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이건희’
‘거지’와 ‘이건희’
  • 이효상
  • 승인 2013.01.02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 출근길에 매일 만나는 거지 한명이 있습니다.

나이는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고 1m 80cm가 넘어 보이는 건장한 덩치에, 머리는 떡진 사자갈기 같고 지저분한 장비 수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 담배 꽁초를 찾거나, 컵라면 한 사발 또는 소주 한병을 들고 있습니다. 그를 볼 때 마다 생각합니다. “저 친구는 아침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오늘 아침엔 제대로 된 장초 하나 얻어 피웠으면 좋겠다.” 또는 “오늘은 누구한테 몇 천원 받아서 소주 한병에, 컵라면 말고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매일 매일을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다 보니 그는 자기 생각대로 거지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그를 보면서 제 모습을 반추해 봅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같이 저 보다 수 십배, 수 천배 능력있고 잘 나가는 사람이,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다 종종 걸음치며 출근하는 제 모습을 보고 젊은 거지에게 제가 연민을 느끼 듯 저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까? 하고요.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저를 보며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 친구는 아침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도 무탈하게 자리 보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겠지?”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연민을 느끼겠죠.

“그러니까 매일 그 모양 그 꼴로 살지.... 평생 그 꼬락서니 못 벗어 날거다”하는 생각으로요.

당연히 그렇겠죠. 제가 매일 보는 거지가 매일 아침을 맞이하며 하는 질문이 바뀌지 않는 한 그는 평생 거지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 처럼, 우리가 매일 아침을 맞으며 하는 질문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현재 모습도 쉽게 바뀌지 않겠지요.

2012년이 다 가고 2013년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에서 2013년도 사업계획을 짜는데 필요한 자문과 자료를 구하러 왔다 갔습니다.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대부분 작년, 재작년하고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헤어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매일 아침 똑 같은 생각을 하며 아침을 맞는 거지가 평생 그 신세를 벗어 날 수 있을까요? 매일 똑 같은 생각을 하며 아침을 맞는 사업가의 기업이 지금 보다 크게 나이질 수 있을까요? 새해를 맞으며 함께 고민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기업은 사장님의 생각 만큼 크고, 개인은 자신의 아침 생각만큼 큽니다.

아침엔 황제가 된 듯한 기분으로 출근해서, 저녁엔 거지같은 기분으로 퇴근하신다면 본인 모습은 항상 저녁의 기분 같은 상태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여러분 오늘은 무슨 꿈을 꾸고 계십니까?

2013년엔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질문을 바꿔 예전과는 다른 새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