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제도, 사내하도급 규제법으로 전락
파견제도, 사내하도급 규제법으로 전락
  • 김연균
  • 승인 2013.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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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도급법, 노동시장 유연성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고자 마련한 근로자파견 제도가 사내하도급을 규제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입법현안 정책세미나에서 현행 근로자파견 제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박 교수는 파견법 제정 이후 상당수 사내도급이 파견 형식으로 인정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원청회사에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사례를 들면서, “현행 근로자 파견법은 먼저 기업체로 하여금 파견 수요에 적극 대응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먼저 파견과 도급의 개념 구별이 모호함을 지적하면서, “파견법 범위를 좁히면 현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내하도급은 정상 도급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지만, 이의 범위를 넓히면 위장 도급이 되고 만다”고 꼬집었다.

“사내하도급이 정말 노동시장에서 문제라면 이를 정확히 진단한 뒤 규제할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도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경우로 볼 수 있으므로 우리 사회가 간접고용과 직접고용 개념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8년 제정된 근로자파견 제도는 기업이 파견업체를 통해 근로자를 공급받아 일을 시키는 인력수급조절 책 중 하나다. 현재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제외한 32개 업종에서만 허용된다.

사내도급은 원청사로부터 일감을 딴 하청업체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추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형태를 뜻한다. 근로자는 원청업체가 발주한 일을 하지만 근로계약 자체는 하청사와 체결한다.

새누리당은 사내하도급 고용 승계와 근로자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 법이 대기업의 간접고용·불법파견을 합법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강행 규정인 만큼 적용대상이나 범위 설정을 하는 데 있어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기본 방향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그 적용대상이나 범위 설정을 하는 데 더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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