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저임금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 김연균
  • 승인 2012.05.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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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더 벌어져
우리 나라의 임금소득 불평등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그 원인은 비정규직의 증가,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확대, 대기업 일자리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국세청 통계로 살펴본 근로소득 불평등 실태’에서 나타난 2010년 근로소득 지니계수 0.503 또한 전년도의 0.494보다 높다. 불과 1년새 고임금 계층의 근로소득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상위 10%의 2010년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소득은 전년도보다 453만원(5.3%) 증가한 8965만원을 기록한 반면, 평균 연봉이 1200만원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소득은 23만원(-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의 토대가 된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는 2009년부터 면세자 정보를 담고 있어, 같은 방식으로 장기 추세를 살펴볼 순 없다. 다만 이 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지니계수는 2003년 0.335에서 지난해 0.350으로 증가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3만명 미만의 샘플로 하는 통계청 부가조사와 1500만명이 넘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한 지니계수 값이 차이가 나지만, 모든 근로소득자의 정보를 담고 있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한 지니계수값이 훨씬 정확하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서도 지난 8년간 임금 불평등이 꾸준히 확대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소장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진행되기 시작하다가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됐다”고 말했다.

고임금 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이 돌아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원인은 뭘까?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대-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이중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10~29인 근로자를 둔 기업체의 1인당 평균 임금은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85% 늘었지만, 5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대기업체의 임금은 같은 기간 256% 증가했다.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의 임금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상용직 근로자(5인 이상 상용근로자를 둔 사업체 기준)가 2003년에서 2010년 사이 154만명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500인 이상) 근로자는 되레 1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인성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전체적으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 증가가 임금소득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임시·일용 근로자(비정규직)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8%나 된다. 1년 이상 계약직은 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상용근로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50%에 육박한다고 주장해왔다.

근로소득 불평등의 개선 없이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구소득의 불평등도 나아지기 어렵다. 근로소득이 가구소득의 65%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임금소득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순자산(총자산-총부채) 지니계수가 0.619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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