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붉디붉은 채송화
한 송이의 붉디붉은 채송화
  • 김연균
  • 승인 2012.08.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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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오늘 새벽, 신문을 가지러 나오다 보니, 붉디 붉은 채송화 한 송이가 그렇게 맑을 수 가 없이 고운 꽃을 피워냈다.

길에서 주운 깨어진 항아리의 움푹한 면을 드릴로 뚫어 구멍을 내어 화분을 만들고, 흙을 채우고, 이끼를 덮어 흙이 튀지 않게 해놓았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작은 영산홍 이 자리를 잡았다.

어느 날 보니 이쑤시게 정도 자라고, 2~3년이 지나다 보니 한 뼘 정도의 크기로 자라 이제 제법 나무의 티를 낸다.

그 작은 수반은 이끼에 덮혀 푸른 초원이 되었고, 작은 나무는 낙락장송이 되어 고고한 그 자태를 뽐낸다.

그 초원이 참으로 고와서 올해에는 채송화 몇 가지를 꺽어 다 꽂아 주었더니 오늘 아침 드디어 붉디 붉은 꽃 한 송이를 피워 낸 것이다.

카메라로 찍어와 이 아름다움을 님들과 함께 해야 하는 데 그냥 나왔다.

꼭 눈으로 봐야만 하는가.

우리 님들은 心眼으로 충분히 보시고, 느끼실 것이다.

사진으로 꼭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 또한 욕심이고, 자기 자랑이 될 수 있어 포기하기로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끼 키우기가 나의 작은 취미가 되었다.

이끼를 키우면서 왜 이끼를 萬年花라 부르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작은 화분이나, 제주도에서 주워온 전복껍질에도 흙을 채우고, 풍로초 하나 심고, 주변을 이끼로 덮으면 아주 근사한 화분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버려진 하얀 네모의 분재받침을 주워와 구멍을 내어 화분을 만들고, 거기에 이끼를 덮어 놓으니 근사한 초원이 되고, 먹음직스러운 스펀지 케이크도 된다. 거기에 이쑤시게 정도의 단풍나무 한 그루면 드라마 배경에나 나옴직한 근사한 풍경이 연출된다.

베란다를 넓게 사각의 한 뼘 높이의 각목으로 짜고, 맨 아래 난석 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넣고 전체를 이끼로 덮으며 사이에 모래로 강을 연출하면, 근사한 초원의 골프장도 되고 그린필드도 된다.

물은 샤워기로 저녁에 한번씩 뿌려주면 말 그대로 비 내린 후의 싱싱한 초원이 되며, 새벽에 또 뿌려주면 참으로 상큼하다. 그때 나오는 흙 향기, 상큼한 건강함이다.

이끼는 우리가 조금의 관심으로 들여다보면 주변에 참 흔하다 할 만큼 많다.

또한 야생화이기에 강한 자생력이 있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습기만 충분하면,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아는 상식하나, 이끼는 그늘에서만 자란다고 햇빛이 아주 없으면 안된다.

역시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식물이기에 어느 정도의 햇빛은 꼭 필요하다.

이렇게 키워진 작은 화분들은 좋은 님들과 차 한잔 함께 하는 자리, 식구들과 함께하는 식탁, 혼자 하는 독서, 혼자 마시는 차 한잔의 자리에도 조용히 어울릴 것 이다.

조용히 돌아온 삶을 관조하며, 홀로 즐기는(獨樂), 우리의 삶에 참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조용함은, 조용한 기쁨을 만들어 낸다.

조용함에서 나오는 기쁨은 작다. 그러나 잔잔한 여운의 파장이 길다. 난 꽃의 향은 가까이 다가간다고 더 진하지 않고, 멀어 진다고 얇아지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그윽함은 고요의 작은 기쁨이다.

채송화 한 송이의 붉은 기쁨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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