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의 경제불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의 경제불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 김연균
  • 승인 2017.02.0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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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시중에는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고 아직 건전한데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불황을 맞을 수도 있다든지 경기불황 10년 주기설이 도래했다든지 유럽과 중국이 경기불황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근접해 선진권경제에 진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적인 저성장까지 겹쳐 세계 경제의 불황설에 더 많은 우려와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실제 세계경제의 도도한 성장 흐름속에서 경제불황은 어떤 모습을 보이길래 지금과 같이 우울한 예상과 추정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경제불황을 다루는 경제학은 수요공급의 결정이론을 실물 및 화폐 분야의 거시적인 접근과 미시적인 접근으로 찾는다.

미시적인 접근의 개별주체는 기업과 소비자이다. 최근 난무하는 경제불황이라는 용어는 거시적인 접근을 주로 한다.

나는 대학 시절 독일 유학에서 막 돌아와 화폐수량설을 강의했던 어느 교수의 강의가 내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 그 교수는 화폐수량설을 정리한 책의 내용을 깔끔하게 강의하는 대신에 화폐수량이 결정되는 공식만 매번 강의시마다 칠판에 적은후 이론을 전개했다. 반복되는 학습에 지친 학생들이 짜증을 냈고 그 강의가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매도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회상하면 그 교수의 강의만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좀 미안한 생각이 크게 든다. 왜냐하면 그 교수가 강의한 내용이 오늘날의 불황의 경제학을 설명하는 도구로 가장 맞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세계경제를 리더하고 있는 미국은 1929년 경제대불황을 겪었다. 이때 정부의 개입과 역할을 강조했던 하버드대학의 공급이론이 득세를 하면서 뉴딜정책이라는 국가기관의 경제개입을 이끌어 냈으며 결국은 이를 통해 불황을 극복했다.

그 이후 미국의 경제는 글로벌화를 지향하면서 정부의 역할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더 강조하게 되었고 이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곳이 시카고대학의 수요 중시 경제학 교수들이었다. 지금도 이들 하버드대와 시카고대의 경제학 이론이 세계경제이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런 미국의 경제학이 판을 치는 상황속에서 왜 생뚱맞게 독일 유학 소수파 출신의 교수 화폐수량설을 언급하고 있는가 하면서 지금의 경제를 하버드대 및 시카고대의 경제학 교수들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벌써 경제가 파산되고 망해 3류 국가로 전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미국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 및 재정적자 국가이다. 부족한 돈 달러를 무제한 찍어내 국가경기를 부양해 왔다. 다른 국가라면 벌써 달러 부족 사태로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미국 달러에 기축되어 있고 미국이 이들 달러를 공급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건재하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왜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도 세계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이를 풀어 줄 해법이 화폐수량설에 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규모가 급팽창해지자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 때 만약 미국 달러화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달러 가치가 폭등할 것이다.

세계경제는 패닉 상태가 된다. 무조건 미국 달러를 찍어내 시중에 공급해야 한다. 만약 다른 국가가 재정부족을 이유로 자국 통화를 무한정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면 자국 화폐가치의 하락을 유도해 악성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럴 경우 국가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빠져든다. 요약하면 세계경제의 팽창에 따른 필연적으로 일어날 달러 공급 확대라는 보물이 1929년과 같은 미국의 경기 대불황을 발생하지 않게 한 이유라는 것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가시화된 미국의 금융위기도 미국 달러의 무제한 공급이라는 무기로 극복했다. 당시 버냉기 미국 FRB 의장은 별명이 미스터 헬리곱터이었다. 찍어낸 달러를 헬리곱터에 실어 시중에 공급하기 바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미국 금융위기는 놀랍게도 원자력 분야의 기술자들에게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1980년대 후반 냉전체제가 붕괴되자 미국은 핵무기 감축에 뛰어들었고 이 때 원자력 관련 기술자들이 대거 해고되었다. 이들 우수한 기술자를 제일 먼저 주목한 곳은 놀랍게도 미국의 금융계이었다.

이들을 대거 초빙해 개발해 낸 것이 우리가 용어는 들어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것이다. 이 파생금융에 정통한 미국 은행으로서 파생상품 때문에 파산한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 근무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은행을 인수한 독일의 대형 금융기관인 도이치뱅크가 부실 금융파생 상품 때문에 유럽의 경제위기를 야기할 잠재적인 기폭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없다.

게다가 미국 달러를 외국에서 융자해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불황이 도래할 경우 부채상환 등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경기불황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우려해 다소 과장되어 시중에 떠돌게 되는 것 같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3~4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달러화의 해외유출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자국 화폐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의 내수부진, 부동산 버블, 은행의 부실화 등으로 경기불황이 일시에 도래하면 중국경제가 패닉 상태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하는 이유이다.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국민저축이 너무 많다. 물경 1,100조엔에 이르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태생적으로 국민정서상 아끼고 절약해 모은 돈을 금융기관에 맡겨야 안심하는 민족이어서 은행 및 우체국에 무이자 내지 마이너스 이자로 돈을 저축한다. 불행하게도 일본의 금융기관은 이 많은 돈을 굴릴 능력이 없다. 그래도 이 많은 돈이 일본정부에 흘러들어간다.

이것이 일본정부 부채가 자산과 같이 증가한 이유인데 무식한 일부 언론들이 자산은 생략하고 부채만 강조하는 등으로 일반인들을 오도했다. 일본정부라고 뭐 뽀쪽한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엄청난 돈을 달러로 바꿔 미국에 빌려주거나 외국 금융기관에 저축한다. 달러부채는 거의 없다. 좀 있다는 것은 생색내기용으로 차입한 얼마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경기의 불황시 달러화의 급속한 변화 및 흐름에도 일본이 무풍지대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그동안 외부의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불황 즉 오일쇼크(1973년, 1979년), 박대통령의 서거(1980년에 마이너스 경제), 외환위기(1998년, IMF사태) 등을 겪었지만 금방 V자 회복을 실현했다. 지금도 한국은 장단기외채로 달러를 많이 차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앞으로도 세계경기의 불황에도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한국이 제조업 및 수출입 위주의 경제구조를 보유하는데 기반한다.

한국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거나 달러부족 사태가 보이면 즉시 한국의 원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을 늘리면서 달러를 벌어들어 보충하면 된다.

반대로 경기호황으로 달러보유가 늘어나면 서서히 원화가치를 상승시켜 수출입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해 선진국민들이 추구하는 삶의 질적 향상을 향휴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국가라고 자부한다.

나는 외국에서 장기간 살면서 그동안 한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애써온 경제 엘리트들의 노고를 많이 생각해온 편이다.

작은 나라에 제조업을 일으켰고 수출입 위주의 경제구조를 구축해 세계경기의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환분야의 자율화까지 실현해 둔 공로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나돌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황기 진입이라든지 유럽과 중국의 경제불황 도래설 등에 너무 당황하거나 혹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한국은 글로벌 충격에 몇번이나 노출되었지만 이를 잘 극복했던 DNA를 축적했고 달러 화폐에 의존하는 관광문화 및 행정 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견실한 제조업 다시말해 한푼 한푼, 일전 일전의 부가가치를 생산량에 곱해 만들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부의 창출기법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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