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차별시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비정규직차별시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 김인희
  • 승인 2016.11.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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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차별시정건수 ‘47건’, 연간 100건도 안돼

유사·동종 업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과 차별당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구제 신청 건수가 지난 8년 동안 연간 100건 안팎에 불과해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접수 현황’을 보면, 2007년 7월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 7월 말까지 전국 12개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 건수는 지난 10년 동안 2802건에 불과했다. 차별시정제도란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업장 내에서 유사·동종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 제도다.

신청 건수는 도입 이듬해인 2008년 1296건을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는 70건으로 뚝 떨어져 이후 줄곧 연간 100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초기에 신청 건수가 반짝 증가했던 것도 2007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한국도로공사 기간제 노동자 596명, 2008년 한국철도공사의 매표·수송·차량검수 등 기간제 노동자 1194명이 이례적으로 집단신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여전한데도 신청이 저조한 것은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을 하면 해고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첫 신청 사례였던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사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노조가 조합원을 대리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신청을 하더라도 비교 대상이 되는 정규직의 유사·동종 업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다 보니 차별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도 신청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다. 노동위원회는 2007년 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이 차별시정 신청을 했을 때도 “비교 대상인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용자들이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비정규직의 직군·업무를 분리해 비교 대상을 없애거나, 비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차별시정 구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비교 대상 정규직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게 해석해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입 초기 ‘기능 발휘’ 부정적 의견 많아

차별시정제도에 대해 제도 도입 초기에도 ‘본연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노동위원회와 노동분쟁해결시스템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본연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응답자가 54.8%, ‘발휘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22.2%로 나타났다.

40대 응답자들이 상대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이 상대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또한 교수와 노동계는 상대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오랜 경험이 있고 6년 이상 활동하였으며 경영계 출신일수록 차별시정 기능이 잘 발휘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고용상 불이익 우려, 비교 대상 찾기 어려워

현행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는 ▲낮은 활용성과 실효성 ▲운영상의 문제 등 크게 두 가지로 문제점을 분류할 수 있다.

차별시정제도의 낮은 활용성과 실효성의 원인은 ①신청인이 비정규직으로 재직 중인 개별근로자이기 때문에 향후 고용상의 불이익이 우려될 수 있으며 ②진행과정에서도 비교대상 및 차별영역 등의 요건 충족이 어렵다. 시정명령의 결과가 ③근로조건을 제외하고 임금의 범위에만 한정되며 그 기간도 3개월 이내의 임금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범위가 작고 소액의 결과에 한정되어 있다.

그 결과 신청인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조의 지원을 받는 집단 사건이 자주 발생되며, 요건충족의 어려움으로 대부분의 사건이 기각 또는 취하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또 소액의 보상으로 인해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제도를 기반으로 법적 절차를 받는 결과가 나타난다.

차별시정제도의 운영상의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접수와 조사 시 신청인에게 구체적인 개별비교대상자를 특정하고, 비교대상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 불이익처우의 내용을 특정하는 요구를 감안해 철저한 접수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차별사건은 옳고 그름이 비교적 명확한 사건이지만 기업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의한 직권조정이 이루어질 때 불만족이 높은 경향이 있다. 또 차별시정 공익위원의 전문성, 특히 법적 전문성에 문제가 있으며 기업의 압력 등으로 사건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충분한 조사와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즉 차별시정사건의 진행과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차별판단의 제약과 과도한 입증범위에서 비롯되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사건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공익위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다. 이는 기각이나 각하 또는 조정이나 합의를 강권하게 되는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차별시정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고용차별 맥락에서 볼 때 비정규직 차별시정의 위상 재정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006년도 후 모든 차별시정제도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되었다. 다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은 실효성 강화를 위해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제도와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고용상의 차별인데 내용에 따라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위에도 신청할 수 있어 차별시정 운영이 이원화된다.

많은 비정규직근로자의 경우 여성 혹은 고령자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사건의 관점에 따라 동일 사건이 달리 신청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인권위의 판정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며, 이러한 경우 과거 고용평등위의 영역이었던 고용상의 성차별, 장애인차별, 연령차별 등은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정·심판 기능 통합 필요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7월 ‘고용차별개선연구회’를 발족하고, 현행 차별시정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노사관계자와 관련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의 보완 방향을 논의키로 했다. 1년의 운영 기간동안 어떤 대안이 나올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차별시정제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차별시정 요건의 완화방안 개발과 전문성 및 현장조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차별판단에 있어 ▲신청권자의 제한 ▲비교대상 요건의 엄격화 ▲차별시정의 대상인 보상 범위의 축소 ▲비교 판단과 합리성 판단의 중복적용 ▲합리적 이유의 폭넓은 허용 등으로 차별판단 제약과 신청인에게 구체적인 개별비교대상자와 그 대상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 불이익처우의 내용을 특정하게 하는 등 신청인에게 주어지는 입증 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은 현장조사와 상임위원 등의 강화다. 차별시정의 현장조사 및 조사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출장 및 면담조사를 강화해 사업장의 노무관리 실태 및 노·사간의 관계, 신청취지 등을 파악해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하도록 하며 자율적으로 사건해결을 유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차별시정기능을 심판기능과 통합하는 방안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차별사건의 특성 상 기업의 압력 등 사건유지가 어려워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건으로 성립된 경우에는 대부분 옳고 그름이 명확해 심판기능과 통합되어 운영되는 것이 신속하면서도 전문적인 심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둘째, 현재 차별시정위의 성과가 크지 않고 향후 제도를 확대적용 했는데도 활용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면 심판기능과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노동위원회 전체위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심판기능과 차별시정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61.1%나 되었다.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은 16.8%에 불과했다.

모든 고용차별사건을 노동심판원이 전담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고용차별이라는 큰 틀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인식하고 노동분쟁의 준사법기관인 노동심판원이 제도화 되면, 차별시정기능은 노동심판원에 편입되며 이 제도에서 고용차별에 대한 전반적인 심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차별시정의 조정은 고용차별을 포함한 권리분쟁으로서 노동조정위원회의 권리분쟁 조정 기능으로 이관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해결 메커니즘이 병존해야 한다. 노동심판원으로 이관할 경우 차별의 관행을 예방하고 선도하는 차원의 인권위 역할은 그대로 병존하며, 고충단계일 때 기업내외에서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메커니즘을 확대해야 한다. 사건화가 되면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심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노동심판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심판에 앞서 조정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노동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

이를 위해 기업내외에 조정을 담당할 전문 인력의 양성과 교육을 지원할 조정교육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교육프로그램도 더욱 확대되고,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선 노동 전문가 그룹에 해당하는 공인노무사, 노동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조정교육을 이수하게 한 후 인증을 받은 조정인들에 대한 연합을 구축하고, 기업내외의 조정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기업 내 자율해결기구 재구축 지원의 방법으로 현재 기업 내에서 활용하고 있는 고충처리제도나 명예고용감독관 제도를 통해 현실적인 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고충처리담당자, 인사담당자, 노조 담당자, 명예고용감독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정교육을 실시하고 매뉴얼을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또한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책 및 다양한 유인책으로 기업의 행동을 끌어내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즉 기업 내의 노사 인식제고 조정으로 성공적인 분쟁의 자율해결시스템을 갖춘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선정, 시상하고 모범사례를 홍보함으로써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율분쟁해결 메커니즘 활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노동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신고한 기업에게는 연 1회 근로감독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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