이다. 현 중국 4세대 지도부가 권력의 전면에 나선지 1년만의 일이었다.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통해 일본에 필적할 만한 규모를 갖췄기에 굴기 노선은 단번에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엔 중국 지도자들이 ‘굴기’를 남발할 수 없는 시대적 한계가 분명했다. 굴기란 용어는 기존 세력균형의 변화, 즉 중국의 굴기에 반해 세력이 약화되는 상대국이 암시돼 있다. 필요 이상으로 미국 일본 등 강대국과 인도 등 인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평굴기’는 정비젠의 공식 발언 이후 채 1년이 지나기 전 ‘화평발전’이란 용어로 대체돼 공식 석상에서 사용된다. 화평발전은 다분히 상생(相生)발전의 늬앙스를 풍기는데, 이 같은 절제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대외적으로 자국의 국제지위 부상을 선언하기를 유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공식적으로 ‘굴기’를 선언하는 데 따른 정치적 이득은 적지 않을 것이다. 각종 모순으로 사회적 응집력이 이완되고 있는 중국에서 민족주의적 자긍심도 높일 수 있고, 공산당의 통치력 역시 한층 배가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선 상당한 금액의 ‘계산서’가 날라 올 게 뻔하다. 대표적인 것이 ‘대국책임론’이다.

미국 보수진영의 학자들이 내세운 ‘G2’란 용어는 중국을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띄우는 대신,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책임론을 동시에 제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져가던 때 맹렬하게 달아오른 G2 책임론은 지난달 서울의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위안화 절상이나 과도한 경상수지 감축 등으로 구체화됐다. 2009년 말 코펜하겐 회의에서 제기된 중국의 CO2 감축의무, 핵확산방지 문제에서의 기여 등 G2의 책임은 경제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관계자는 물론 학계의 전문가들조차 한사코 G2란 외투를 입기를 거부하는 것은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의 속내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의 세계질서는 그러나 중국이 손사래를 치든, 받아들이든 ‘중국 굴기’가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가득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부진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경제는 여전히 9% 안팎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을 자임할 것이다. 2010년 2분기일본 경제규모를 넘어선(경상달러 기준) 중국은 내년엔 한층 일본과의 격차를 늘려갈 것이다. 대규모 재정투입과 금리인하란 카드를 남발한 선진국 내에선 재정이란약발이 떨어지자 사회혼란까지 가중되는 양상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각국은 물론, 좀체 시위에 나서지 않는 영국 시민들도 대학 등록금 인상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미 연준의 달러 찍기는 동아시아 각국 통화의 절상을 부추기게 마련인데, 중국역시 인플레 압력을 막기 위해 점진적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한층 세진 위안화를 배경으로 중국 국유기업들의 해외기업 사냥은 더욱 맹렬히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파워게임에서도 중국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미국 등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란제재 문제나 미얀마 군부독재 제재에서도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중국이다. 미국으로선 옛 소련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할 강적을 만난 셈이다. 중국의 독자행보가 두드러질수록 미국엔 안보, 중국엔 경제협력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2. 중국 특색의 성장모델(中國模式)

‘중국 굴기’가 글로벌 경제나 외교무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굳어져감에 따라 내년엔 중국의 비상을 이끌어온 ‘성장모델’에 대한 논의가 더욱 무성해질 것이다. 지난 30년과 향후 수십 년 중국의 굴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식 발전모델’의 정체와 역할, 미래에 대한 관심이 서방세계에선 크게 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여름 ‘중국모델이 서방모델보다 더 우월한가’란 명제를 놓고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찬반토론을 벌였다. ‘반대’ 의견이 예상대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찬성 의견이 42%나 나와 충격을 줬다.

