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불법파견 사용 시점부터 직접고용으로 봐야
노동부, 불법파견 사용 시점부터 직접고용으로 봐야
  • 승인 2003.04.2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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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포식을 가진 것으로 시작된 민주노총의 ‘비정규 주간’ 행사
가 중반에 접어든 24일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장 방안 △파견제 폐지·
불법파견 근절 방안 △기간제 고용 억제방안 △차별철폐 감시감독강
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그 동안 각각의 고용형태별로 진행됐던 법제도 개선 방
안 논의를 집대성했다는 의미와 함께 "불법파견을 사용한 시점부터 직
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노동부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부 하갑래 고용정책심의관은 "최근 고등법
원이 SK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이더라도 2년 이상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
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
기 위해서는 "단 하루라도" 불법파견을 사용했다면 그 시점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 심의관은 "이럴 경우 사
용사업주의 책임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심의관의 이 발언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주
무부서 국장이 불법파견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진보적 노동법학자
들의 주장과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앞으로 노동부가 "불법파
견 근절"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관리 감독을 강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
다.

실제 지난해 9월 21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는 같은 SK
사건에 대해 "파견법에 의하지 않은 파견근로일 경우, 2년 이상자의
고용의제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서도 "이러한 해석
에 따를 경우 파견근로자의 법적 지위에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게 되므
로 입법적으로 명시적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경우, 파견관련법령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근로인 경우 사
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의 노동관계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 시점부터
성립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사용사업
주가 불법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이용한 경우에는 파견근로자와 사용사
업주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간
주한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1부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장 방안",
"파견제 폐지·불법파견 근절 방안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행정기관이 관리감독 강화
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불법파견을 근절하려면 노동부 등 행정
기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에게 불법
파견에 대한 조사·고발권이 없다”고 지적하고 “노동부가 근로감독
관의 집무규정에 근로자 파견 관련 사항을 명시해서 근로감독관이 이
를 감독하고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각 지방노동사무소 관리과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 고
소·고발 등에 대한 접수와 조사를 담당하지만 형사처벌은 경찰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경찰은 노동법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 뿐 아니
라 관리가 일원화돼 있지 못해 처벌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부 하 심의관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바꾼다고 하더라
도 불법파견 업무까지 관장하기에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가 턱없이 적
다"며 "현재 600여명 수준이 근로감독관을 5배 이상 늘리지 않는 한
당장 업무를 이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보호입법과 관련해서는 그 동안 논의되어 왔
던 대로 근로기준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호입법을 두고 약간
의 이견들이 있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전혀 보장되
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인 ‘제
한적인 단결권 인정’에 대해서도 여전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은 “특별법 제정을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등
에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명문화하여야 하며, 단결권만을 보장하겠다
는 방안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서의 협의회 구성
을 염두에 둔 것으로서 자칫하면 기존에 조직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조차 와해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 있는 곳, 균등대우로 대체해야”

이어진 2부 토론에서 ‘기간제 노동 억제 방안’에 대한 발제에서 김
선수 변호사(민변 사무총장)는 “현재 대법원과 대법관의 성향을 미뤄
볼 때 재계의 경제논리를 반영해 기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해석론이 대
두될 우려가 크다”라며 “이에 법률 개정을 통해 해석기준을 달리 세
워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기간제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
분은 기간제 노동 사용 사유 제한”이라며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 대체 △계절적 사업 △일시적, 임시적 고용의 필
요성으로 노동위원회 승인을 얻는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
는 경우 등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 논의에서 간과
해선 안 될 사안은 실업문제”라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오히려 기
업의 해외이전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하며 이러한 경
제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현재 노동계의 주장대로만 나간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선수 변호사는 “비정규직 차별이 너무 심각해서 법제도 개
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에까지 온 마당에 실업
사태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 송영중 근로기준국장은 “기간제 근로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이
나 반복갱신 남용에 대한 규제는 도리어 또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증가
로 전체 근로자의 지위가 더 열악해질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일정기간까지 기간제 사용을 자유롭게 하되 그 기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기간제로 사용할 경우 이에 사유제한을 두는 것이 무난하다”라
고 밝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정책국장은 “재계가 무소불위의 경제논리
를 바탕에 깔고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
한 나라가 없다는 등의 논의를 반복하는데 이는 무지와 억지에 불과하
다”라며 “파트타임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외국의 경우 보편화
된 것이며 기간제 및 파견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또는 정착단계
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감시감독강화 방안’에 대한 발제에서 주진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차별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에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명
문화해야”하며 “또 비정규 노동자 보호법이 마련된다 해도 현행의
감시감독 체계로는 법 집행 실효성이 없으므로 노동자가 참여하는 명
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해 위법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
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중 국장은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산
업재해 이외에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임금체불이나 부
당해고 사안의 경우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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