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휴가(休暇)의 목적
[전대길의 CEO칼럼]휴가(休暇)의 목적
  • 김연균
  • 승인 2016.08.23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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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올 여름엔 무더위가 극심(極甚)해서 에어컨, 선풍기 없이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8월 하순에 들어섰건만 폭염(暴炎)은 아직도 기승(氣勝)을 부리고 있다. 우리가 쓰는 월력(月曆)을 만든 아우구스투스(Augustus:B.C63~A.D14) 로마제국 초대황제(初代皇帝)가 자기가 좋아하는 달에 자기 이름을 붙여 ‘August’라고 정했다는 8월도 저물고 있다.

줄기차게 울어대던 매미(Cicada)소리도 잦아들고 새벽녘엔 가을의 전령(傳令)인 귀뚜라미(Cricket)가 운다. 머지않아 가을이 오면 황금들판엔 메뚜기(Grasshopper)도 나타날게다.

올 여름에도 제주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 참가해서 열공(熱工)하고 돌아 온 내게 여름휴가를 다녀왔는지를 물어 온다. 그럴 때엔 “예~!”하며 씩 웃어 준다.

그런데 ‘휴가(休暇)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즐겨야 할까?’
쉰다는 휴(休)字는 ‘사람人+나무木’字로 되어 있다. ‘사람이 나무를 껴안는 형상이며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선다’란 의미로 풀어 본다. 그 나무는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가족, 친구, 대자연(大自然)이거나 종교적인 하나님, 부처님 등 절대자가 될 수도 있으리라. 또는 배우고 익혀야 할 학문(學問)일 수도 있다.

茶山 정약용(1762~1836)선생은 200년 전에 무더위를 식히는 8가지 피서(避暑)방법을 ‘소서팔사(消署八事)’라고 이름 붙여 우리들에게 세세히 일러 준다.

그 내용은 첫째, 소나무 아래에서 활쏘기를 즐기는 송단호시(松壇弧矢), 둘째,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를 뛰는 괴음추천(槐陰鞦遷),
셋째, 빈 정자에서 투호놀이를 하는 허각투호(虛閣投壺)이며
넷째는 깨끗한 대자리 깔고 바둑을 두는 청점혁기(淸簟奕棋)이다.
다섯째, 돈의문 밖 연못인 서지(西池)에서 연꽃을 구경하는 서지상하(西地賞荷)이며 여섯째는 동쪽 숲에서 매미(Cicada)소리를 듣는 동림청선(東林聽蟬)이다. 일곱째는 비 오는 날에 시(詩)를 짓는 우일사운(雨日射韻)이며 끝으로 달밤에 발을 물에 담근다는 월야탁족(月夜濯足)이란다.

대도시 아파트촌에 둥지를 튼 도시인들이 이러한 피서방법을 즐기기가 쉽지는 않으리라. 우리나라 산하(山河)를 둘러보기보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유명피서지로 가족과 함께 떠나는 사람들이 한 해에 무려 수백만 명이란다. 내년 여름휴가철엔 다산의 피서방법을 따라서 한번 해 보아야겠다.

10월에 결혼40주년(Ruby婚式, 碧玉婚式)을 맞는 내게 비싼 돈 들이며 해외로 가지 말고 기차타고 전국을 돌아보는 KORAIL 휴가상품인 ‘해랑열차’를 권하는 이가 많다. 안해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나 보련다.

끝으로 예전에 공군에서 군복무를 할 때 부대에서 휴가를 나오던 일이 떠오른다. 부대장이나 내무반 선임에게 휴가신고를 할 적엔 ‘휴가의 목적’을 복장(復唱)하곤 했는데 지금도 또렷하게 이를 외우고 있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그리고 체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내일의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다!’라고 말이다.

휴가신고를 마치고 공군비행장 철조망을 벗어날 때면 왜 그리도 좋았던지 모르겠다. 휴가를 마치고 귀대할 적엔 발길이 참 무거웠었다.

그러나 그 시절이 그립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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