중국모델이 최초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끈 것은 2004년 골드만삭스 고문이자 칭화대 겸임교수였던 조슈와 라모(Joshua C. Ramo)가 영국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베이징 컨센서스(北京共識)’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라모의 보고서는1990년대 이후 서방세계에 정착된 ‘워싱턴 컨센서스’와의 대조성 때문에 금세 주목을 받았으나, 정작 베이징 컨센서스의 뼈대를 이루는 개념들은 2002년 겨울 출범한 공산당 4세대 지도자 그룹의 국가운영 전략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중국 내부적으로 제기되는 ‘중국모델’ 은 소유형태를 기준으로 보면, 소비에트식 국유모델도, 서방식 사유화모델도 아닌 혼합경제 모델이다. 성장방식에 있어서도 자본동원이나 시장개방도에 있어서 동아시아 발전국가와 다른 길을 밟아온 ‘중국 특색’의 모델이라고 한다. 중국모델을 비판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인 ‘민주주의부재론’에 대해서도 중국학자들은,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단계에 맞춰 점진적으로 민주주의가 신장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학계로선 중국모델의 전파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는 놓치기 싫은 기회이다. 중국 지식인 사회에선 ‘중국형 발전모델’이란 일반명사형 표현보다 ‘중국모델(中國模式)’이란 고유명사로 통칭하곤 한다. 중국 고유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중국은 중국모델의 글로벌 확장에 공식적으로는 신중하다. 중국모델을 교범으로 간주하려는 개도국들에게도 ‘자국 실정에 맞는 독자모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같은 접근법은 서방세계가 ‘신자유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널리 이식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과 크게 다르다. 서구 강대국들의 내정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중국 반체제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를 선정하자, 중국 외교부가 ‘중국 현행법을 어긴 범죄자’라고 강력히 비난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중국 주류 지식인 사회는 류샤오보의 수상을 서구세계의 중국모델에 대한 견제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모델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킨 데 따른 효율성 ▲정치 조직화에 따른 낭비의 제거 ▲제도혁신의 용이성 ▲문화적 포용성 등이 거론된다. 반면 이 같은 효율에 가려진 단점으로는 ▲권력의 부패 ▲자본의 전횡 ▲시스템이 아닌 인적 권위의 부활 ▲자율의 실종 등이 지목된다. 중국모델의 비판적지지자들은 중국모델의 기본적 특징으로 ‘강한 국가, 약한 사회’를 들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부패, 국부민궁(國富民窮), 국유병(國有病), 양극화, 혁신능력 약화 등의 걸림돌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모델이나 중국 굴기론 등은 부쩍 강력해진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최근 중국 내부적으로 제기되는 ‘중국모델’ 은 소유형태를 기준으로 보면, 소비에트식 국유모델도, 서방식 사유화모델도 아닌 혼합경제 모델이다. 성장방식에 있어서도 자본동원이나 시장개방도에 있어서 동아시아 발전국가와 다른 길을 밟아온 ‘중국 특색’의 모델이라고 한다. 중국모델을 비판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인 ‘민주주의부재론’에 대해서도 중국학자들은,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단계에 맞춰 점진적으로 민주주의가 신장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학계로선 중국모델의 전파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는 놓치기 싫은 기회이다. 중국 지식인 사회에선 ‘중국형 발전모델’이란 일반명사형 표현보다 ‘중국모델(中國模式)’이란 고유명사로 통칭하곤 한다. 중국 고유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중국은 중국모델의 글로벌 확장에 공식적으로는 신중하다. 중국모델을 교범으로 간주하려는 개도국들에게도 ‘자국 실정에 맞는 독자모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같은 접근법은 서방세계가 ‘신자유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널리 이식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과 크게 다르다. 서구 강대국들의 내정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중국 반체제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를 선정하자, 중국 외교부가 ‘중국 현행법을 어긴 범죄자’라고 강력히 비난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중국 주류 지식인 사회는 류샤오보의 수상을 서구세계의 중국모델에 대한 견제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모델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킨 데 따른 효율성 ▲정치 조직화에 따른 낭비의 제거 ▲제도혁신의 용이성 ▲문화적 포용성 등이 거론된다. 반면 이 같은 효율에 가려진 단점으로는 ▲권력의 부패 ▲자본의 전횡 ▲시스템이 아닌 인적 권위의 부활 ▲자율의 실종 등이 지목된다. 중국모델의 비판적지지자들은 중국모델의 기본적 특징으로 ‘강한 국가, 약한 사회’를 들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부패, 국부민궁(國富民窮), 국유병(國有病), 양극화, 혁신능력 약화 등의 걸림돌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모델이나 중국 굴기론 등은 부쩍 강력해진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 열풍은 엑스포, 아시안게임을 거쳐 내년 하계 유니버시아드(深圳)로 이어질 예정이다. 대규모 행사 개막 및 폐막식에 펼쳐진 화려한 영상과 군무(群舞)는 하나같이 중국국가 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기여하도록 구성돼 있다. 중국 문화에 대한 홍보는 대회기간 내내 빠지지 않는다. 거대해진 경제규모와 함께 중국 소프트 파워의 글로벌 영향력도 갈수록 확장될 것이다.

