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토끼뿔 거북털
[신간안내]토끼뿔 거북털
  • 김인희
  • 승인 2016.10.21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웃소싱타임스]


토끼뿔 거북털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송월주 스님.

2000년대 초반 한 언론은 이 세 명을 가리켜 ‘종교 지도자 삼총사’라고 불렀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했던 이 세 명의 공동 행보는 사회와 호흡해야 하는 종교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국가의 큰 일이 생길 때마다 정치권은 이 세 명을 수시로 초청해 의견을 나누었고, 국민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그 빛을 발한 건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을 때였다. 양극화 해소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세 명은 한발 앞서 나섰고 이후에 종교계의 전폭적인 동참을 이끄는 동인이 되었다. 급기야 세 명의 공동 발의로 ‘함께일하는재단’(구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이 만들어지면서 이 아름다운 행보는 정점을 찍었다.

세 명 중 두 명은 이미 선종(김수환 추기경)과 소천(강원용 목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송월주 스님은 여전히 나눔의 집, 지구촌공생회 등의 사회 활동으로 자비 실천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은 송월주 스님이 출가 이후 절차탁마하며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수십 년 시민사회운동에 발 딛고 사회봉사를 실천하며 느낀 소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유했던 여러 인물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워낙 광범위한 활동을 펼쳐왔던 저자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론 조계종의 근현대사이며 또 때론 질곡과 영광을 함께했던 한국사이기도 하다.

“(불교) 종단사는 송월주 스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송월주 스님은 세간에서 시민사회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불교계에서는 개혁종단을 이끌었던 수장으로서의 면모로 더 깊이 각인되어 있다.

혹자는 현대 (불교) 종단사를 살필 때 송월주 스님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분기점에 해당하는 사건이 1994년 종단 개혁이고 개혁 세력에 의해 추대되어 총무원장이 된 송월주 스님의 종단 혁신 그리고 사회적 실천이었다.

물론 이런 실천의 단초는 저 멀리 1980년으로 올라간다. 1980년 4월 제17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송월주 스님은 자주적인 종단, 개혁적인 종단을 꿈꾸며 큰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27일 신군부에 의해 그 꿈은 산산이 무너졌다. 10․27 법난이다.

스님과 불교계 인사 153명이 연행되고 3만 2천여 명의 병력이 전국 사찰 5,700여 곳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정화’라는 명분이 있었으나 그것은 미명일 뿐, 사실상 정권 안정을 위한 불교계 길들이기였다.

이후 십 수 년, 때론 정권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때론 자율종단을 위해 애를 써 보기도 했지만 조계종은 거대한 태풍 앞의 나룻배 신세였다. 끝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총무원장이 속출했다.

이후 1994년 개혁종단이 들어서고 선거가 임박하자 개혁 세력이 선택한 카드는 송월주 스님이었다. 송월주 스님은 14년 만에 다시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선장이 되었다. 그리고 총무원장에 당선된 스님은 이제껏 누구도 실험하지 못한 교계 안팎의 개혁에 착수한다. 개혁회의가 정한 5대 지표, ‘정법종단의 구현, 불교 자주화 실현, 종단 운영 민주화, 청정 교단의 구현, 불교의 사회 역할 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총무원과는 별도로 승가교육을 책임질 교육원, 신도 포교를 진두지휘할 포교원을 설립했다. 소위 ‘삼원 분립’을 통해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병폐를 없애고, 종무 행정을 체계적이고 전문화하여 이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종단 고위직의 겸직 금지, 50명의 선거인단 300명으로 확대 등도 추진하였다. 절대 권력의 탄생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시도였다. 한편 출가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스님이 되던 관행도 과감하게 바꿨다. 승가고시 제도를 통해 승려에게 법계를 부여하는 제도도 안착시켰다. 그 와중에 절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3,000여 명의 승적을 절차를 밟아 정리했다.

안에서의 개혁뿐만 아니었다. 불교계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일은 어떤 사업보다도 빛났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다. 불교가 산중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는 스님의 오랜 지론은 종단의 관심사를 밖으로 돌리는 데도 일조했다. 사찰의 사회 참여 일환인 ‘자비의 탁발운동’, 의식계몽운동인 ‘초발심으로’ 등의 캠페인이 잇따라 펼쳐졌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출범도 이맘때다. 1995년 118곳의 불교복지시설을 묶어냈고, 2016년 현재 1,000여 곳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종단 안팎으로 이전까지 누구도 실천해 보지 못한,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들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송월주 스님이 있었기에 불교계에서는 과감하게 송월주 스님 이전의 종단과 이후의 종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토끼뿔 거북털/송월주 스님/조계종 출판사/02-720-61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