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를 맞아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을 할까?
[김근동 박사]저성장시대를 맞아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을 할까?
  • 김연균
  • 승인 2017.02.0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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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붕~붕’ ‘어!어’ 하는 사이에 그룹의 경영권이 다른 회사에게 넘어갔더라.

검찰이 뭐 조사한다고 했더니 절약가인 넥슨 회장이 모 검사장에게 자기주식 100억원치 이상을 주었더라. 네이버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식을 자꾸 발행했더니 어느새 창업자의 자사주 보유지분율이 5%대로 떨어져 있더라. 합치고 쪼개고 또 합쳐도 오너 자녀들의 경영권 장악 지분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하는 대기업들.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한국기업의 경영권 장악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확보를 둘러싸고 나오는 말인 것 같다. 그러면 선진경제에 진입해 저성장시대를 맞은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을 가질까?

아마 지금의 상태에서 좀 더 정교하게 잘 다듬어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즉 순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분리되면서 초기에는 오너 자손들이 순수 지주회사 및 주력 사업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해 기업을 경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 지주회사는 오너 자손이 경영하되 사업회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회사를 이끌어 가는 형태로 변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구미 선진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은 연금 및 기금 등 공공기관이 기업의 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이들 공공기관은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해 엄격하게 경영진을 견제한다. 전문 경영인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실적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다. 독일은 투자한 금융기관이 노조 대표와 더불어 이사회에 참석해 대주주를 견제한다.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떤 기업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금융기관과 계열사간에 주식을 상호교차 보유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월1회 정도 사장단회의를 통해 결속을 다지거나 계열사간의 업무를 조정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형 재벌의 경우 대주주나 오너가 없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통치한 미군정이 전전의 일본 재벌들이 군부와 결탁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들어 사실상 범인으로 간주하고서 재벌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전후 탄생했거나 전전 오너 해체를 당하지 않았던 중소기업들은 오너 체제로 발전하였다가 해체되는 과정을 거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 체제를 유지하다가 해체되는 대기업들도 있는데 이에는 도큐철도그룹, 세이부철도그룹, 롯데그룹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대기업도 회사마다 기업지배구조가 달랐다. 도쿄의 시부야를 거점으로 하는 도큐철도그룹은 카리스마 경영으로 유명한 창업자인 고토 회장이 일찍부터 경영권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자신의 회사 지분율을 5%전후 밖에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오너 창업자 사후 자연스럽게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하코네 가루이자와 유원지에 엄청난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세이부철도그룹은 철저하게 오너 경영체제를 구축해 성장해 왔다. 창업자 쯔쯔미 야스지로 회장은 자신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고쿠토’ 라는 자본금 1억엔 규모의 순수 지주회사를 통해 철도 호텔 리조트 등 자산 45조엔 이라는 거대한 기업그룹을 지배했다.

그런데 창업자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계자 아들 쯔쯔미 요시아키 회장이 실수해 2004년 전격 공영화된다. 세이부철도그룹에는 세이부라이온즈 라는 유명한 야구단이 있다. 이 야구단을 순수 지주회사 ‘고쿠토’에 소속시켰는데 적자가 많이 발생하여 숨겨진 부채가 많았다. 주총에서 이를 숨기려고 폭력단을 동원했다가 발각된다. 금융기관은 즉시 부채를 자본금에 전입시킴과 동시에 오너 측의 지분율을 낮춰 경영권을 뺏어버렸다.

최근 경영권이 일본인으로 넘어간 롯데그룹은 폐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재일교포 신격호 회장이 통치해 왔다. 그런데 스미토모은행 경력의 뻐꾸기(남의 새집을 점령해 알 낳고 새끼를 키워 내 집으로 만드는 유명한 새) 기질을 보유한 꽤돌이 쯔쿠타라는 일본인을 영입해 관리 담당으로 잘못 배치했더니 롯데그룹의 기업지배를 완전히 파악한 쯔쿠다는 작전에 착수한다.

먼저 신동빈 회장을 앞세워 한국 롯데그룹에 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 장악에 나선다.

당시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사원지주회 임원지주 라는 기구를 만들어 승진하는 임원 및 간부들 명의로 주식을 명의 신탁했다. 그리고 이름 없는 계열사를 4개 만들어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의 지분율은 5% 내외로 억제하였다. 이를 완전 파악하게 된 쯔쿠다는 제일 먼저 3개 계열사를 장악하기 위해 대표이사 신동주 전부회장을 전격 해임한 후 자기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렇게 되자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 3개 그룹계열사 등이 보유한 롯데홀딩스의 지분 53%가 쯔쿠다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롯데그룹의 지배권은 완전히 일본인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창업자 후계자들은 애를 쓰고 있다.

한편 한국의 대기업들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지배구조의 변신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다. 핵심적인 흐름은 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확보라는 것이었다. 가장 정교하게 이를 잘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으로는 LG그룹과 방계그룹, SK그룹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 LG, SK그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창업자 오너의 지분율이 극히 낮은 네이버는 LG그룹의 지배구조개혁을 지휘한 김상헌 변호사를 스카웃해 대표이사 사장을 맡겨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도 하였다. 얼마나 창업자 오너 이해진 의장을 세뇌시켰는지 기자회견 도중 이해진 의장 자기는 경영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쫓겨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더욱더 노력해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성공시켰다는 말을 되풀이 했을 정도이다.

가장 답답한 걸음을 하고 있는 대기업이 삼성그룹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아우르는 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너무 덩치가 커져 버려 단순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현대차그룹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카드가 잘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좌우간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는 사회혁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금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통해 오너 자손이 기업을 지배하되 실제로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영위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다.

주인 없는 공기업은 부패로 몰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무능한 오너 자손들이 경영하는 기업도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으므로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타협해 기업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데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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