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기자도 근로자 "노조 만들 수 있다"
방송연기자도 근로자 "노조 만들 수 있다"
  • 이준영
  • 승인 2015.01.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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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성우·코미디언·무술연기자 등 방송연기자들도 노동조합법상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근로자이며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할 자격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민중기 수석부장판사)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연기자들도 근로자에 해당하니 분리교섭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연기자들은 특정 프로그램 제작기간에만 계약에 따라 방송에 출연할 뿐 정년이나 퇴직금이 존재하지 않고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의문의 여지도 없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방송연기자들을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출감독이나 현장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연기하고, 연출감독이 대본연습 때부터 연기에 관여하는 점 등을 들어 “연기자들은 방송사 측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사가 정한 시간과 장소의 구속을 받고, 연기라는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출연료를 지급받는다는 점도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연기자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 만큼 한연노도 노조로 인정되며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자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설립돼 다양한 장르의 연기자 4400여명이 소속된 한연노는 2012년 KBS와 출연료 협상을 하다 KBS 직원들이 소속된 KBS 노조와의 분리교섭을 요구했다. KBS가 거부하자 한연노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중노위마저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한연노는 “외주제작시스템 뒤에 숨어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부인해 오던 방송사의 부당함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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