3. 12·5 규획으로 탄력 받을 ‘전략성 신흥산업’

2011년엔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제12차5개년 규획(이하 12·5로 약칭)’이 시작된다. 지난 11차5개년 규획은 개시연도 전해인 2005년 가을에 이미 상세한 계획요강이 책자로까지 편집돼 서점에 깔렸으나 이번 12·5는 연말이 되도록 아직 상세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규획의 골자는 올해 10월 열린 공산당 17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中全會)에서 정부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됐는데, 국무원의 상세계획까지 덧붙여 내년 3월 전인대의 비준을 통과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이 전인대란 헌법상 최고기관의 권위를 ‘법치’란 차원에서 인정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제스처이다.

12·5가 내년 중국 경제사회의 최고 이슈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향후 5년을 ‘소강(小康)사회 전면건설의 관건시기’로 판단하고, 개혁개방을 강화해 경제발전방식을 전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이 계획에 담았다고 공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강사회 전면건설의 관건’이란 표현은 이미 11·5 때도 등장해 외국 분석가들에게도 익숙하다. 즉 12·5 정책목표의 상당부분은11·5에도 언급됐으나, 미완에 그쳤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는 고정자산투자와 수출이었다. 30년 연평균 9.8%성장이란 화려한 성적표를 자랑한다. 그러나 각종 격차가 확대되면서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란 문제의식과 성장 만능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팽배해졌다. 기업 등 공유부문이 성장의 과실을 편향적으로 가져가는 동안 사회 기층 인민들의 행복지수는 크게 떨어진 탓이다. 사실 11·5 기간 이 같은 성장방식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종합적으로 파악돼 본격 대응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구조조정 과제가 시급한 경기대책에 밀려나면서 이번12·5에까지 연결된 것이다.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이미 4세대 지도부가 등장한 2002년 말 내려졌다. 그런 데도 8년이 지나도록 큰 성과를 체감하기 힘든 만큼 공산당 지도부는 12·5 기간 대대적인 구조전환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12·5가 11·5의 복제판이란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당 중앙의 ‘건의’ 10개항에서 전례 없이 내수확대가 명시적으로, 그것도 첫째로 언급됐다. 내수확대 정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채택된 긴급 경기대책의 일환이었으나, 사실 11·5의 기조에 깔려 있는 경제성장 모델의 전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의 침체와 중국 내부 원가상승 추세에 맞춰 내수확대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수확대에 이어 농업현대화 추진이 두 번째 정책목표로 제시됐다.

두 번째 특징은 문화산업을 국민경제 지주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 처음으로 발전목표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2009년 문화산업 부가가치는 8,400억 위안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총생산의 2.5%에 불과하다. 향후 중국경제가 연평균 8%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지주산업의 위상(GDP의 5%)에 이르려면 2015년경 문화부문부가가치가 대략 2조6,608억 위안에 달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연평균 21%의 성장세이다. 계획대로라면, 중국 문화 소프트파워의 증대는 크게 두드러질 것이다.

