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판결…유사소송 영향 미칠듯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판결…유사소송 영향 미칠듯
  • 이준영
  • 승인 2014.09.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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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며 현재 비슷한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전날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99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10개월 만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10년 7월 사내하청 근로자로 현대차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에 대해 '사내하청 근로자도 실질적으로 본사의 통제를 받으며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며 시작됐다.

최씨의 판결 결과에 주목한 근로자들은 같은 해 11월 정규직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소송 중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도 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부당해고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이었던 최씨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본격적으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지위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씨 이후 잇따라 제기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대기업 노동문제 관련 민사 사건은 총 60건에 달한다. 삼성전자서비스 2건, 기아자동차 11건, 한국지엠 3건, 현대차 44건이다. 이 가운데 42건은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이번 판결이 다른 판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계약의 형태나 명칭이 아닌 근로관계의 실질적인 면을 중요한 판결 이유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담당 공정이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됐고, 사측이 매년 정규직 노조와 단체협약·임금협정을 체결하며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까지 합의했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상황들에 비춰볼 때 묵시적인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같은 취지의 사건이라도 노사 간에 묵시적인 파견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이번 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노사 협상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판결 결과를 지켜본 삼성전자서비스, 한국지엠 파견 근로자들이 앞으로 사측과 협상을 가질 경우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와 비슷한 형태로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사용한 기업들은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현대차가 지난달 오는 2015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총 4000명을 특별채용하는 내용에 노동조합과 합의한 것도 이날 판결을 미리 예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경력을 일부 인정하고 소송을 취하하는 근로자에게 비용 보전금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도 함께 내걸며 노조와 계류 중인 민·형사 소송을 모두 쌍방 취하하고 이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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