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임금 인상' 쓰나미
동남아 '임금 인상' 쓰나미
  • 이준영
  • 승인 2014.01.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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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시아에 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환율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인건비 급등까지 겹쳐 저임금을 좇아 이들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 820여개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 국내 산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월 최저임금은 올해 270만동(약 13만6000원)으로 지난해 235만동(11만8000원)보다 14.9% 올랐다. 이 지역 최저임금은 최근 5년간 2배 이상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 공업도시인 카라완의 최저임금도 이달부터 한꺼번에 22%나 뛰었다. 최근 2년간 자카르타의 최저임금이 1.6배 치솟은 영향이 주변 도시로 번져 나가는 양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기업의 임금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인도네시아(17.0%), 베트남(10.8%), 미얀마(12.3%)에 진출한 기업의 임금은 두 자릿수 이상 오를 전망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국가의 임금 인상률이 가파른 것은 높은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파업뿐 아니라 시위에까지 나서고 있다. 캄보디아는 이달 초 봉제업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통합 야당과 합세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9월부터 20만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3000타카(약 4만1100원)인 월급을 8000타카(10만9600원)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말 5300타카(7만2600원)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11월 300만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50% 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이 있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인력난으로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규제 심화를 이유로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다. 하지만 최근 임금 급등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의 실제 인건비 부담액(1인당 기본급과 사회보장비 합산)은 올해 연간 7000~7800달러까지 치솟아 중국(8000달러)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올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4000달러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미호 KOTRA 프놈펜 무역관장은 “현지 진출 기업 중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신성통상은 베트남에서 증설을 자제하고 앞으로 미얀마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베트남 근로자의 기본급은 10~20%씩 뛰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임금 인상률이 낮은 지역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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