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앞두고 움츠러든 일자리…'고용 한파' 우려
구조조정 앞두고 움츠러든 일자리…'고용 한파' 우려
  • 이준영
  • 승인 2016.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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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한계업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고용시장이 벌써 위축되고 있다.

작년부터 지속해온 수출 감소의 여파에 산업생산 등 지표마저 부진하면서 그간 일자리 증가를 이끌어온 제조업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대량 실업 등의 사태마저 발생하면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악화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마저 꺾일 수 있다며 '일자리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당국의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 구조조정 영향 시작되나…심상찮은 제조업 취업 둔화

최근 조선·해운 등 한계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금융업계 인력 감축이 진행됐고, 올해에는 제조업 부문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4월 들어 실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많이 줄어들며 '고용 한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5만2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 고용은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며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4월 들어 2013년 11월(35만 명)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인 4만8천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3월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인 30만 명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41.3%에 달했지만 4월 비중은 18.7%로 뚝 떨어졌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수출 감소에 광공업생산 위축 등 경기둔화요인이 겹친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구조조정 영향이 아직은 고용시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조선업 등 업종에서 (고용 감소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주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올 하반기 일감 축소가 본격 시작되면 고용시장에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체 작업장이 몰려있는 경남 거제시에서는 내년 3월까지 조선업 등 업종에서 실직자가 최대 3만 명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게다가 해운을 비롯한 다른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서도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시장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이 워낙 안 좋았는데 이제까지 취업자가 계속 증가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이제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의 영향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조선업에 비정규직이 많은 만큼 바로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되는 오는 6∼9월 사이 2만∼3만 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청년 실업률 3개월째 10%대 '고공행진'

청년실업률은 3개월 연속으로 10%대 증가세를 기록하며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오른 10.9%로 집계됐다.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꿔 통계를 작성한 1996년 6월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청년실업률은 2월 12.5%, 3월 11.8%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2∼3월 청년실업률이 치솟았을 때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공채가 진행돼 다른 달보다 실업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올해 4월까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이어지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6월엔 서울지역과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있어 청년실업률이 또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구직활동이 활발해지면 실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청년들의 고용률도 같이 올랐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보다는 공무원 시험 등 계절적 요인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정년연장이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취업자 수 둔화와 청년 고용난이 겹쳐 고용시장에 더 강력한 한파가 불어닥칠 수 있다.

◇ 개선되던 내수에 찬물…경제 성장 발목 잡나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개선되던 내수에 찬물이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은 소득이 사라지니 당장 소비를 줄이려 하고 실업자가 아니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

가뜩이나 최근처럼 수요가 부족해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계 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면 내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 둔화 때문에 수출이 16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내수마저 무너지면 경제 성장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일자리 경로는 체감 경기를 굉장히 떨어뜨려 소비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모은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3∼4월 2개월 연속으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상승하며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4월 국산 승용차 판매, 백화점 매출액, 카드 국내 승인액 등 내수 관련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내수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던 차였다.

그러나 구조조정 때문에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거나 실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내수마저 꺾일 위험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든 국정운영의 초점을 일자리에 뒀다던 정부의 선언마저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충격을 줄일 만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정리해고를 줄이고 실업자들이 새롭게 취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소방안전·교육·보건의료 등 공공서비스 쪽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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