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목수의 인문학
[신간 안내]목수의 인문학
  • 김연균
  • 승인 2015.04.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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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목공소로 간 이유는?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공방에서 목수의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 사연이 있겠구나 하며 의문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 반응일 것이다. 사회 통념상 인문학자와 목수는 분명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임병희는 그 어색해 보이는 두 세계의 접점에서 살고 있다.

목공에 담긴 인생·철학·고전 3막 18장

가구는 다양한 공구들로 목재를 자르고, 깎고, 이어 붙이고, 마감 작업을 마친 뒤에야 완성이 된다. 목공이 인문학, 더 나아가 우리 삶과 닮았듯 목공의 각 요소 안에서도 삶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1부 ‘삶의 재료들’에서는 목공이 기본적인 재료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하듯 우리의 삶 또한 여러 요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겨울을 견뎌낸 추재(秋材)의 나이테는 여름 동안 형성된 춘재(春材)의 나이테보다 훨씬 단단하고 깊은 밀도를 가진다. 저자는 추재를 예로 들며 “빨리 자라면서 단단한 나무는 없다”는 말로써 고난의 순간에 충실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버려진 자투리 나무 조각을 갖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쓸모없는 것들이 쓸모를 갖게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여러 조그마한 목재를 집성(集成)하여 넓은 목재를 만들면서는 사람과 사람 또한 서로의 모자란 면을 보완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재료가 갖추어졌다면 공구로 목재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2막 ‘삶을 바꾸는 공구들’에서는 목공에 사용되는 다양한 공구들에 비춰 삶을 들여다본다. 분도기는 공구를 만들 때 필요한 각도를 계산하고 측정하는 데 쓰인다. 저자는 분도기가 목재가 나아갈 각도는 알려주지만 삶에서는 그 누구도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늘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직각자를 바라보면서 직각은 언제나 90도이듯이 타인을 대할 때 나와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구멍에 맞게 매번 바꿔 끼워야 하는 드라이버 비트를 보며, 모양 따라 쓰임도 제각각인 다양한 대패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실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그러한 순간순간이 모여 가구가 완성되듯 우리 삶도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목공과 달리 우리 삶에는 완성이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구는 마감을 마치고 나면 그 형태가 갖추어지고 완성되지만 우리 삶은 끝나는 순간까지 끝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모습이 갖추어졌을지언정 언제든지 결말이 달라질 수 있기에 우리 삶에 ‘마감’이란 없으며 인생은 늘 미정(未定)이다.

3부 ‘삶의 찬란한 마감재들’은 목공의 마감 단계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통해 이와 같은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구는 오일을 바르면 완성이 되지만 삶이란 죽는 그 순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한계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샌딩페이퍼로 끊임없이 문질러야 매끄러운 가구의 단면을 얻을 수 있듯 겪어야 할 일은 겪어내야만 비로소 지나간다고 말한다.


지은이 : 임병희 / 출판 : 비아북 / 02-334-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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