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 1위 경쟁 아워홈 vs 에버랜드
단체급식 1위 경쟁 아워홈 vs 에버랜드
  • 김연균
  • 승인 2013.11.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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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ㆍ군대 ‘신규 시장 찾아라’
업체간 경쟁에서 그룹 대결로

단체급식 시장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0여년간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아워홈이 최근 삼성에버랜드(이하 에버랜드)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기관 급식 입찰에서 아워홈, 에버랜드 등 상위 6개 업체의 참여를 제한시키면서 공공기관 진출이 전면 차단되자 두 회사는 새로운 살길을 모색했다. 여기서 길이 갈렸다.

에버랜드는 산업체뿐 아니라 병원, 대학교, 군대 등 신규 사업장을 뚫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아워홈은 신규 사업을 확대한다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에버랜드 FC사업부는 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에만 집중하며 한 우물을 파는 전략을 취한 반면 아워홈은 급식 사업을 기반으로 외식, 식품, 웨딩 사업 등 주변 영역으로 사업을 넓혀가는 전략을 펼친 것.

아직까지는 에버랜드 전략이 효과를 내는 모양새다. 아워홈과 에버랜드가 운영하는 급식 사업장 수는 각각 800여개와 700여개로 1, 2위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다.

매출에서는 이미 에버랜드가 아워홈을 역전했다. 단체 급식을 담당하는 에버랜드 FC사업부는 지난해 1조2742억원을 기록해 아워홈 매출 1조1930억원을 넘어섰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저염식·저칼로리 급식 비중을 20% 수준으로 확대한 결과 매출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2000년 LG유통에서 분사한 뒤 연평균 15% 성장을 거듭해온 아워홈은 2009년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사업 다각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면서 지난해 역성장했다.
두 회사 실적이 엇갈리면서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에버랜드 FC사업부는 요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다. FC사업부 상반기 매출은 부동산 서비스·건축·경관 사업을 맡은 E&A사업부 매출을 제치고 회사 내 최고 실적 부서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에버랜드는 급식 사업이 계속 성장하자 경기도 평택에 용인물류센터의 3배 규모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짓고 첨단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차별화된 식단, 유통망 확보, 물류센터 확대를 통해 선진 급식 문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아워홈은 외식 사업, 식품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암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식 사업부가 전체 회사 매출의 10%대로 성장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대·중견기업의 외식업종 신규 출점 제한 가이드라인을 확정지으면서 주력 자회사인 캘리스코(사보텐)가 타격을 입었다. 역세권 반경 100m 이내에만 출점하도록 한 규제는 사실상 신규 출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식품 사업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2007년 ‘손수’란 브랜드를 붙여 간단히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대용식(HMR) 제품을 내놓고 B2C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시장이 커지질 않고 있기 때문. 아워홈 관계자는 애써 느긋한 표정이다. “가정대용식 시장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본다. 현재 국, 탕, 찌개류 부문에서는 오뚜기에 이어 업계 2위로 발돋움했다”는 설명이다.

아워홈과 에버랜드가 맞붙고 있는 급식 시장은 크게 직영 급식과 위탁 급식으로 나뉜다. 두 업체가 활동하는 주무대는 위탁 급식 시장이다. 직영 급식 시장에 비해 규모가 약간 작은 4조원대 시장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업체들이 점차 직영 급식을 위탁 급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와 아워홈이 위탁 급식 시장에서도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기업체 급식 시장이다. 에버랜드는 10대 그룹 계열사 중 두산건설 급식을 위탁 운영한다. 그 외에 한국GM, 에쓰오일 등에 입점해 있다. 금융권 중에서는 우리은행, 외환은행 본사 직원 식당을 운영 중이다. 특히 우리은행 본사는 2000년부터 에버랜드가 식당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반찬 메뉴가 다양하고 음식이 깔끔해 외부 식당에 가느니 사내에서 먹겠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워홈은 10대 그룹 중 LG, GS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포스코, 두산중공업 등에 급식을 제공한다.

특히 1995년부터 20년 가까이 내리 급식을 책임져온 포스코 서울 사무소는 아워홈의 대표 사업장으로 불릴 만큼 관계가 돈독하다.

한동안 기업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사가 최근에는 병원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병원 위탁 급식 시장은 고령화, 의료법 개정에 의한 외국인 환자 수 증가 등으로 10%대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불린다. 삼성의료원 운영 경험이 있는 에버랜드는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이대목동병원 등에 줄줄이 들어가면서 사세를 키워 나가고 있다. 아워홈은 서울대 분당병원, 강남 차병원과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군대 시장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약 2조원가량 되는 군대 급식이 위탁 급식으로 전환될 경우 아워홈과 에버랜드와 같은 상위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에버랜드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시각이다. 에버랜드는 지난 2011년 3월 군대 급식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대구 공군 11전투비행단에 식자재 공급을 대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향후 입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맞서 아워홈도 군대 시장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 아워홈 관계자는 “공공기관 급식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유휴 인력을 재배치하는 중이다. 군대 시장이 새롭게 열리면 영업력을 적극 발휘해 새로운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의지를 표현했다.

에버랜드와 아워홈 간 경쟁은 단순히 한 업종에서 두 업체가 벌이는 순위 싸움과는 다르다. 에버랜드와 아워홈은 각각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직ㆍ간접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기업이다. 시야를 넓히면 전통 라이벌인 삼성 대 LG의 대결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둘 다 비상장기업이고 지분 대부분을 삼성과 LG 창업주의 손자·손녀들이 나눠 갖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62만7390주)로 최대주주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들고 있다.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의 자녀 4명이 골고루 지분을 갖고 있다. 구본성 씨가 40%(880만주)로 지분율이 가장 높고, 구지은 아워홈 전무가 20.01%로 그 뒤를 잇는다.

에버랜드와 아워홈의 자존심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회사 모두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구지은 전무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09년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에버랜드에 발을 들여놓은 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주로 호텔신라를 챙기고 에버랜드는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서 큰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면서도 “에버랜드로부터 지속적으로 경영 보고를 받고 있는 건 맞다”라고 전했다.

구 전무는 2004년 아워홈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현재 전무로 재직 중이다. 외식 사업 쪽을 총괄해오다 최근 보폭을 넓혀 단체 급식 부문의 식자재 유통까지도 책임지고 있다.

타이틀은 전무지만 CEO처럼 회사의 모든 것을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를 이끄는 이부진 사장과 구지은 전무는 고종 사촌이다. 구 전무 모친인 이숙희 씨는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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