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고토(甘呑苦吐)’ 사용업주 횡포의 종점
‘감탄고토(甘呑苦吐)’ 사용업주 횡포의 종점
  • 이준영
  • 승인 2013.12.3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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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자는 공급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업체에 가서 근로를 한다. 사용업주는 파견 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계약 관계는 아니지만 모든 업무의 지시, 상벌, 감독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파견 근로자가 재해를 당하면 슬며시 뒤로 물러나며 책임을 회피한다. 억울한 근로자는 이곳저곳에 호소하지만 직접 고용관계가 아닌 사용업주가 책임질 법적인 근거는 없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재해를 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심신의 상처를 입었을까? 그런 억울한 파견근로 재해자들의 체증을 뚫어줄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파견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사용주도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판결이 2013년 12월에야 내려졌다. 결론은 ‘사용주도 책임이 있다’였다.

이는 대법원의 첫 판례로 앞으로 산업재해에 관해 근로자보호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심은 말 그대로 법에 ‘명시’된 대로 판결을 내렸다. 사용주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심에서 이를 뒤엎고 사용업주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판단근거는 법이 아닌 ‘묵시적 약정’이라는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일을 시켰고 지시 및 감독 등 근로자를 관리했다면 파견근로자라 할지라도 보호하고 안전을 배려하는 것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당연히 이행해야하는 약속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곳이다. 법대로 하는 것이 좋고, 확실하다고 하지만 가끔은 법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배려하고, 도의(道義)를 지키는 것이 노사가 화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는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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