외국기업들이 기회와 함께 위협을 느끼는 발전목표는 3번째 우선순위에 놓인 산업경쟁력 제고이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차세대 정보기술 ▲생물 ▲첨단 장비제조 ▲신에너지 ▲신재료 ▲신에너지자동차 등 7대 전략성 신흥산업이 제시됐다. ‘전략’이란 표현에서 나타나듯 열거된 신흥산업들은 향후 5년 발전의 토대를 다지고(GDP의 8%)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다져나갈(GDP의 15%)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중국경제의 에너지난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들 산업은 공교롭게도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제조강국들 모두 차세대 미래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하는 만큼 12·5의 산업정책은 ‘선진국 캐치 업’을 넘어서 ‘선진국 추월’ 정책인 셈이 됐다.

4. 포용성(包容性) 성장이 상징하는 분배개혁

12·5가 강조하는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은 사실 성장과실의 분배양식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투자 수출부문이 주도하는 성장방식은 투자수익률을 높여주는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위안화 가치의 인위적인 저평가, 각종 원자재시장의 가격억제,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호구제와 같은 사회적 속박 등이 대표적인 투자 수출 지원책들이다.

이 같은 방식의 성장이 30년을 끌어오면서, 자연자원(특히 토지)과 자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과도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토지사용권을 사들여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챙기는 부동산업체와 국유기업, 지방정부가 있는가 하면, 단순생산직 근로자들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경제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거의 0.5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중국 공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소요 사건이해마다 수만 건씩 보고되고 있다. 불균형 성장의 결과로 연해-내륙, 도시-농촌, 빈부격차 등 3대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농산물이나 근로임금 인상정책을 취하고 있는 배경엔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포용성 성장이란 용어 자체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지난해 아태경제협력회의(APEC) 석상에서 처음 제기했다. 후 주석의 언급 이후 중국 내부 전문가들은 ‘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형태의 성장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무엇을 분배하느냐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포용성 성장은 향후 12·5에서 분배개혁, 구체적으로 ‘민생보장 및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다. 11·5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던 농민소득 및 근로임금 인상노선이 지속되고, 도시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세 감면조치나 4대 보험의 정부지원 및 확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이 점진적이나마 이뤄진다면 소득분배는 개선되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

포용성 성장으로의 전환은 중국이 ‘파이를 키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파이도 키우고 나누는 것도 고민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12·5가 과거 5개년계획의 발전목표와 달리 수치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아직도 인구보너스기에 있는 만큼 쏟아져 나오는 노동인력을 흡수하기 위해선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 필수적이다. 지금보다 저성장이 추세적으로 자리 잡을 때도 ‘파이를 나누는’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5. 반 인플레이션 전쟁(防通漲)

중국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4%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정해놓은 물가억제선 3%를 훌쩍 넘었다. 2008년 초의 8.7%보다는 그래도 낮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2008년 물가폭등은 춘졔(春節)식료품 수요와 동남부의 설해가 겹치면서 국지적 소요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물가급등세는 식료품가격이 주도하고 있다. 10월 식품가격 상승률 10%는2008년 초 춘졔 이후 가장 높다. 식품물가 불안은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물가상승세가 일반화되면 중국 공산당이 내년에도 역점사업으로 내놓은 ‘서민생활안정’은 토대부터 흔들리게 마련이다.

