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00개 부품社 "거리 나앉을 판"
울산 200개 부품社 "거리 나앉을 판"
  • 이준영
  • 승인 2014.11.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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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상주하는 200여개 부품 협력사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법원 판결에 따라 부품사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대차의 통보에 따라 늦어도 내년 초까지 현대차 공장 내 사무실 문을 닫고 공장 밖에 별도 사무실을 구해야 한다.

소속 직원과 하도급 근로자 등 2000여명이 현장에서 일하는 부품사들은 사무실 상당수가 사실상 조립공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새 사무실 임차 등 비용 증가와 부품 공급 차질, 이에 따른 연쇄 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등 1247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집단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내 부품사가 운용하는 하도급 근로자까지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법원은 2차, 3차 협력업체 직원은 물론 울산공장의 청소 용역 하도급 근로자까지 현대차 정규직으로 봤다.

부품사들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경북 경주시 용강동에서 자동차 범퍼를 생산하는 에코플라스틱의 배성훈 차장은 23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품사와의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간 협업관계를 뒤흔들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차장은 “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 부품사에서 일하는 하도급 근로자까지 정규직으로 인정하면서 부품업체들이 거리로 내몰릴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주에서 울산 현대차까지 부품을 싣고 오는 데 1시간30분 이상 걸려 울산공장 내에서 40~50개의 부품을 한꺼번에 조립해 부품 조달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며 “조립공장을 울산공장 밖에 두면 재고가 누적되는 등 실시간 부품 조달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울산 매곡단지에 있는 K협력사 김모 대표는 “부품공장에서 싣고온 부품을 울산공장 밖에서 조립할 경우 이를 다시 트럭에 실어 울산공장으로 옮겨야 하고 생산라인 투입 전까지 이를 다시 보관할 야적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품사가 안게 되고 인력도 배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산단지의 부품사 대표 황모씨도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공장부지를 구하겠느냐”며 “협력사가 밖으로 내몰릴 경우 완성차업체와 협력사 간 긴밀한 부품 공급 체계가 무너져 현대차 생산 전반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협력사 대표들은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현대차가 채택하고 있는 부품 조달 방식은 부품사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형태와 순서로 즉시 조달받는 직서열 방식(JIS)과 주문 즉시 실시간 공급하는 적기 공급 생산 방식(JIT)이다. 하지만 차량 정체와 물류사고, 불량품 발생, 자연재해 등의 변수로 부품 조달이 늦어져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설 것에 대비, 핵심 부품사를 완성차 공장 안에 두는 협업체계가 10년 전부터 운용되고 있다. 울산공장 내에 있는 에코플라스틱의 하청업체 S산업은 경주에서 모기업이 수송해온 범퍼를 현대차 공장 내 3000여㎥의 조립장에서 차종과 색깔 등 각기 다른 사양에 대한 현대차의 주문에 따라 충격방지 흡수재와 볼트, 램프 등 50여가지 부품을 모듈처럼 조립해 인근 완성차 생산라인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사라지면 부품사들이 모기업 주문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힘들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현대차 생산라인 전반의 생산성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5초에 1대씩 생산하는 속도 혁명을 달성한 베이징 현대차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지하터널을 통해 안전하게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산·전주공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품업체의 단계적인 철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집단 소송에 대비해 사내 부품업체 정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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