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에 대한 단상
‘불법파견’에 대한 단상
  • 이효상
  • 승인 2013.03.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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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486시대가 캠퍼스를 누비던 그 시절 ‘사내창업’에 대한 내용을 케이스스터디로 토론하곤 했었다.

사내창업을 공부했던 이유는 그 시절 새로운 조류이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자본없이 근로자들이 창업을 하여 일가를 이룰 수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배려와 노무비 등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IMF 시대를 맞아 삼성그룹 등 대기업을 필두로 ‘분사경영’으로 이어졌고, 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분사경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분사관련 다수의 논문과 서적으로 출판되었고 대다수의 기업에서 크든 작든 분사경영을 추진하였다. 분사경영을 통해 설립된 기업 중 다수는 현재까지 승승장구하며 일가를 이루고 있고,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내창업과 분사경영이 사회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싹을 틔우고 자리잡아 갈 무렵 IMF의 권고로 국내에도 ‘파견법’이 만들어졌고, 이를 토대로 불과 몇 년사이에 1000개가 넘는 파견기업이 창업을 하며 1만개 가까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리고 5만명 내외의 ‘파견사원’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근로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2011년말 현재 파견기업은 1800개가 넘었고, 파견사원 수도 10만명이 넘어섰다.

언제부턴가 초창기 순기능을 하고 선순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내창업, 분사경영, 파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이 시작된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엔 거의 매일 ‘불법파견’에 관한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불법파견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도급, 위임 등을 가장한 불법 파견을 단속하기 위해 노동부 고시(‘98.7) 및 사내하도급 점검지침(‘04.7), 파견?도급 구별기준 시행령에 명문화(’07.7) 등을 마련하여 운영하여 왔고, 작년부터 새로운 개정법률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중이다.

하지만 최근 불법파견문제를 보면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파견법 제정이후 15년동안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합법적 파견으로 인정받아 온 기업들이 무더기로 불법파견으로 단죄를 받고 있는 점과 파견이라는 극히 제한적 범주를 도급이라는 무한대의 개념과 대비하여 법적처벌을 하는 게 온당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즉, 한때 정부에서 장려하던 사내창업과 분사경영에 의해 자리매김해 온 많은 분사기업과 사내하도급 업체들, 그리고 이내들을 품었던 기업들을 일순간 파견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초정밀 잣대로 단죄하고 도급이라는 이현령 비현령의 채찍을 휘둘러 무참히 짓 밟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인지 하는 것이다.

혹시, 이러한 작금의 현상이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침대’와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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