지난 11월22일 국무원이 내놓은 ‘기본생활보장을 위한물가안정’ 16개항 조치를 보면 무려 6개항이 농산물 관련 조치였다. 농업생산을 발전시키고 농부산물 공급을 안정시키며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것 등이 골자인데, 대부분 구조적 걸림돌을 손대야 하는 중장기적 조치들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교란 행위를 단속하는 등 임시방편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서민들의 위화감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올해 4월, 9월 잇따라 부동산시장 안정책을 내놓았지만, (신규)주택가격은 이를 비웃듯 지난해 초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호황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토지 주택부족이 주원인이지만, 토지사용권매각수익이 지방정부 세수와 직결돼 있는 구조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중앙정부정책의 약발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엔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와 국제원자재 가격의 움직임 등도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곡물 원유 구리 등 21개 주요 원자재 국제시세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CRB 현물가격 지수는 2009년 이후 몇 개월만 제외하면 지속적인 상승세이다. 미연준이 경기후퇴를 우려, 추가적인 달러화 찍기(QE3)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원자재 시장에선 달러화 표시 가격의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외환당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세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국제 원자재의 달러화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중국 국내 위안화 물가 수준에 전이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의 올해 농산물 작황이 양호한데도 곡물 생산단가가 상승했고, 공업용 농산물 수요가 만만찮아 식량가격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것으로 관망된다.

최근 물가상승세가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 때문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최근 몇 달 새 중국 금융당국이 은행지준율과 금리인상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총통화증가율은17~20%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이미 통화량 팽창이 우려돼 지준율과 금리를 높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듬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폭포수처럼 쏟아낸 신규대출은 최근 증가세가 둔화 됐지만,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과다하다는 게 중국 국책연구기관들의 판단이다.

12월 초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 2011년 정책기조를 ‘적극적 재정과 온건(穩健)한 화폐정책’으로 확정했다. 화폐정책만 ‘적당히 느슨한(适度宽松)’ 기조에서 온건한 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온 내수부양과 내년에 시작되는 12·5의 성공적인 ‘첫발(開局)’을 위해 불가피하다. 산업인프라 구축, 미래산업 육성, 지역차별 해소 및 사회복지 확충 등에서 재정의 역할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반면 화폐정책은 경제성장 목표부터 ‘성장률 유지(保成長)’에서 ‘온건한 성장’으로 궤도를 수정한 만큼 현재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다.

올 가을 치솟고 있는 물가가 내년 춘졔의 성수기를 맞아 폭등세로 돌아 선다면, 구조개혁 조치가 그 범위나 집행시기 면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은 12·5 기간 대대적인 가격개혁 및 소득분배 개혁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주요 필수재화의 가격상승 및 임금 농산물 상승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징후(京滬)고속철 개통, 고속철 시대의 본격화

정치 수도인 베이징과 경제 중심 상하이를 잇는 전장 1,318km의 징후 고속철이2011년 말 개통된다. 최근 1단계 노선 연결공사가 완공된 데 이어 역사 건설, 노선 주변 정비 등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속철이 처음 등장한 것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인 2008년 8월 베이징~텐진 구간이었다. 이어 베이징~타이위안(太原), 이듬해엔 청두(成都)~총칭(重慶) 구간과 광저우(廣州)~우한(武漢) 구간이 각각 개통됐다. 그런데도 징후 고속철의 완공이 내년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향후 개통될 고속철 구간을 감안하더라도 노선이 가장 길고, 연해지역 주요 도시를 관통하기 때문에 정치 경제적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 최고의 도시라는 자긍심이 강해 미묘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지만, 각각 화북과 화동지역의 경제를 이끄는 중핵도시이다. 아울러 1989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상하이 당 서기가 덩샤오핑의 발탁으로 전격적으로 중앙 권력무대로 진출한 이후 권력층 내부의 상하이와 베이징 파벌 간 힘겨루기는 홍콩 언론들이 중국 정치권력 투쟁을 소개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라이벌 도시가 5시간 ‘경제거리’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중국 철도운송의 발전과정은 독특하다. 서구의 산업발전 단계를 몇 단계 뛰어넘는 비연속적 캐치업(catch-up) 과정이 고속철 도입에서도 나타난다. 고속철도의 종주국인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일반 철도운송이 먼저 대중적으로 발달하고, 이어 고가의 운송수요가 부상하면서 고속철 분야 개발 및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중국은 1990년대 말까지 폭증하는 운송수요를 주로 도로교통으로 충족시키려 상대적으로 도로투자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도로운송의 한계가 분명해지자, 뒤늦게 철도운송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하지만 이 단계에선 철로교통은 고속철 시대로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 철도부의 중장기 계획은 고속철도를 대거 확충해 여객운송 수요를 해결하고, 화물운송은 일반 철도에 맡겨 심각한 산업 병목현상을 타개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고속철로는 2011년 7,000km, 2012년엔 1만3,000km로 확정되며 10년 뒤엔 지구촌 고속철로의 절반 이상이 중국 대륙에 깔릴 전망이다. 중국 고속철은 중국 대륙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4종4횡(四縱四橫)의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 중 징후 고속철이 가장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고속철의 운수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고속철의 경쟁상대인 항공운송업체들이 속속 단거리 노선을 폐지하고 장거리 운항으로 돌아서고 있다. 소요시간 기준으로 3시간 이내에선 비행기가 고속철의 경쟁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게 서구의 경험이다. 중국에선 광저우~우한 간 1,100km 노선에서 항공기와 고속철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보다 짧은 구간에서 항공업계가 몰락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징후 고속철도양 진영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되는 노선이 될 것이다.

