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를 맞아 한국의 산업단지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를 맞아 한국의 산업단지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 김연균
  • 승인 2017.02.0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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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어느날 일본을 방문중인 한국의 전자 메이커 회장은 참모들에게 왜 도시바의 공장이 일본 전국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가. 한 지역에 모아 규모를 확대하면 휠씬 효율적일 것 같으니 건의해 보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 현지 책임자는 긴장했고 놀란 가슴을 쓸어담았다고 한다.

확실히 한국의 산업단지는 어느 국가보다도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 같다. 세계 최대의 산업단지인 안산공단-시화공단-인천남동공단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도로 전력 가스 수도하수도 환경처리 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제약, 도금, 화성제품 등의 다양한 공장이 혼합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안산공단에 가면 얻지 못할 부품이 없으며 시화공단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부품이 없고 인천남동공단에는 어떠한 부품의 제작에도 응해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또한 용인-기흥-화성-평택-천안-청주 단지에는 반도체 액정 LED 등의 전자부품 소재 산업단지가 집중 배치되어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첨단 디지털기기의 생산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 공장이 밀집해 있는 울산-포항 산업단지, 창원-마산의 기계단지, 광양-여수-순천 등의 철강 정유산업 단지 그리고 거제도의 조선단지 등에 특정산업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제조업 강국인 한국산업을 이끌어 주고 있다

최근에는 오창-송도의 재생바이오 산업단지, 구로동 공장밀집 지역을 재개발해 IT단지를 배치했으며 게임 등의 콘텐츠산업의 육성을 위해 분당 및 판교에 벤처단지까지 조성했다. 이럴 정도로 한국은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경제선진국으로서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나라 일본의 산업단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일본의 특정산업 공장은 전국에 있는 산업단지에 고르게 분산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정부의 국가정책으로서 지진 화산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전국의 고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산업단지 분산은 납기와 물류비의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럼에도 2011년3월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동북부에 위치했던 수많은 부품공장이 타격을 입고서 완성품의 조립이 즉각 중단되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에 완성품 제조메이커는 가동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전국에 분산되어 있는 공장에서 부품을 긴급 수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4월14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큐슈지역 전체로 확대되어 전자 및 자동차 산업단지의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

이것은 큐슈지역이 비교적 지진에 안전하다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자동차(오토아일랜드) 및 전자(실리콘아일랜드) 그리고 이들 부품 및 재료 공장을 대거 배치한데 기인한다

80년대 한국 반도체업체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전자 메이커들이 단합해 신제품의 가격 폭락을 유도, 신설 한국 전자메이커를 고사시키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이때 울분을 참아왔던 한국 전자업체의 고위 임원은 큐슈의 나가사키 부근에 있는 운젠다케라는 화산이 폭발했을 때 오래도록 화산재가 큐슈지역을 날라 다녀 일본 반도체공장들을 쑥밭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면 앞으로 저성장시대를 살아갈 한국의 산업단지는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게 될까? 상당한 기간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것 같다.

이럴 경우 문제도 있다. 여러 업종의 공장을 유치한 안산-시화-인천남동 공단과 같은 복합산업단지는 불황에 강하지만 경기 민감산업인 특정산업만 집중 배치된 거제도의 경우 조선업이 번창할 때는 지역의 발전이 빨랐지만 지금과 같이 조선불황이 왔을 때는 지역 전체가 한꺼번에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

한때 한국 기업의 어떤 회장이 거제도를 중화학 아일랜드로 만들자면서 기존의 조선소에다가 원전-비철/철강-발전설비/주물-플랜트, 중전기, 화학약품 공장을 유치해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종합단지로 개발할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한 바가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거제도는 다양한 제품의 제조가 가능한 복합산업단지로서의 기능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불황에도 원전-비철-화학약품 등의 다른 산업이 건강하면 거제도 경제의 약점을 보완해 활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 경기 및 충청도 일대에 집중 배치된 경기 민감산업인 전자부품 산업단지도 디지털기기산업의 경기불황시에 마찬가지가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불황에 강한 첨단 소재산업이나 오락산업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우간 한국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개도국 시절의 확대 위주 특정산업 전문 산업입지 전략에서 벗어나 기존 산업입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복합산업단지 방향으로 적극 나가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이다.

크고 넓고 웅장한 궁궐처럼 지어대는 건물이나 산업단지를 자랑하기보다는 경영자원 효율 최적화의 원칙하에 한정된 돈으로 합리적인 알뜰 투자에 중점을 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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