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등 위법 천국 ‘KT’
임금체불 등 위법 천국 ‘KT’
  • 김연균
  • 승인 2012.05.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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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특별감독 결과…6509명 33억 체불
KT가 지난 해 직원 수천 명에게 수십억 원의 임금을 체불하는 등 각종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석채 회장을 조사한 뒤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기소 의견을 내고, 조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KT는 노동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져, KT의 인권 침해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21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정법 위반사항에 대해 입건 수사 후 기소 의견으로 지난 10일 검찰에 송치했고, 산업안전보건법, 남녀고용평등법, 파견법 위반사항 등에 대해서는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KT 특별감독 결과를 밝혔다.

노동부는 KT 본사, 53개 사업단 및 118개 지사 등 172개 사업장의 지난 해 실태를 지난 1월30일부터 2월29일까지 점검했고, 지난 3월19일 이석채 KT 회장을 조사했다. 점검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던 노동부는 21일자 미디어오늘 기사<노동부, KT 근로기준법 위반혐의 조사>가 나온 뒤 처음으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공개했다.

노동부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KT는 노동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노동부는 KT가 △시간외·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 6509명에게 33억1000만 원을 과소 지급했고 △46명의 근로조건 관련 서명명시 의무를 위반했으며 △작년 9월 취업규칙을 변경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근로기준법 위반 사유로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는 △안전 조치 위반, 보건 조치 위반 등으로 32개 KT 지사장(88건)을 입건 수사하고 검찰에 송치했고 △특수건강진단 미실시(150명), 정기안전보건교육 미실시, 안전관리비 계상 부적정(21건), 산업재해 발생 보고 위반(26건), 산업재해 발생 보고 위반(26건), 건물 철거 시 석면 유무 미조사(26건) 등에 대해 과태료 4억 원을 부과(102개소, 219건)했다.

노동부는 KT가 성희롱 예방교육(88명)을 실시하지 않은 것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사용사업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은 것을 파견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노동부가 KT의 법규 위반을 조사해, 적발한 것이다. 조사는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KT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자,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노동부가 이번에 전체 KT 사업장 400곳 중 조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절반도 채 조사를 하지 못했고 조사 기간도 작년 한 해에 불과했지만, KT는 각종 법규에서 ‘무더기’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그동안 시민단체, 언론 등에서 ‘KT의 민영화 이후 노동 환경이 악화됐고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문제 제기한 것이 결국 조사 결과 확인된 셈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KT의 노동 환경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노동자 학대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에서 문제로 제기된 것이 이번에도 확인됐는데 세부적으로 공개가 된다면 사태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노동부가 검찰 수사를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면적으로 공개해 노동자들이 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작년 10월11일 MBC 은 ‘사랑합니다 KT’편에서 이석채 회장이 재직한 지난 2009년 대규모 인력 감축 이후 자살 혹은 돌연사한 직원이 잇따르고 있고 그 배경에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KT노동인권센터가 발표한 ‘2006년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시행 이후 총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총 사망자(재직자, 퇴직자, 계열사 직원)가 216명(돌연사, 자살, 암, 사고 및 기타 질병)에 달하고 이중 자살이 16명이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위원장은 통화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되고 노동 강도는 세져 무급으로 밤 늦게까지 KT 노동자들이 일했던 것”이라며 “이런 게 수년 간 악화돼 왔고 결국 사망자가 폭증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KT 매출이 22조 원, 순이익은 1조 원을 넘었고, 경영진은 고액 연봉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에게 수당을 주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T가 이번 기회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고백을 하고 시정조치를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판정이 나기 전에 사망한 노동자와 유가족에 대해 합당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KT는 22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KT가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일부 부인하는 게 있다”며 “(노동부를 상대로)법원까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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