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고사(故事)를 통해 본 인재 판별법’
LG경제연구원 ‘고사(故事)를 통해 본 인재 판별법’
  • 이효상
  • 승인 2013.06.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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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다투려거든 먼저 인재를 다투어라(夫爭天下者 必先爭人).’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이끈 명재상 관중(管仲)의 말이다. 지금과 같이 창의적 인재가 중요한 시대에는 더욱 되새겨볼 만한 말인 듯 하다.

이처럼 인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인재와 평균적인 인력간의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의 차이는 업무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벌어진다. 클라우디오 아라오즈는 생산직원의 경우 20%, 보험판매원은 120%, 재무전문가의 경우에는 600% 이상의 격차가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바서만, 노리아, 아난드의 연구에 의하면 올바른 리더의 선택은 기업 실적과 가치에 있어 최대 40%까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특히 리더의 경우 한두 사람의 개인적 성과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이므로 실제 그 영향도는 더 크다. 기업이 우수한 인재, 특히 리더를 선2001발하는 데 많은 노력과 자원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재 판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실제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다.

우수 인재 선발이 어려운 이유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2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인재의 희소성이고, 두 번째는 객관적인 인물 평가의 어려움이다.

인재의 희소성

먼저, 인재 자체의 희소성이다. 일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뛰어난 인재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인력을 유형별로 구분해 보면, 특정 분야의 재능을 토대로 일정 성과를 내는 사람(人才)들이 가장 많다. 하지만 상위의 탁월한 인재는 정규분포 도표처럼 희소한 법이다. 지모지략이 뛰어난 영재(英才)와 담력과 용기가 뛰어난 웅재(雄才)의 재능을 모두 겸비한 인재(人材)는 조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될 재목이지만 매우 희소한 것이다. 게다가 조직의 성과나 명성에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사람(人災)들도 종종 있는 법이다. 결국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게 될 확률은 자연히 낮아지게 된다.

인물 평가의 어려움

또 하나의 문제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조차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놓치고 엉뚱한 인물을 발탁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그래서 생기는 법이다(<지상병담> 참고). 크게는 국가의 고위직 인물 선발부터, 작게는 개인의 배우자 선택까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쉬운 게 없다.국가의 인사에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고, 배우자와의 결혼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기 때문이다.

인재 감별의 성공률

재미있는 것은 이 2가지 장애 요인이 겹치게 되면 우리가 인재를 제대로 판별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인재의 분포는 열명 중 한 명 꼴(10%)이고, 인물 평가의 정확성은 90%인 경우를 가정해 보자. 열에 아홉은 인물을 제대로 가려내므로 정확한 편이라는 생각을 얼핏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인재를 제대로 감별할 확률은 결론적으로 50%에 불과하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총 100명이 있다고 할 때 인재의 수는 전부 10명이다. 이 10명의 인재 중에서 9명(90%)은 제대로 선발이 되지만 한 명은 아쉽게 탈락하게 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90명 중에서 81명(90%)은 제대로 범재로 평가를 받지만 9명(10%)이 우수 인재로 잘못 평가 받는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우수 인재로 선발된 18명 중에서 9명(50%)만이 실제로 인재인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잘못된 인물 판단이 주요 직책에 있어서라면 그 영향은 보다 심각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서도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서 잘못된 인사결정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정확한 인재 평가의 방해요인

앞서 언급한 인재의 희소성 문제는 기업으로서는 단기적으로 통제 불가능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재를 제대로 감별하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래서 인재의 정확한 평가를 저해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객관적인 인재 판단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인재 평가의 오류가 생기는 원인부터 살펴보자.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운 것은 쓰는 사람과 쓰이는 사람의 양쪽에서 다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쓰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을 잘 포장하기를 원한다. 말을 그럴듯하게 하고 얼굴을 거짓으로 꾸며서 약점은 드러나지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 의도적으로 꾸미지는 않더라도 화려한 경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어 얼핏 우수한 인재로 보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이비(似而非)인재를 잘 골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 평가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함정이 무엇인지 잘 이해해야 한다.

유소의 7가지 오류

<인물지>에서 유소(劉劭)는 인재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7가지 오류(七謬)를 지적하고 있다. 올바른 인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이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명성이 실력의 전부라는 생각은 곤란하다. 많은 경우 평판 조회라고 해서 주변의 평판을 듣고 인물을 평가하게 된다. 이때 반드시 한두 사람이 아닌 인물의 동료, 부하, 상사 등 두루 평판을 듣고 인물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그 경우에도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동향이나 동문 등 지인들이어서 편향된 의견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자신의 감정과 선호에 지나치게 좌우되어서는 곤란하다. 인사권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우직한 사람보다는 재빠르고 간사한 인물들이 판을 치게 될 우려가 크다.

