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본 '근로자'…캐디 인정, 보험설계사 불인정
판결로 본 '근로자'…캐디 인정, 보험설계사 불인정
  • 이준영
  • 승인 2014.02.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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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3일 근로자로서 골프장 '캐디'의 법적 성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캐디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의 근로자로는 인정돼 해당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직업군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근로자로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산업 발전과 노동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사용자-노동자' 개념을 벗어나는 특수한 형태가 출현,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현행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또는 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두 법은 제정 취지가 다르고 규율 대상도 상이해 '무슨 직종은 ○○법상 근로자'라는 식의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전반적으로는 근로자의 개념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이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지난 1994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성격을 규정한 최초의 판례를 내놓았다. 이후 법원은 대체로 이 판례를 토대로 삼아 직종별로 적합한 내용을 가미하는 형태로 약간씩 변형된 판결을 내려왔다.

직종별로 보면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 신용정보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채권 추심 업무를 처리하는 채권추심원, 대학교 시간강사, 대입학원 종합반·담임강사, 미용학원 강사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고 있다.

이밖에 신문판매 확장요원, 방송사 소속 관현악 단원, 수영장 전속 운전기사, 방송사 드라마제자국 외부제작요원, 오토바이를 소유한 퀵서비스 택배종사자 등도 근로자로 인정됐다.

반면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체국과 위탁계약을 맺고 보험을 중개·판매한 우체국보험 관리사, 전자회사와 약정을 맺고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디지털 판매사', 본사에서 급여를 받지 않는 지방신문 지사장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일종의 '특수 고용형태 노무 공급자'로 불리는 학습지 교사, 레미콘·덤프·화물차 차주 겸 운전기사, 보험모집인(설계사), 방문판매회사 판매대리인, 대리운전기사 등은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양쪽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왔다.

캐디와 마찬가지로 이들 업종은 사업장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점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사용자와 관계에서 근로자의 성격이 있어 노조활동 가부와 관련법 적용 등을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이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원이 현실의 다양한 고용 형태와 노동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법원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대법원이 지난 2005년 "전국학습지노조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된 단체로서 노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 교사들이 계약해지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 2012년 11월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성격은 인정된다"고 판결, 새로운 법리 해석의 길을 열었다.

이렇게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회사가 함부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도 없다.

특정 상황에서 화물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철강제품 제조업체에 소속돼 배송 업무를 맡았던 정모씨가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 지시에 따라 일을 한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특수형태 근로자의 근무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업종과 사업장에 따라 근로자 인정 여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에 대한 권익침해가 심각하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보호법 제정 ▲집단적 교섭단체구성과 권리구제체계 구축 ▲사회보험 보장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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