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정책]두루뭉실한 정책방향
[2015 경제정책]두루뭉실한 정책방향
  • 이준영
  • 승인 2014.1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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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등 주요과제 전략 미흡 지적




정부가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구조개혁이다. 공공부문에선 효율을 제고하고, 노동시장은 유연성을 높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큰 방향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구조개혁을 이뤄낼지에 대한 뚜렷한 밑그림은 없다. 게다가 연금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정부가 제시한 주요 과제들은 대부분 ‘양보’가 필요한 것이어서 타협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시장 개혁’은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 중에서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와 경직성이 우리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개혁 방안은 노·사·정의 합의가 전제 돼야 한다. 정부도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며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문제는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노사정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가 진행되는 와중에 정부가 섣불리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추진 등의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노동계 불신이 커지고 있어 논의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노사정위는 지난 19일 ‘원칙과 방향’ 합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일자리 확대를 빌미로 한 저질 일자리 양산 정책이며 자본가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노사정위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임금·근로시간·근로계약 등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약속위반’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필요한 과제지만, 정부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낮추자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이 때문에 ‘현금으로 주고(정규직 처우 축소) 어음으로 받는다(비정규직 처우 개선)’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갈 길이 멀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추가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6월에는 사학연금 개혁안, 10월에는 군인연금 개혁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합의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노동계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도 사회적 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군인·사학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일방 독주식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구조개혁’이라는 큰 명제를 들고 나오면서 이를 끌고 나갈 구체적 전략과 대책을 세우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높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개혁을 경제정책 방향의 중심으로 본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올해 꼭 달성할 과제와 중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워 끌고 가야 할 것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번 발표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평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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