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인한 좌절, 노모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 한 경우 업무상 재해
산재로 인한 좌절, 노모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 한 경우 업무상 재해
  • 이효상
  • 승인 2012.10.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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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근로자가 사고로 인해 척추가 골절되는 등 큰 상해를 입어 그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었으나, 수개월에 걸친 재활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른 절망감, 팔순의 노모인 원고에게 간병의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인해 자신의 배를 칼로 수회 가르는 등의 엽기적인 방법으로 자살에 이를 정도의 정신분열 내지 극도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살을 결행하게 된 경우 동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

A :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되,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이 경우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사례의 경우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4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 걷지도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대·소변도 못 가릴 지경이 되어 80세에 이른 노모의 간병에 의존하게 된 처지에 놓이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최소한의 기본적 신체기능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를 안게 되었고, 향후 그러한 장애가 회복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점,
망인이 인지능력이 부족한 자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이발소나 DVD방에 가기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자신의 이처럼 비참한 상태 및 그러한 상태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 내지 좌절감, 노모에 대한 죄책감 등을 자각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비록 망인이 자신의 간병인이나 담당간호사 등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러한 절망감이나 좌절감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외부적 증상을 나타내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에 대한 심리검사 결과 우울증 판단지수가 25에 이르러 비교적 무거운 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항우울증제를 9개월 가까이 복용해 온 점,

이 사건 사고 이후 과거와 달리 간병하던 원고에게 자주 짜증을 냈고, 두통, 무기력감 또는 증상의 호전이 없다는 답답함 등을 호소하였던 점, 망인의 자살방법이 일반적인 자살의 방법과는 달리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참혹하고 자학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비참한 처지에 놓인 망인의 절망감과 좌절감, 노모에 대한 죄책감 등이 우울증으로 볼 만한 상태로 발전한 끝에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나머지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 이르도록 하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어, 망인의 자살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업무상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입니다.
【참조판례】서울행법 2010구합33337, 20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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