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노동 문제 개선 시급
아파트 경비원 노동 문제 개선 시급
  • 김연균
  • 승인 2014.11.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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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경비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한인임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24시간 상주체계이기 때문에 심야시간에 일정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만 대다수가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조사 결과 휴게시간 중에 관리자가 순찰 등의 업무를 강요한다는 응답이 55%, 쉬고 있으면 주민의 불만이 커서 제대로 못 쉰다는 응답이 63.9%, 쉬고 있는데 택배기사·방문객·취객이 찾아와 잠을 깨우는 경우는 84.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업무 수행자’인데 전체 업무시간 중 본연의 업무인 안전점검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22% 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 노동자 업무 비중은 청소(22.6%), 방범 및 안전점검 (22.1%), 택배관리(20.5%), 분리수거(16.6%), 주차 및 통근관리(12.7%), 기타업무(13.5%) 순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업무 중 사고로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은 경우 병원비를 본인이 부담했다는 비율은 66.7%에 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4일 미만이 소요되는 치료는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4일 이상은 산재보험으로 처리가 되는데 많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기본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로 근무하는 주인수씨는 “보고서 내용처럼 본래의 업무가 아닌 주차업무도 전담하고 있다”며 “아침저녁으로 차를 밀어 주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주 씨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무릎과 허리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는데도 병원비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을도 아닌 병”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받는 업무 스트레스는 다른 분야 감정노동자들과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간호사, 음식숙박업, 통신비정규직 등 업종별 감정노동 노출 수준의 평균을 비교해보면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높은 영역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진심행위의 강도는 3.2로 통신비정규직(2.9), 음식숙박업(3.0),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임금(33.8%), 입주민응대(14.6%), 고용불안(13.8%), 부족한 휴식 및 휴가(9.2%) 순으로 나타났다. 임금 스트레스는 사실상 전 직종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입주민 응대와 고용불안이 가장 심각한 스트레스의 원인인 것이다.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김길환씨는 입주민 응대 스트레스에 대해 “입주자가 5층에서 음식을 먹으라고 던져주면 우리들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경비실로 들고 와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내의 공사일정을 게시판에 미리 붙여놓았는데도 시끄러우니 공사를 중단하라고 항의해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대아파트 경비 노동자 박상열씨는 “예전에 일했던 아파트에선 고용계획서를 6개월 단위로 받았다”며 “6개월마다 해고될 위험이 있어 고용불안이 극심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수영 변호사는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겪는 문제의 핵심에는 고용불안이 있다”며 “고용이 불안하니 노동자가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고, 입주민 일부가 횡포를 휘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비노동자 문제는 순전히 아파트와 동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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