고속철의 확장은 중국 도시화 발전추세나 지역민들의 생활패턴, 나아가 소비시장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장거리출퇴근 주민이 늘면서 지역별 부동산 시세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막대한 물류비용 탓에 자원개발 외엔 뒤처진 서부지역도 란저우~우루무치 노선이 완공되면, 개발이 급 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지도가 바뀌는 것이다.

다만 비행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고가의 운임이 고속철의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승차율이 계속 저조하다면, 고속철 투자를 집행한 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고속철은 향후 사회적 공익성과 (국유)기업 수익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7. 도시화의 어두운 자화상, 도시병(城市病)과 강제철거(拆遷)

베이징의 교통체증은 서울 도심권 못지않다. 출퇴근 때엔 도심의 순환도로마다 1km 전진에 반시간 이상 걸린다. 시장조사기관인 영점조사(零点調査)의 최근 조사에서 베이징 시민들은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매월 336위안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인구 1,900만 명을 대입해보면 천문학적인 손실이다.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의 구도심(浦西)도 심각한 교통체증 때문에 외지 번호판 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정도이다.

1978~2008년 사이 중국 도시화 비율은 17.9%에서 45.7%로 매년 0.93%p씩 높아져 도시인구는 6억 700만 명까지 늘어났다. 항구적인 도시호구를 받지 않은 유동인구까지 감안하면 도시에 생활터전을 마련한 인구는 7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1%p 정도씩 도시인구가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웬만한 유럽국가의 인구가 이동하는 셈이다.

베이징 시 정협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베이징의 실제 상주인구는 1,972만 명이었다. 반면 11·5 규획에서 상정한, 2008년 도시 인프라가 포용할 수 있는 최대인구는 1,625만 명이었다. 수용능력을 넘어선 300만 명이 바로 교통체증, 교육시설 태부족, 의료기관 장시간 대기, 전력공급 불안, 환경오염 등을 불러오는 주범이 된다. 도시 토박이들의 눈엔 급격한 도시화 바람을 타고 떼 지어 몰려오는 외지인들 때문에 ‘도시병(城市病)’이 도지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시화의 진전은 중국 정부가 간절히 바라는 정책 방향이다. 농업, 농촌의 현대화와 농민소득 증대란 삼농(三農)정책의 성공이 농업인구의 성공적인 도시전입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시화는 각종 생활서비스 분야의 비약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등 내수시장 확대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제구조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는 의미이다.

