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박사]저성장 시대 한국의 가전 회사는 어떤 모습을 할까?
[김근동박사]저성장 시대 한국의 가전 회사는 어떤 모습을 할까?
  • 김민수
  • 승인 2017.03.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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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나는 90년대 중반 '가전왕국 일본의 몰락'이나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부상'과 같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몇번 작성했던 적이 있다.

2차대전 이후 유럽이나 미국이 독점하고 있던 가전 산업을 이어 받아 1980년대에 들어와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부상했던 일본이 급격한 엔고와 개도국의 추격(캐치업)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멀지 않아 가전 산업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개방되면서 외자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공장 건설에 나섬에 따라 방대한 소비시장과 더불어 저임과 엄청난 노동력을 기반으로 삼아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았다. 더구나 나는 당시 생산서비스 즉 EMS(Electronics Manufacture Service)를 전공했으므로 가전산업의 생산이전과 중국의 가전 생산기지 등장은 나의 큰 관심 사항이었다.

그런후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2016년4월초 대만의 홍하이 라는 회사가 대규모 적자로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면서 빈사 상태에 빠져든 일본의 LCD TV 전문 가전회사인 샤프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대만의 홍하이 그룹은 유명한 EMS 전문회사로서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의 팍스콘이라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서 2010년대에 들어와 일본의 가전회사인 산요 등을 인수한 하이엘, 미국 IBM의 PC사업을 매수한 레노버, 위의 폭스콘 등의 중국 회사들이 세계적인 전자 메이커로 부상했다.

이변이 속출한 것이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보면 설계 및 디자인 단계에서 이익률이 높다가 생산단계에 들어와 이익률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러다가 AS단계에 들어오며 재차 이익률이 늘어난다.

그래서 선진국의 가전회사는 이익률이 낮은 생산에서 철수하거나 생산부문을 인건비가 낮은 개도국으로 이전하게 된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라는 정부 및 노동계의 압력을 받을 경우 산업계는 생산부문을 떼서 한 회사에 몰아줘 경쟁력을 확보하는 EMS회사를 육성한다.

이들 EMS전문회사들이 가전왕국의 지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60년대의 일본 EMS회사가, 70년대의 한국 EMS회사가, 80년대의 중국 EMS회사가 10~20년후 대형 가전회사로 부상하였다.

다시말해 생산단계에 참여하는 회사가 기술노하우 및 자본을 축적해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디자인 및 서비스 부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전의 주문을 받았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위와 같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가전회사의 급격한 흥망성쇠가 일어났다.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미국 흑색 TV의 강자 RCA, 가전의 흔적조차없는 미국의 GE를 비롯해 가전부문에서 완전히 철수했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한 일본의 히다치 미쓰비시전기 도시바 등등. 마쓰시타전기만 사명을 파나소닉으로 변경해 과감한 구조개혁을 거쳐 가전과 연관사업을 복합화하거나 융합화한 시스템가전, 각종 전자부품, 첨단 산업기기 분야의 진출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의 가전산업 흐름을 무시하고서 적자 부문을 감추는 분식회계라는 불법행동을 단행하다가 발각된 도시바는 망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의 하락을 초래해 다른 사업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

그러면 앞으로 선진권 경제에 진입한 한국의 가전회사는 어떠한 변화를 거듭하게 될까?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가전회사들도 유럽 미국 일본의 가전회사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변신을 거듭하거나 도태될 것이다. 다시말해 한국도 중국 등 개도국에 가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그렇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LED TV시장 1위를 달성했지만 생산부문의 인력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 부문에서 동남아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LG전자도 중국 가전회사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외의 한국 가전회사는 존재조차 희미하다.

언젠가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거나 LG전자가 관련 분야를 융합해 생존을 모색한다면서 일본 파나소닉의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히다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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