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녹이는 사람의 말
쇠를 녹이는 사람의 말
  • 이준영
  • 승인 2014.06.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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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성성과 중구삭금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많은 사람의 뜻이 뭉치면 성과 같이 굳어지고, 뭇사람의 말은 쇠라도 녹일 만큼 무서운 힘이 있다는 뜻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요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세월호가 단연 으뜸일 것이다. 아직 꽃피지도 못한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 너무나 가슴 아픈 사고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나라의 미래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자괴감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될 수 없는 대 참사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동에 국민모두가 치를 떨었다. 배와 함께 수장됐어야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나 적어도 대피방송만 제때 했다면 수많은 인명을 구했을 것이다.

허나 선장이라는 의무와 책임보다 제 한목숨을 귀히 여기는 그는 속옷 바람으로 홀랑 탈출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 와중에 밝혀진 선장이 비정규 인력이었다는 사실에 모든 화살은 아웃소싱으로 향했다. 정규 선장의 급여보다 턱없이 낮은 임금이니 책임감 없이 근무했을 것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사고 시에 승객의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게 된 원동력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단순히 ‘용역=비정규직=아웃소싱’이라는 전근대적인 발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모든 비정규 인력을 본인의 소임을 다 하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정규직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언제까지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흑백논리로 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인가.

사건 전말의 전반적인 규명 없이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이러한 말로 인해 애꿎은 사람이 피해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 이상 편향된 말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의식의 퇴보를 선도하기보다 폭넓은 잣대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근거가 수반된 말과 글로 올바른 길을 조명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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