도시화란 법적으로 농업호구 보유주민들을 도시호구로 전환시켜야 완성된다. 최근 쓰촨(四川)성의 대표도시인 청두 시정부가 2012년까지 시내 도농호구 구별을 철폐하고, 쌍방의 자유로운 이전을 허용하겠다는 혁신적인 호구개혁안을 공개했다. 청두 개혁안은 심지어 농민들이 토지관련 권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도시호구 진입을 허용하기로 해 중국 사회주의 건국 이후 최초로 ‘토지권리를 가진’ 도시민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청두와 더불어 도농개혁시범특구로 지정된 인근 총칭시도 지난 7월 호구개혁을 개시, 3개 월 만에 35만 명이 도시호구를 취득했다. 내년엔 무려 335만 명이 도시호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도 총칭의 개혁안이 자리를 잡으려면, 토지권리 행사에 따른 법적 문제점 정리와 대규모 사회보험 재정 확충 등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농촌호구 보유자의 도시진입으로 발생하는 ‘도시병’을 완화시켜야 하는 난제가 남아있다.

도시병을 성공적으로 치유하려면, 필연적으로 도시 경계를 넓히거나 기존 도시구역의 재개발사업을 벌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철거(拆遷)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수확대를 노리는 지방정부의 방조 속에 개발일정에 쫓긴 부동산개발업체들이 강제철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장수(江蘇)성 이황(宜黃)현에서 강제철거에 항의하던 주민 3명이 분신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2003년부터 부쩍 늘어난 철거 관련 분규는 올해 관련 언론보도만 2,060건에 달했고 내년에도 중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부동산개발업체의 직접 철거를 금지하기로 하고, 부정 공무원들을 문책하고 있으나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철거분규는 국가주도 경제발전 모델에선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이다.

8. 인수합병 시장의 강자, 중국기업들

최근 중국의 광밍(光明)식품이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건강식품업체인 GNC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입금액이 3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인수다. 미국기업인 GNC가 전세계에 펼쳐놓은 7,100개의 매장이 중국기업의 영업망으로 문패를 바꿔달게 된다.

지난 8월엔 중국 토종자동차업체인 지리(吉利)의 볼보자동차 인수가 일단락됐다. ‘안전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가진 글로벌 세단 브랜드가 지리로 넘어감에 따라 지리의 세계시장 진출도 날개를 달 수 있게 됐다.

올해 3분기 중국기업의 해외 M&A 사례는 금액이 공개된 것만 12건에 52억 달러어치이다. 2009년 하반기~올 상반기 해외 인수합병은 342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공격적인 M&A는 2011년에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중국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중국 대형 국유기업들의 엄청난 자금동원력, 그리고 갈수록 강세를 더해가는 중국 위안화의 위력이 삼박자를 이루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은 위상을 자랑한다. 2010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모두 46개가 포진했는데, 이중 비금융 B2C 기업만 7개나 됐다. 이들은 치열한 내수경쟁 탓에 떨어진 수익성을 해외시장 매출에서 만회하려 시도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높고, 브랜드 파워가 우수하며, 기술자원이 우수한 기업들이 타깃이다.

그렇지만 전반적 추이를 볼 때 중국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제조업 분야보다 광업이나 금융물류 서비스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 경제에 시급한 원자재 확보와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의 디딤돌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정부와 국유상업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책적으로 지원할 만한 인수대상이라면, 자금지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러한 인수합병 건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관리가 인수합병 상담에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5년 미국의 유노컬, 2009년 호주의 리오틴토사의 매각협상은 사실상 상대국 정부가 나서 백지화시켰다. 국가전략적인 M&A인 만큼 정치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M&A 시장의 큰 손이었던 미국 영국 일본이 주춤거리고 있다. 내년에도 선진국 경제의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선진국 기업들이 공세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6%대로 부상한 중국의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 점유율은 내년 중에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기업이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수록 한국 기업들의 생존공간은 좁아질 수 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기업에 우위를 보였던 글로벌 마케팅 경험까지 중국기업들이 확보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www.lgeri.com]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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