또한, 호방한 사람에 비해 신중하고 겸손한 성품을 가진 사람의 경우 뜻과 야망이 크더라도 그릇이 작다고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의 영웅 유비처럼 오히려 이와 같은 인재가 최상의 인재라고 유소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인재마다 그 재능이 꽃피는 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괄목상대 고사로 유명한 오나라 명장 여몽도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훗날 큰 성공을 이끈 인물이다.

더하여, 유사성 오류를 조심해야 한다. 자신과 유사한 인물의 단점은 간과하고, 상이한 인물의 장점은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제갈량이 자신과 같은 스타일인 마속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이 산 탓에 큰 실패를 자초한 것도 그러한 연유이다.

또 한가지, 당장 처한 상황으로만 인물을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성과가 매우 좋거나 그 반대의 경우, 그 사람의 실제 재능에 비해 평가가 지나치게 좋거나 나쁜 경우가 있다. 전후의 상황을 잘 살펴본 연후에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정말로 탁월한 인재를 사이비 인재와 구분하기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조괄과 같이 뛰어난 언변과 병법 지식을 갖춘 인물은 얼핏 보기에는 탁월한 인재로 여겨진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이비 인재를 추려내는 노력이 요구되고, 더하여 정말로 탁월한 인재를 알아내기 위해 한신을 알아본 소하와 같은 안목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 중에서 합리적 인사 결정을 위해서는 인사권자가 개인적 감정이나 선호에 편향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기업을 키우는 인사결정의 기술>의 저자이기도 한 클리우디오도 인재 평가를 하는 사람은 감정적 편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사 결정의 기술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지와 용을 모두 갖춘 인재는 매우 드물다. 현실적으로 인사의 과제는 인재가 가진 재능을 잘 살려 적재적소에 배치,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모로 유능하지만 지휘관이 될 수 없는 인물을 지휘관으로 쓰거나, 용맹하지만 적을 과소평가하는 장수를 책임자로 선발하는 경우 실패 가능성은 높아진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읍참마속 고사의 마속을, 후자의 사례로는 형주를 잃게 만든 말년의 관우를 들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조직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된 경우다.

따라서 올바른 인사결정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잘 알아야 한다. 첫째는 그 인물의 능력을 잘 이해해야 한다. 용인(用人)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부리는 테크닉보다는 그 인물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아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 사람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물의 역량을 잘 파악하고, 다음으로 그와 궁합이 맞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물의 이해와 함께 일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물의 이해

인재가 가진 역량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을 반영한 고유한 역량 모델을 사용하여 평가하면 된다( 참조).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평가 역량을 갖춘 전문 평가자의 확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평가 대상 인재가 리더라고 한다면 리더십스타일 유형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담당하게 될 조직의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리더십스타일과 비효과적인 리더십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에는 지시형, 솔선수범형의 리더가 맞는다던지, 연구개발 조직에는 민주형, 육성형 리더가 보다 적합하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있는 듯 하다. 리더십스타일 구분은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활용 목적과 상황에 적합한 유형 구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업무의 이해

인재를 선발하는 인사 결정에서 아직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맡길 일에 대한 고려 부분이다. 일은 2가지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직무 그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풍토이다. 전자는 직무 중심의 역량을 추출하여 적용하는 부분이므로 앞서 역량평가에서 함께 고려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상사의 기대와 구성원의 기대라는 조직풍토 측면은 아직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풍토(Organizational Climate)란, 일을 수행함에 있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 환경의 여러 측면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해당 조직이 얼마나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정도로 조직 목표와 개인별 책임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으며, 구성원의 수행 성과에 따른 보상과 인정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일체감과 자부심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조직풍토의 각 차원에 대한 직속상사와 구성원의 기대에 후보자가 어느 정도 잘 합치되는가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조직을 맡길 후보라면, 직속 상사나 구성원 입장에서 불필요한 형식이나 절차, 제약을 제거하고 구성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의사소통이나 권한위임을 해 나가는 역할이 기대된다. 만약 이런 기대와는 달리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리더를 해당 직위에 앉힌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조직풍토 측면이 인재의 배치 이후 성패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역량이나 리더십스타일보다 더욱 크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종합적 고려 이후에 가장 적임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직풍토의 진단을 위해 HR전문컨설팅업체인 Hay Group이 사용하는 진단 항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재의 마음을 얻어라

인재를 알아보는 지인(知人)의 기술이 있어도, 그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전부 남의 차지가 되고 만다. 그래서 관중이 갈파한 쟁인(爭人) 역시 인재 초치(人材 招致)와 인심 장악(人心 掌握)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인재의 마음을 얻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인재를 스승으로 대접하면 황제의 업을 이룰 수 있고, 소인배처럼 부리면 패망한다.’ 연나라 소왕(昭王)의 참모였던 곽의가 왕에게 올린 조언이다. 사람은 쓰다가 소모되면 버리는 자원(Resource)이 아니다. 무한한 지혜와 창의, 열정의 원천(Source)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인재를 진정 아끼는 마음, 그것이 마음을 얻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노용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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