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 명시 없는 ‘파견법’ 역효과
고용형태 명시 없는 ‘파견법’ 역효과
  • 강석균
  • 승인 2012.12.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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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사계약에 대한 직접 관여는 부당
지난 8월 개정 파견법 시행으로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단속 의지가 드높았던 한해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현재 불법파견 근로자를 받은 기업 107곳을 적발했다. 2010년 37곳, 2008년 2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대기업(근로자 300명 이상) 적발도 많아 지난 8~10월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대기업 3곳이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적발된 곳은 정보기술 서비스업체 LG엔시스, 휴대폰 부품업체 신양엔지니어링, 롯데백화점 등이다.

LG엔시스와 신양엔지니어링은 각각 생산직원 67명과 113명을, 롯데백화점은 지하 식품매장의 판매직원 36명을 불법파견 받아쓰다가 적발됐다.

9월에 CJ대한통운 등이, 8월에는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지휘명령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원청업체가 작업지시ㆍ인력배치ㆍ근태관리 등을 하면 그 근로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 LG엔시스, 신양엔지니어링 등 제조업체의 생산공정, 롯데백화점의 식품매장과 같은 판매점에서는 파견이 금지되며 직접고용 또는 도급만 가능하다.

이번에 적발된 세 곳은 모두 원청이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갖고 있어 고용부는 파견으로 판단했다.

파견근로자 고용이 금지된 곳에서 파견근로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원청에 직접고용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업들 간의 사계약(도급) 관계에 대해 정부가 직접고용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고용불안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불법 파견을 막고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견법이 법규 미비로 역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개정 파견법 시행 이후 고용부의 첫 불법파견 근로감독에서 5개 업체 123명의 파견노동자가 적발됐다. 이 중 원청회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90명(73.1%)이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된 것은 우리산업 평택공장 노동자 8명(6%)에 불과했다. 나머지 82명은 2~12개월의 단기 비정규직으로 고용됐다.

CJ대한통운은 불법파견으로 적발된 81명 중 61명을 1년 계약직으로 고용했고, 제조업체 파인과 협성정공은 각각 10명, 1명을 4개월 기간제로 고용했다. 전자부품업체 뉴로시스는 8명을 2개월짜리 기간제로 고용해 이들은 현재 모두 퇴사한 상태다.

이는 현행 파견법이 사용자의 ‘직접 고용’만 명시했을 뿐 정규직ㆍ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8년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 해고노동자들이 낸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파견법을 보완하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고용형태를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파견 근로자들이 택배 포장 등 단순업무를 하는데다 대부분 50대 이상이라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정부가 파견법을 만들고도 정작 중요한 고용형태를 명시하지 않아 오히려 근로조건을 떨어뜨리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게 됐다”며 “프로젝트성 업무 등 기간제를 사용해야 하는 합리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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