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身言書判(신언서판)’, 인간 변화의 4단계
‘身言書判(신언서판)’, 인간 변화의 4단계
  • 김연균
  • 승인 2012.04.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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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은 ‘ㄲ’으로 시작하는 ‘꿈/깡/끼/끈/꽤/꼴/끝’이란 일곱 글자를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꿈이 있어야 하며 도전정신과 호연지기가 넘쳐 나며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실력과 지식보다는 지혜로움, 그리고 반듯한 모양새와 일처리의 귀결점이 좋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말을 듣던 중에 나도 모르게 ‘身言書判(신언서판)’이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신언서판’이란 중국 당나라 때 관리 선출의 4가지 표준인데 체모(體貌)의 풍위(楓偉), 언사(言辭)의 변정(辯正), 해법(楷法)의 준미(遵美), 문리(文理)의 우장(優長)을 뜻한다.
우리 조선시대에도 과거시험이나 관리들을 평가하는데 있어 그 평가시스템의 표준으로 삼았던 것이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 등 4가지 조건이다.

그리고 신언서판이란 기준은 오늘 날에도 공무원은 물론 공ㆍ사기업에서 신입사원 선발 또는 조직 구성원들의 인사평가 시스템의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에 H그룹사에서 노동조합 간부와 인사/노무관리자로, 80년대 이후에는 기업과 경제단체 그리고 유명 언론사에서 기획/인사/노무/재무/영업/경영관리자와 CEO로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필자는 ‘신언서판’이란 의미를 “아하! 그럴 수가 있구나”하며 어느 순간에 새로운 해석을 해 보았다. “신언서판이란 인간이 변화하는 4단계다”라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걱정거리로 부터 초월하여 평정심을 찾아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생각이 바뀌어 스스로 淸福(참 행복)을 느끼게 되면 맨 먼저 변하는게 몸이며 그 중에서도 얼굴이며 또 그 중에서도 눈임을 우리는 쉽게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 상대방의 얼굴이 해맑고 밝아서 예전과는 달리 참 좋아졌다고 느끼게 되면 그 사람은 변화의 첫 단계인 身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

두번째 단계는 그 사람의 말수가 적어짐은 물론 목소리 톤도 단전으로 부터 울려 나오며 부드러운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지도자라는 뜻인 LEADER의 ‘L’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중도에 막지 않고 끝까지 겸허하게 경청한다는 ‘Listen’을 뜻한다.

세번째 단계에는 예전의 서체와는 확실하게 달리 아름답고 부드러운 어휘 선택은 물론 감사함과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서체로 변화해서 글씨에 얼(魂)이 실리게 된다.

네번째 단계는 사람의 판단능력이 상식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身→言→書→判이란 4단계를 거친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그 사람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맑은 얼굴. 카리스마가 넘쳐나며 부드럽고 품위있는 말 한 마디. 정성이 깃들고 혼이 담긴 서체. 합리적인 상식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통합적인 사리판단 능력.

위 4가지 항목은 격변기를 살아가는 우리 35,000여 큰 그릇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화랑도의 ‘세속5계’(사군이충, 사친이효 등 5가지 계율)에서 ‘사(事)’라는 글자에는 ‘일 사(事)’라는 뜻 이외에도 ‘섬길 사(事)’라는 큰 뜻이 담겨져 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인사는 만사’라고 상투적인 어법으로 말한 적이 있지만 필자는 ‘人事는 天事’(사람을 섬기는 일을 모름지기 하늘 섬기듯이 하라)는 ‘참 진리’를 뒤 늦게 나이 들어 깨우친 바가 있다.

‘人事는 天事’, 이는 인본사상의 실천이며 우리 큰 그릇의 가치철학이다.

그리고 깨끗한 몸과 바르고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우리 큰 그릇은 이웃을 위해, 인류와 더불어 살아가는 글로벌시대에서 생존과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고객만족, 고객감동이란 차원을 넘어 ‘고객성공’과 ‘고객행복’이란 대명제를 앞장서서 시현하자.

지성과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면서 살아가라’는 하늘로 부터의 준엄한 천명을 받잡아 여태까지의 삶을 자성하고 보다 더 겸손하고, 정직하며 열정적으로 (幸)福을 경작해서 베푸는 삶을 살아가자.

다산 정약용은 (幸)福이란 ‘출세와 귀생을 추구하는 열복’과 ‘하늘에 감사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섭생을 하는 청복’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열복받기를 희구하지만 개별적으론 즐겁고, 기쁘고 마음이 편안한 청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삶이되길 간절하게 기도한다.

끝으로 이어령 교수의 외손녀가 맛있는 과자를 사 달라면서 이어령 교수께 퀴즈를 냈었던 ‘2+2=4’라는 문제를 인용해 본다.

‘2+2=4’란 ‘상대방을 이해(2)하고 또 이해(2)하려고 힘쓰다 보면 결국에는 사랑(4)을 느끼게 된다’는 어린 유치원생들의 깜찍하고 순수한 가르침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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